- '바이오파운드리' 설립 추세…인공생명체 경쟁 불붙었다

영원히 살고픈 욕망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기원전 220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초를 얻기 위해 신하 서복을 동쪽 바다 건너로 보냈다. 익히 아는 결말이지만, 서복은 돌아오지 않았고 진시황은 49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후대 연구에 따르면, 불로초의 대안으로 복용했던 수은이 문제였다. 불로장생하려던 욕심이 죽음을 앞당겼던 셈이다.
현대에 와서 불로장생의 욕망은 복제인간으로 이어진다. 15일 개봉한 SF·액션 영화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진시황의 신하 ‘서복’에서 이름을 땄다. 극 중에서 서복은 ‘영생의 열쇠’로 여겨진다. 그의 척수에서 나오는 단백질로 인류가 앓고 있는 모든 질환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예매율 23.4%로 개봉 첫 주 예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김효경 영화평론가는 “복제인간을 본격적으로 다룬 한국 영화는 처음”이라며 “배우 이름값도 그렇지만, 신선한 소재도 흥행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번식하는 인공 생명체 나와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 복제인간 연구는 어디까지 왔을까. 김명희 한국생명윤리정책원장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규범도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있어 정확한 현황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20조에서 인간 복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국제연합 역시 지난 2005년 인간 복제를 ‘인간 존엄 및 인간 생명 보호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한 선언문을 총회에서 채택했다.
하지만 관련 규제가 없는 인공생명체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중국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 중국과학원 산하 상하이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원숭이의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하는 ‘체세포 핵 치환 방법’을 활용해 복제 원숭이 두 마리를 탄생시켰다. 1996년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에 사용된 방식과 같다. 유전적으로 더 복잡하고 인간과 가깝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복제 원숭이에 효과를 본 신약이라면, 인간에게도 같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숭이처럼 고등생물은 아니지만, 최근 인간이 유전자를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의 연구팀은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까지 만들어내는 인공생명체 ‘JCVI-syn3A’를 합성했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해당 생명체는 유전자 53만1000개를 인공적으로 조합해 만들어졌다.
성봉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스스로 번식하고 진화한다는 점에서 생명체의 조건을 갖췄다”며 “기존 생명체를 복제할 필요 없이 유전자만 조합하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인공생명체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이 그 첨단에 있다. 이곳에선 박테리아를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를 새롭게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는 미국 연구팀이 합성한 생명체보단 유전적으로 단순하다.
하지만 활용도는 적지 않으리라고 기대를 모은다. 인체가 아닌 대장균 등 박테리아에게만 달라붙기 때문에 항생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연구단은 또 인공적으로 합성한 미생물을 대량 생산하는 ‘바이오파운드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주문자의 설계도대로 반도체를 제작하는 파운드리 공장과 역할이 같다. 이곳에서 신약에 필요한 미생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성 책임연구원은 “미국에는 이미 민간은 물론, 공공 바이오파운드리까지 세워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불붙는 연구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명희 원장은 “산업적 활용은 불가피할 듯하다”면서도 “인간다움의 본질이 뭔지 고민해야 도덕적 혼란을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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