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무면허 운전하면 10만원
도로교통법 개정 13일부터 적용
헬멧 안 쓰면 2만원, 둘이 타면 4만원 과태료
서울시, ‘아무데나 주차’ 막는 조례 마련 중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이모(36) 씨는 지난 2월부터 출퇴근길이나 외근할 때 종종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 10분 남짓한 거리인데 걷기에는 멀게 느껴지고 버스는 해당 노선이 없다고 했다. 자주 이용하지 않아 헬멧은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13일부터 헬멧 착용 의무화 규정이 적용된다. 이 씨는 “킥보드를 언제 이용할지 알 수 없는데 헬멧을 매일 갖고 다니느니 차라리 걷겠다”고 했다.
5월 13일부터 전동킥보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바뀐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두 명 이상 함께 타는 것도 금지된다. 반드시 혼자 타야 한다는 뜻이다. 면허 규정도 엄격해졌다. 만 16세 이상이어야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때 져야 할 책임도 커졌다.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한다. 두 명이 하나의 전동킥보드를 같이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 4만원을 받게 된다.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걸리면 범칙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만약 13세 이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보호자가 대신 처벌받는다.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된 건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수는 단시간에 늘었는데, 전동킥보드 이용 규정이 허술하고 안전 대책도 부족해 사고가 크게 늘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서울시 대여 전동킥보드 수는 6만802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3517대)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는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교통사고는 89건에서 195건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여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보험 처리 등이 미흡해 아예 사고 처리를 하지 않은 일도 많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지난해 5월 국회에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전동킥보드 이용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원래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됐다. 그런데 국회가 규제를 풀면서 사실상 자전거처럼 취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차도에서만 타야 했던 규정도 바뀌면서 자전거 도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도 범칙금 규정은 없앴다. 사실상 안전 규정을 모두 없앤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청은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규제들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이로 인해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법 개정으로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늘고 안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규정을 바꿨다.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없도록 다시 법을 개정한 것이다.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들은 규제 강화 이후 이용자 수가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헬멧 착용 의무화다. 킥보드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5~10분가량이다. 이를 위해 헬멧을 항상 휴대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에서 헬멧을 구비한다고 해도 이용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2018년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 서울시가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헬멧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이용률은 3%에 불과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규제 강화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용자 연령 제한이나 면허 문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헬멧 착용과 주차 문제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마다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 라임코리아는 주요 이용자를 대상으로 헬멧을 무료 증정하거나, 헬멧 제작 업체와 제휴해 저렴한 헬멧을 만들어 파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차 제한구역 설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전동 킥보드를 견인하고 4만원의 견인료를 업체에 부과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빌려서 아무 데나 반납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들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용자들의 싸늘한 반응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주차가 불편해지고,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면 굳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거리에 방치되는 대여 전동 킥보드를 치우면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국내 한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 관계자는 “규제 변경과 관련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헬멧 착용 의무화나, 주차 제한 구역 설정 등 규정이 강화되면 이용자 불편이 늘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편의를 강화하는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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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부터 전동킥보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바뀐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두 명 이상 함께 타는 것도 금지된다. 반드시 혼자 타야 한다는 뜻이다. 면허 규정도 엄격해졌다. 만 16세 이상이어야 취득할 수 있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때 져야 할 책임도 커졌다.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면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한다. 두 명이 하나의 전동킥보드를 같이 타다 적발되면 범칙금 4만원을 받게 된다.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걸리면 범칙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만약 13세 이하 어린이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보호자가 대신 처벌받는다.
현실 모른 국회의 왔다 갔다 규정에 업체·소비자만 혼란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이 시행된 건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수는 단시간에 늘었는데, 전동킥보드 이용 규정이 허술하고 안전 대책도 부족해 사고가 크게 늘었다. 지난 1분기 기준 서울시 대여 전동킥보드 수는 6만8025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만3517대)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는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교통사고는 89건에서 195건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여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보험 처리 등이 미흡해 아예 사고 처리를 하지 않은 일도 많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고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지난해 5월 국회에서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전동킥보드 이용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원래 전동킥보드는 소형 오토바이와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됐다. 그런데 국회가 규제를 풀면서 사실상 자전거처럼 취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차도에서만 타야 했던 규정도 바뀌면서 자전거 도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헬멧 등 보호장구 착용을 의무화하면서도 범칙금 규정은 없앴다. 사실상 안전 규정을 모두 없앤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청은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규제들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이로 인해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법 개정으로 국민이 더욱 안전하게 개인형 이동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됐고, 특히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가 늘고 안전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규정을 바꿨다.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탈 수 없도록 다시 법을 개정한 것이다.
헬멧 착용, 주차구역 설정, 이용자 불편…업계 고심 중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들은 규제 강화 이후 이용자 수가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헬멧 착용 의무화다. 킥보드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5~10분가량이다. 이를 위해 헬멧을 항상 휴대한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에서 헬멧을 구비한다고 해도 이용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2018년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 서울시가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헬멧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지만, 이용률은 3%에 불과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SPMA)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규제 강화로 이용자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용자 연령 제한이나 면허 문제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헬멧 착용과 주차 문제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마다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 라임코리아는 주요 이용자를 대상으로 헬멧을 무료 증정하거나, 헬멧 제작 업체와 제휴해 저렴한 헬멧을 만들어 파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주차 제한구역 설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무분별하게 방치되는 전동 킥보드를 견인하고 4만원의 견인료를 업체에 부과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빌려서 아무 데나 반납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들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용자들의 싸늘한 반응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주차가 불편해지고,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면 굳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거리에 방치되는 대여 전동 킥보드를 치우면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국내 한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 관계자는 “규제 변경과 관련해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헬멧 착용 의무화나, 주차 제한 구역 설정 등 규정이 강화되면 이용자 불편이 늘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편의를 강화하는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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