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카드사 안팎 경쟁 ‘치열’
네이버·카카오 금융업 진출에 카드사 ‘합종연횡’
수익 다각화 위해 자체 데이터 상품 개발 나서
카드업계 “수수료율 추가 인하 한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에 카드사들간 '생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에선 ‘합종연횡’을, 데이터 시장에선 ‘각자도생’의 길을 걸으며 빅테크의 금융시장 침공에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빅테크 온다… '합종연횡'하는 카드사
카드사들이 자사의 모바일 전용 결제 앱에 경쟁사 카드를 허용하는 ‘적과의 동침’을 합의한 것이다. 이는 점점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을 경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올 1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한 8조4000억원이다. 네이버페이에 참여하는 외부 제휴사들이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실적도 상승세다.
카카오페이는 올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한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송금을 제외한 결제와 금융서비스 부문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127% 성장했다. 결제 부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는데 이는 외부 파트너사와 연결된 온라인 결제액이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빅테크는 간편결제 뿐만 아니라 후불 결제 서비스에도 진출해 카드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현재와 같은 전통적인 카드 결제 방식을 고수해서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최연경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가 주력 경제 인구로 떠오르면서 빅테크가 금융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카드사들이 머리를 맞대 빅테크에 대항하기 위한 ‘오픈페이’ 서비스를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자도생’ 데이터 플랫폼 선점 나서는 카드업계
데이터 경제 활성화는 카드사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들의 데이터 상품을 수요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카드사들의 데이터 상품은 절반 이상(5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거래 사업 노하우가 풍부해 다른 금융사들을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단 평가다.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상권 분석과 고객만족도 조사 등 데이터 활용 노하우를 쌓아왔다. 신한카드의 결제 어플리케이션(앱) 신한페이판은 월간 530만 명이 이용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자체 플랫폼 개발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메리츠증권·가이온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해 투자 콘텐츠를 제공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SK텔레콤, 코리아크레딧뷰로, GS리테일, 부동산114와 함께 민간 데이터 댐 구축에도 나서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마케팅 플랫폼 ‘링크 파트너’를 운영중이다. ‘링크 파트너’는 삼성카드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을 제휴사가 직접 마케팅 전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KB국민카드는 온라인 기반 개방형 데이터 통합플랫폼 ‘데이터루트’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비동향, 직장인 소비패턴 테마 등 분석 데이터 70여개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파트너사들 간에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 ‘갤럭시 노스’를 선보였다.
BC카드는 과학기술정부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마련한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에 데이터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KT를 비롯한 14개사가 분석리포트·융합컨설팅·카드·맛집·소셜·유동인구·보험·자영업 등 9개 부문의 데이터자료 28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안팎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빅테크의 공격적 금융업 진출 뿐만 아니라 향후 수수료율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에 핀테크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페이의 수수료율은 2.2~3.74%, 카카오페이는 1.04~2.5% 수준이다.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0.8~2.3%인 것에 반해 빅테크들은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2배 이상 책정하고 있단 지적이다.
이와 관련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빅테크와 달리 플랫폼 내 고객을 락인하는 구조가 취약한 카드사들이 연대하는 것은 그만큼 위기를 느꼈다는 의미”라며 “현재 카드사 수수료율은 온라인 플랫폼보다 낮은 수치로 한계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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