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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아이폰 팔면 스마트폰 시장 판도 진짜 바뀔까

소비자 관점에선 베스트샵 판매 영향 크지 않아
자급제 효과 누린 애플, 어떻게든 유통망 넓힐 것

 
 
LG베스트샵이 아이폰을 취급할 거란 소식에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연합뉴스]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을 팔지도 모른다.” 이 소식에 이동통신 업계가 야단법석이다. LG전자는 “아직 검토 중”이란 입장인데도 업계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LG가 아이폰을 팔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유통 생태계도 크게 뒤바뀔 거란 이유에서다.
 
당장 삼성전자는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한국사업 총괄과 가전, 스마트폰 관련 부서 관계자가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을 정도다. 철수한 LG전자 스마트폰의 빈자리를 꿰차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과점을 차지하는 형태였는데(점유율 65%), 애플의 아이폰12 등장 이후 점유율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첫 5G 모델인 아이폰12는 단일 모델 중 국내에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당이 애플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이폰12의 약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올해 1분기 점유율 29.8%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오포·비보에도 밀리면서 4위에 그쳤다. 텃밭인 국내에서 아이폰의 판매처가 늘어나는 건 악재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폰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이 LG베스트샵에 몰리면, 삼성전자 가전 사업 매출에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  
 
국내 스마트폰 유통 생태계의 밑단인 판매점·대리점의 반발은 수위가 더 높다. 가뜩이나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아이폰의 판매처가 늘어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판매점·대리점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와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2018년 5월 협회와 동반성장위원회·삼성전자·LG전자는 자사 모바일 제품만 판매키로 약속했는데, LG베스트샵이 이를 어기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동통신 대리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이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지금도 폐업위기에 몰린 매장이 적지 않다”면서 “LG베스트샵의 아이폰 판매는 이들의 구조조정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반발에도 LG전자는 아이폰 판매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이폰을 팔면 LG베스트샵 모바일 담당자는 업무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사업 철수에도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렇듯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정작 소비자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그저 아이폰의 구입처가 늘어난 것 뿐이라서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마트폰 유통 경로가 늘어나는 게 낯선 일도 아니다.  
 
과거 휴대전화 유통시장은 판매점·대리점에서 이동통신 요금을 가입하면서 단말기도 함께 구매하는 ‘묶음 방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말기를 따로 구매한 후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급제 단말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LG베스트샵 같은 가전매장 뿐만 아니라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커머스까지 유통망이 다양해졌다. 공시지원금 혜택을 누릴 순 없지만, 약정이나 부가 서비스 제약 없이 기기를 구매해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2030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공교롭게도 애플의 아이폰12가 자급제 방식에 따른 판매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린 모델로 꼽힌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2 시리즈에 LTE 요금제를 결합한 사용자가 늘면서 알뜰폰 시장 발전의 효자 노릇을 했다”면서 “프리미엄 단말기 값이 비싼데, 고가의 5G 요금제까지 감당하겠다는 소비자는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애플은 LG베스트샵 판매가 가로막히더라도 차세대 아이폰의 자급제 판매를 확대할 공산이 크다. 판매점·대리점을 벗어나 어떤 방식으로든 판매처를 넓힐 거란 얘기다.  
 
무엇보다 소비자 관점에선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산다고 특별한 구매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과 판매·서비스를 통제하며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온 애플의 마케팅은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 LG가 아이폰을 팔면 아이폰 점유율 확대엔 기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 시장의 격변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거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400여개 매장을 갖춘 LG베스트샵의 시장 영향력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스마트폰은 가전매장을 우연히 들렀다가 살 만큼 가벼운 제품도 아니다”면서 “업계의 우려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점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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