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가짜 고기’를 만드는 ‘진짜 이유’
2016년 연구개발 시작…‘착한 단백질’에 주목
2023년 6조원대 시장으로…해외 진출도 수월
돼지고기 햄의 맛·식감·외형 등 완벽히 구현
특허 출원 진행…스타벅스 넘어 판매 채널 확대
신세계푸드가 ‘가짜 고기’라 불리는 대체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돼지고기 대체육 브랜드를 내놓고 미래 식품기업으로의 제2 도약을 선언한 것이다. 대체육은 채식주의 바람을 타고 급부상하는 시장이다.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열풍 속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관된다. 감쪽같은 ‘가짜 고기’를 만드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Better meat’ 론칭…대체육 사업 진출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시장에 눈독을 들인 건 이미 큰 그림을 그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래식품기업으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대체육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일찌감치 내린 것이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한 건 지난 2016년. 그러던 중 일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품으로 여겨졌던 대체육이 실제 고기와 맛, 식감 등은 유사하면서 영양성분도 뛰어난 착한 단백질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건강과 식품안전, 동물 복지, 지구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화되면서 대체육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대체육 첫 제품의 맛과 품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본격 진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40년엔 ‘기존 육류 시장’ 규모 추월
일례로 미국 시장에서 대체육의 판매량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1%나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조2500억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 역시 약 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성장 가능성은 어느 분야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임파서블푸드, 비욘드미트 등 글로벌 기업의 성장이 대체육을 일상적인 소비제품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기업의 ESG경영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전통적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대체육이 각광 받으면서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관련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무엇보다 해외 진출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고기의 경우 규제가 있어 해외 수출이 쉽지 않지만 대체육의 경우 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자체 기술을 가지고 개발한 뒤 해외 수출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식품기업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뿐 아니라 세계 시장 교두보로서의 활로가 되는 셈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웰빙이나 ESG, 비건 열풍 등 다양한 대체육들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 신세계푸드 독자기술로 개발해 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그간 미국 같은 나라는 고기를 수출할 수 없었는데 대체육의 경우 해외시장을 뚫기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탱글탱글 탄력성…쫄깃한 식감까지 구현
지난 4월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육류 소비행태 변화와 대응과제’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국내 소비자 1인당 육류 소비 비중은 돼지고기가 49.1%로 가장 높았고, 닭고기(27.1%)와 소고기(23.8%)가 뒤를 이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섭취시 고기 원물을 구이, 볶음, 찜으로 조리해 먹거나 햄, 소시지 등 가공제품으로 즐기는 것에 익숙한 만큼, 베러미트 대체육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풍미와 식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슬라이스 햄의 한 종류인 콜드컷으로 첫 제품을 출시했다.
베러미트의 콜드컷은 콩에서 추출한 대두단백과 식물성 유지성분을 이용해 고기의 감칠맛과 풍미가 살아있다는 게 신세계푸드 측 설명이다. 식이섬유와 해조류에서 추출한 다당류를 활용해 햄 고유의 탱글탱글한 탄력성과 쫄깃한 식감도 똑같이 구현됐다. 비트와 파프리카 등에서 추출한 소재로 고기 특유의 붉은 색상과 외형도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졌다.
시중에 판매 중인 대체육들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퍽퍽한 식감은 주요 재료들의 ‘배합 비율과 온도’로 해결했다. 신세계푸드가 찾아낸 최적의 조건이 적용되면서다. 늘, 후추, 넛맥, 생강 등을 활용해 대두단백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완벽히 제거됐다. 신세계푸드는 베러미트 콜드컷 제조에 사용된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육류 식감 재현 기술’에 대해 특허 출원도 진행했다.
베러미트의 콜드컷은 부드러운 이탈리안 정통 햄 ‘볼로냐’, 다양한 향신료가 어우러진 독일 정통 햄 ‘슁켄’, 고소한 맛의 이탈리안 정통 햄 ‘모르타델라’ 등 3종으로 개발됐다.
그 중 신세계푸드는 최근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샌드위치, 샐러드의 재료로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시장 확장성이 높은 ‘볼로냐’ 콜드컷을 가장 먼저 내놓기로 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베러미트 대체육의 맛과 식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볼로냐’ 콜드컷을 넣은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를 개발했다. 29일부터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맛볼 수 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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