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공능력평가①] ‘내실의 삼성’ 또 1위, 현대·대우는 기술·신인도 평가 높아
10대 건설사 순위 까보니 그대로…업계 서열 공고화
토목 1위 지킨 현대건설, 대우는 GS 제치고 아파트 1위
2021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액(토목건설공사업 종합) 순위에서 삼성물산이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기술능력평가를 제외한 영역에서 고르게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 이어 경영평가액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자랑했다. 현대건설, GS건설이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DL이앤씨는 올 초 기업분할 여파로 순위가 지난해 대비 5단계 내려갔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 4가지 점수를 바탕으로 평가액과 순위를 결정하는 제도다. 건설산업기본법 및 시행규칙에 따라 올해 7월 31일까지 공시된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은 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입찰 기준에 적용되고 있다.
DL이앤씨, 기업분할로 일시적 순위 변화…자리 굳힌 ‘톱 텐’
순위 역시 유사하다. DL이앤씨가 1년 만에 3위에서 8위로 내려가며 지난해 4~7위 업체 순위가 한 단계씩 상승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DL이앤씨는 “기업분할 이벤트로 인해 시공능력평가제도 상 신생법인으로서 다른 평가방식을 적용 받아 일시적으로 순위가 하락했다”면서 “내년부터는 기존 평가방식을 적용 받아 예전 순위를 되찾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초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은 지주사인 DL과 건설계열사 DL이앤씨, 화학계열사 DL케미칼 3개 회사로 쪼개졌다. DL이앤씨 주장대로라면 사실상 전년과 순위 변화가 없는 셈이다.
삼성물산의 1위 굳히기 역시 돋보인다. 삼성물산은 2009년에서 2013년까지 4년간 현대건설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2014년부터 변함없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1~2위 간 평가액 차이 또한 커지고 있었다. 2018년 4조원 수준이던 격차가 2019년 5조7700억원, 2020년 8조4500억원으로 커지더니 2021년엔 11조원을 넘기면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이 같은 차이는 특히 경영능력평가에서 갈렸다. 2021년 삼성물산 경영능력평가액은 13조9858억원으로 타 상위권 업체 대비 10조원이 높았다. 경영능력평가액 산정에는 실질자본금과 차입금의존도, 자기자본비율, 매출순이익율 등이 포함돼 경영안정성과 자본조달능력을 알아볼 수 있다.
종합순위 2위 현대건설과 5위 대우건설은 기술능력평가액에서 1조7615억원, 1조5258억원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양사의 보유기술자수가 각각 5080명과 4470명으로 1, 2위를 차지한 것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밖에 삼성물산 4387명, 현대엔지니어링 3507명, 포스코건설 3398명, GS건설 3291명 등 10위권 건설사 대부분은 2000~5000명 수준의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어 1000명을 넘기기 힘든 10위 밖 업체들과 차이를 보였다.
대우건설은 공사실적에서 3위(4조5403억원), 신인도에선 2위(1조2972억원)를 기록했으나 경영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1조3655억원)을 받아 5위를 차지했다.
건축은 삼성, 토목은 현대, 아파트 1위 다툼 치열
업종별로 보면 삼성과 현대는 건축과 토목 분야에서 1, 2위 자리를 나눠가졌다. 현대건설은 도로(7408억원)·항만(4090억원)·철도(2119억원) 등 전통적인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선전하며 지난해에 이어 선두를 지켰다. 삼성물산은 지하철(3456억원)과 댐(1934억원) 공사실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입장벽이 높고 사업기간이 긴 대형 토목공사 특성상 상위 1~7위 업체가 지난해와 동일했으며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전통 강자’들이 3, 4위로 선전했다.
건축업종에선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광공업용 부문에서 삼성물산이 3조5044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합계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은 업무시설(9649억원) 및 숙박시설(2045억원)에서 선두를 달리며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건축분야 중 가장 기성액 규모가 큰 아파트 선두를 달린 곳은 대우건설(4조1972억원)이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GS건설을 약 400억원이라는 간발의 차로 따돌렸다.
산업환경설비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에 이어 압도적인 1위(4조2497억원)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탈원전 정책 여파로 업체별 원자력발전소 시공 실적은 급감했다. 1위 현대건설은 지난해 2492억원에서 올해 1447억원으로 실적이 줄었다. 지난해 2위였던 삼성물산도 2004억원에서 858억원으로 기성액이 반토막나며 3위로 밀렸다.
시공능력평가 제도는 통상 관급공사 입찰시 참가 업체를 평가하는 근거로 활용돼 전통적으로 건설업계에서 중요도가 컸다. 현재에도 공사 규모에 따라 특정 등급 이상 업체만 입찰이 가능케 하는 조달청의 유자격자명부제, 시평액 상위 3% 이내 대기업은 시평액 1% 미만 공사 수주를 제한하는 도급하한제 등의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한편 최상위권 건설사들 사이에선 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일종의 ‘자존심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하고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4개 대표적인 협회가 평가업무를 위탁 운영하는 등 국내에서 최고 공신력을 갖춘 평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요즘, 시공사 순위는 각 건설사 브랜드의 이름값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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