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에이플레이어파트너스 대표 “청년주택? 살만하게 지어야 보탬 된다”
1인 가구 주거 양극화 심각…선도적 발상으로 주거복지·비즈니스 양립 가능
바야흐로 ‘시행의 시대’다. 대형 개발사업이 성공을 이어가는 한편, 소위 꼬마빌딩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건축주를 꿈꾸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오래된 주택을 신축·리모델링하는 붐이 일며 입지가 좋은 서울 단독·다가구 시세도 급등한 지 오래다.
지난 1일 [이코노미스트]가 노후 주택 개발사업에 선구안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쌓아온 이상현 에이플레이어파트너스 대표를 만났다. 에이플레이어파트너스는 자체사업 및 컨설팅을 통해 오피스·근린·원룸 건물 등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이 대표는 1인가구 증가를 몸소 경험하면서 10년 전 소규모 시행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드디어 사업비 600억원 규모 ‘사당역 2030 청년주택’의 첫 삽을 뜰 예정이다.
“‘흙수저’로 태어나 맨 몸으로 일어났다”는 40대 중반 젊은 사업가의 머릿속엔 점증하는 청년 주거문제와 도시 노후화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후 주택 개발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일선 부동산에서 근무할 당시 신림동에 청년 1인가구 수요와 혼자 사는 집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한 뒤 사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때부터 청년 주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어려서부터 작은 분식집을 하시는 부모님과 단칸방에 살 정도로 넉넉지 못했다. 신혼집도 보증금 3000만 원짜리 월세에서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큰 사업을 할 수는 없었고 관악구, 금천구 구옥을 리모델링하는 작은 공사부터 출발해 규모를 키워가게 됐다. 현재는 언주역, 논현역 등 강남권에 근린생활시설·사옥용 건물을 공급하고 있다. 1년에 이런 건물을 7~8개 정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지금까지 유독 기억에 남거나 자랑하고픈 프로젝트가 있나?
첫 개발사업이 나 스스로 건물주가 되는 프로젝트였다. “가난한 집 아들은 평생 가난하게 산다”는 식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싶었다. 몇 년간 건축기술이나 공법, 레버리지(leverage)를 일으키는 방식을 배워서 스스로 ‘디벨로퍼(developer)’가 된 셈이었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 비용을 아끼려고 건축설계사 등 전문가 도움 없이 혼자 진행하다가 시공회사한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웃음) 좁은 주택가 현장에서 공사를 하다보면 이웃과 일조권 분쟁 같이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초보 건축주들에게 몇 푼 더 아끼려고 하기보다 최소한 인허가 절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축설계사 같은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 그런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주에게 건물 시공·하자보수·관리·임대 등에서 최고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를 창업하게 됐다. 에이플레이어(A-player)가 파트너가 된다는 상호명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인터넷에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에 대한 서울시 공고를 보고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선 주택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청년을 위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자체인 서울시에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것이어서 공사할 때 생길 수 있는 민원 같은 문제 처리가 조금 더 수월할 것으로 봤다. 이미 인허가 과정을 마치고 빠르면 10월 중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에이플레이어파트너스가 짓는 청년주택과 다른 청년주택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 세대가 원룸이 아니라 대부분 방과 거실이 분리된 ‘투베이’ 형식으로 지어진다. 일반적인 원룸이나 오피스텔, 청년 주택도 4~5평짜리 답답하고 밀폐된 구조가 많다. 같은 면적을 작게 쪼개서 팔고 임대할수록 수익이 더 남기 때문에 기업으로서 당연하다. 우리 회사는 실거주자가 집에서 일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수익보다 우리가 지은 주택의 가치를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250~300세대 나올 수 있는 건물에 152세대를 입주시키려 한다.
청년 주거문제에 대해 개인적인 철학이 있는 것 같다.
부동산 사업을 하다 보니 1인가구 사이에도 양극화가 심하다는 점을 느낀다. 요즘 강남에선 분양가격이 비싼 하이앤드 오피스텔이 나오는데, 다른 한 편에선 돈 없는 청년들이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곳에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 월세를 내고 있다. 이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고 실제로 실험 차원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실험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사업인가?
고려대학교 EMBA에서 진행한 과제를 바탕으로 구체화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관악구에 30호 정도 작은 규모로 집을 짓고 대학생들을 입주 시킨 다음, 월세를 재능기부로 납부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스폰서가 지정한 탈북학생 및 유공자자녀들에게 입주자 본인이 음악 전공이면 악기 레슨, 수학을 잘하면 수학 과외를 하도록 해서 1시간 당 수업료를 계산해 월세를 대체하는 ‘재능공유 주택 플랫폼’이다. 로타리클럽, 특수임무유공자회부터 금천구, 동작구 등 지자체도 업무협약을 통해 스폰서로 참여한다. 기숙사나 청년주택을 지으면 동네에서 반대를 할 수 있어서 일단은 소규모로 조용하게 시작하려고 한다.
청년주택이나 노후주택가 개발에 대해 반대나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대학 기숙사 건립에 반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동네 임대인들이 임차수요를 빼앗기는 측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나는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것이 결국 지역 상권 등을 성장시키는 측면에서 주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론 대부분 노후 주택가 개발은 좁은 공간이 각각 개발되기 때문에 공원이나 주차공간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개발에 그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새로 지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본능이다. 결국 수요가 있는 한 이런 개발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에서 구획을 정해 업자들이 여러 구옥을 한 번에 개발할 수 있도록 규모를 키워주고 일종의 기부채납을 받는 식으로 지하주차장이나 부대시설을 만드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주거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픈 말은?
청년은 언제까지나 가난하고 임대주택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식의 프레임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나도 언젠가 아파트,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한다. 최근 청년·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에 대한 대출 규제도 풀렸다.
한편으로는 정부에서 서울에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개발 수익성이 없어 개발이 되지 않는 노후 주택가에 용적률을 풀어준다든가 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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