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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만 하세요, 취소는 안됩니다”…오더만 받는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사이렌오더, 주문 결제 이후 취소 및 메뉴 변경 불가
대기번호는 주문 결제 후에만 확인 가능
일방적인 결제시스템에 소비자 불편함 커져
할리스커피·투썸플레이스·매머드커피 역시 취소 불가
반면 이디야커피·빽다방은 주문 취소 기능 운영

 
 
대기번호가 길지만 주문 결제 이후에는 취소할 수 없는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사진 사례자 제공]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9월 28일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리유저블컵 이벤트를 진행한 후, 직원(파트너)들의 시위에 이어 소비자들의 서비스 불편함 호소에 맞닥뜨렸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장 직원들은 지난 7일 과도한 업무 부담을 토로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은 “리유저블컵 이벤트 당일 하루에만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며 “이때마다 파트너들은 눈물짓고 고객들에게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펼친 이벤트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쌓인 일거리에 지친 직원들이 폭발한 것이다.  
 
최근엔 소비자도 스타벅스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을 비난하는 온라인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이 역시 리유저블컵 이벤트 이후 도드라졌다. 소비자들이 꼬집는 불편한 서비스의 골자는 ‘사이렌오더의 취소, 메뉴변경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이벤트 당일 사이렌오더로 음료를 주문한 소비자들이 대기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취소하려 했지만 취소 버튼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사이렌오더는 스타벅스코리아가 2014년부터 운영한 애플리케션 기능으로, 소비자가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음료를 미리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에는 이름 그대로 ‘주문(오더)’ 기능만 있고, 주문 결제를 취소하거나 주문한 메뉴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수경(33)씨는 “평상시에는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리유저블컵 이벤트 당일에 사이렌오더로 주문하고 대기번호가 68번으로 뜬 것을 확인하면서 취소 기능이 없음에 불편함을 느꼈다”며 “예상보다 대기시간이 긴 것을 알고, 주문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취소 기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40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결제가 됐지만 음료 제조 전이기 때문에 결제를 취소해 줄만도 한데, 막무가내로 취소는 안 된다고 하니 황당했다”며 “블로그에 관련 불편함 글을 쓰고 나서 보니, 나와 같은 불만 글을 적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개인 컵 가져와야 음료 제조 시작하는 경우에도 ‘취소 불가’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 밖에서도 음료를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오더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이렌오더를 통해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접수 과정은 ‘주문완료’ ‘준비중’ ‘준비완료’ 등 세가지다. 소비자가 주문 메뉴를 선택하고 비용을 결제하면 바로 두 번째 단계인 ‘준비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매장에서 음료 제조를 시작하기 전에도 ‘준비중’으로 바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사이렌오더 주문에서 ‘개인컵’을 선택해서 직접 매장 직원에게 개인컵을 전달하지 않으면 음료 제조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어도 음료는 이미 ‘준비중’으로 나타나고, 소비자는 결제를 취소할 수 없다. 음료 메뉴 변경 역시 할 수 없다. 소비자가 결제 후에 음료 선택을 잘못한 걸 바로 인지하더라도 변경 기능이 없기에 잘못 선택한 음료를 받아야만 한다.  
 
결제하고 나서야만 대기번호를 알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직장인 문소라(32)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음식 주문 전에 도착 예상 시간을 미리 보여주듯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에도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며 “주문이 몰린 매장이라는 걸 미리 알면 비교적 주문이 적은 다른 매장을 찾아 음료를 결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편함에 대해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문의하자 관계자는 “사이렌오더는 소비자가 주문하는 즉시 메뉴 제조가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취소와 메뉴 변경이 불가능한 것이 공식적인 방침”이라며 “또 취소와 메뉴 변경이 가능해지면 매장 현장에서의 주문 접수들과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 또 다른 소비자의 불편함을 키우는 꼴이라 취소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이렌오더로 주문하고, 음료 제조 전에 매장 카운터로 가서 주문 취소를 요청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에는 주문만 하고 매장에 개인컵을 내고 음료를 받을 수 있는 '개인컵' 선택 기능이 있다. [사진 화면캡처]
 

전자상거래 법률 적용되지 않는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이 같은 문제는 스타벅스코리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리 주문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할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매머드커피 모두 주문 후에 취소와 메뉴변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취소가 가능한 커피숍도 있다. 이디야커피와 빽다방은 음료 제조 전에 소비자가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두 브랜드 모두 음료 제조 전 단계를 나타내는 ‘주문승인’ 과정이 있다. 소비자는 음료 제조 전 단계임을 확인하고 주문 애플리케이션으로 손쉽게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물론 빠르게 주문이 접수돼 음료 제조가 시작했으면 스타벅스처럼 결제 취소는 불가능하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와 달리, 결제 후에도 음료 제조 전에 취소 기능이 있는 이디야커피. [사진 화면캡처]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이나 요즘 사용자 이용률이 높은 배달 관련 애플리케이션 모두 통신판매 형태를 띠고 있으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모두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보호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소비자의 취소 절차 불만사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주문 후 30초~1분 등 일정 시간 안에는 결제를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방침은 취소가 불가하지만 계속해서 소비자 의견을 모니터링하며 소비자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개선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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