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코스피 2900 밑으로 떨어질 확률 낮아 [이종우 증시 맥짚기]
물가는 오르지만 세계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냐
현대차, 삼성전자 주가 올라야 코스피 반등 가능해
최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경기가 둔화되는 속에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 단어가 등장한 건 국내외 경제의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양쪽 현상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내렸다. 세계 경제 전망치를 6%에서 5.9%로, 미국의 성장 전망치도 7%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나라만 4.3%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향 조정 폭보다 관심을 끈 건 시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이전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했지만 이번은 거꾸로 낮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더믹 이후 처음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3분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꺾인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듯
물가가 예상보다 높고 성장 전망이 떨어졌지만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강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던 1970년대 같은 모양이 아니라,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약하게 진행된 2011년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에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직후 고성장을 마무리하고 둔화되기 시작했다. 물가는 반대로 빠르게 상승했다. 2010년 하반기 1% 내외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이 다음 해 4월 3% 넘게 상승했다. 연준의 물가 관리 범위 1.5~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심지어 미국의 수입물가는 10%를 넘기까지 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높은 물가를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자동차 등 내구소비재 수요 증가도 한몫을 했다. 물가 상승은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경제 구조가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약해 물가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물가가 오르는 이유로 공급 차질을 꼽는다.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해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공급 차질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기업은 생산시설을 늘려 수요에 대응한다. 지금은 공급이 부족해도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고 있는데, 기업들이 현재 수요 증가가 일시적이라 판단한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원이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하는데, 그 영향이 일회성인 만큼 여기에 맞춰 시설을 늘렸다가는 특수가 사라진 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물가 상승은 구조적 요인보다 지원금의 영향이 언제 끝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시기는 빨라질 수도 늦춰질 수도 있어 판단이 불가능하다.
물가 상승을 기업 입장에서 해석하면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가 된다. 이익이 늘어나는 게 맞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원자재에서 인건비까지 비용도 따라 늘어나는데, 이를 제품 가격에 떠넘길 수 있으면 이익이 늘어나지만 반대 경우는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지난 1년간은 제품가격 상승률이 비용 증가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 덕분에 이익이 늘어났다.
비슷한 형태를 수출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출입 물가를 통해서인데 수출 물가를 매출의 대용치로, 수입 물가를 비용의 대용치로 보고 둘 사이의 차를 이용해 수출기업 이익의 방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수출물가 상승률 평균은 16.3%였다. 수입물가는 18.5%이다. 기간을 좀 더 넓혀 연초 이후를 보더라도 수입물가 상승률이 수출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우리 기업이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상승률보다 높았지만 그동안은 이익을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원자재 이외 비용의 상승이 크지 않아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올해, 내년 기업 이익 전망치 너무 높아
기업실적 관련해서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기존 이익 전망이 높은 부분을 먼저 걱정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230조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도 256조원으로 올해보다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숫자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지난 1년간 실제 발표된 이익이 예상치보다 크다 보니 전망을 하는 시점에 수치를 높게 잡자는 심리가 발동한 결과일 수 있다. 지금 시장이 하는 이익 전망이 맞는다면 코스피지수는 2900이 바닥이다. 반면 내년에 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 바닥은 좀 더 있어야 한다. 2016년부터 2년간 이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2018년에 높은 이익 증가를 전망했지만, 전망이 틀리면서 1년 사이 코스피가 22% 가까이 떨어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900에서 하락이 두 번이나 저지됐다. 최고점에서 400포인트 넘게 떨어졌고, 3100에서 하락이 빠르게 이루어진 만큼 주가가 2900 밑으로 계속 내려오기 쉽지 않다. 바닥이 확인된 만큼 연말까지 코스피가 2900을 뚫고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큰 폭의 상승도 힘들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고, 유동성 축소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데다, 9월 이후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높은 점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차는 종목별 반등이 어디까지 이루어질지 대표해 보여주는 종목이다. 현대차는 10월에 주가가 가장 많이 내려가 바닥을 빨리 만들었다. 반등 시점과 반등 폭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대형주를 끌고 가는 종목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반등 폭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종목이다. 지금 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더디게 움직이는 종목이 삼성전자다. 다른 대형주의 반등이 이루어진 후 삼성전자가 마지막에 올라가는 형태가 될 텐데 삼성전자 반등이 끝나는 지점이 코스피 반등이 끝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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