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대강 담합 건설사들 2000억 사회공헌약속 ‘어디로’
[2021 국감] 5년전 공약한 사회공헌기금 납부 7%에 불과
2015년 특별사면 논란 의식한 ‘면피용’ 공염불로 드러나
문진석 의원 “국토부·협회 관리 엉망, 건설사에 제재 강구”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입찰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던 대형 건설사들이 자정결의 실천의 일환으로 2016년 2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납부하기로 약속했으나 ‘공염불’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개 건설사들이 지난 6년간 납부한 기금이 약속한 2000억원의 7%인 약 14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업체들의 약속 미이행에 대해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사실상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충남 천안갑)이 국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초 납부했던 2016년 1월부터 올해 10월 1일까지 4대강 입찰 담합에 가담한 17개 대형 건설사들의 사회공헌재단 기금 납부액은 총 140억7000만원에 그쳤다. 지난 6년간 내놓은 사회공헌기금은 애초에 약속한 2000억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2년 72개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공사 입찰에서 부당공동행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이 적발됐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에게 총 1조2768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영업정지·업무정지·자격정지·경고 등의 처분과 함께 공공공사 입찰 참가도 제한했다.
이에 건설업계가 경영 악화를 호소하자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족쇄를 풀어줬다. 이에 국민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72개 건설사는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하 ‘재단’)’을 세웠고,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등을 주도한 17개 대형 건설사는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금액은 약 140억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약속을 파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회공헌기금 납부 현황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재단 출범 당시 17개 건설사가 납부한 최초 모금액은 총 47억원이었다. 이어 ▶2017년 1000만원 ▶2018년 34억2370만원 ▶2019년 24억8630만원 ▶2020년 17억5000만원 ▶2021년 17억원을 납부했다.
지난 6년동안 건설사별로 낸 금액을 살펴보면 삼성물산이 23억5000만원, 현대건설이 22억8000만원을 납부했다. 지난 6년 동안 20억원 이상 납부한 건설사는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2곳뿐이었다. 이어 ▶대우건설 16억원 ▶포스코건설 13억8000만원▶GS건설 13억3000만원▶DL이앤씨 12억6000만원 순이었다.
롯데건설(9억5000만원), SK건설(8억8000만원), HDC현대산업개발(7억5000만원), 현대엔지니어링(6억5000억원), 한화건설(3억원) 등 11개사는 6년간 10억원도 내지 않았다.
저조한 기금 출연 논란은 이미 2018년 국감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17개 건설사 중 10개 건설사는 기금 마련을 위한 납부 확약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확약서 제출 후에도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특히 확약서를 제출한 포스코건설과 DL이앤씨의 경우 올해는 단 한 푼도 출연하지 않았다.
기금 모금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건설협회 측은 [이코노미스트]에 “2018년에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당시 10대 기업이 확약서를 썼고, 매년 이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확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7곳 건설사에 대해서는 “2016년 당시 약속한 금액을 모두 납부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당초 기업별로 약속한 금액이나 납부 기한 등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자료가 없어서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이 사실상 2000억원 기금 조성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 않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건설협회와 함께 건설사들의 납부를 독려하고 납부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당시 약속은 자발적이었다. 법적으로 강제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관계자는 “애초에 제재를 쉽게 풀어준 것도, 기금 조성 발표 당시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정부에서 아예 건설사 담합이나 평가위원 로비 등을 적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17개 대형 건설사가 2016년부터 올해 9월까지 수주한 공공공사는 총 2624건으로 파악됐다. 수주액은 38조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40조원에 가까운 공공공사를 따내는 동안 사회공헌기금은 고작 140억원 납부에 그쳤던 셈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국민께 스스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는 건설사들이 공공공사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국토부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사건=
기금을 납부한 17개사를 포함한 72개 건설사들은 2012년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공사 입찰에서 부당공동행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행위가 적발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주도한 8개 건설사(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걸쳐 있는 15개 공사구역(공구)에 대한 정부 발주를 앞두고, 2008년 1월부터 서울 등지에서 모임을 갖고 공사배분을 위한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상위 6개사(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GS건설·SK건설)는 2개 공구씩 총 12개 구간을, 2개사(포스코건설·현대산업개발)는 1개 공구씩을 차지하게 됐다.
또 8개사가 주도한 담합 컨소시엄에 단순 참여한 점이 인정된 8개 업체(금호산업·쌍용건설·한화건설·한진중공업·코오롱글로벌·경남기업·계룡건설·삼환기업)는 8개사가 나눠 가진 14개 공구에 나눠서 참여했다. 대림산업(건설사업부)은 현 DL이앤씨(DL E&C)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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