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인 줄 알았던 영부인 가방 완판되자…코오롱FnC 매출 ‘훨훨’
김정숙 여사 ‘패션외교’ 속…60만원 대 국산 가방 주목
쿠론 스테파니 라인…영부인 효과로 5개월 만에 ‘완판’
뮤즈 신민아 효과도 톡톡, 디자인·소재·가성비 좋아 인기
코오롱FnC 3분기 패션업 비수기에도 매출 선방·적자 개선
#. “에르메스백 아닌가요?” 지난 6월 영국 콘월 주요 7개국(G7)정상회의. 이 자리에서 김정숙 여사는 남다른 패션 외교로 주목 받았다. 특히 인기를 모았던 사진은 미국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의 기념촬영 속 김 여사의 패션. 당시 그는 스트라이프 패턴이 입혀진 화이트 슈트 셋업에 브라운 블라우스를 입고 가방 역시 블라우스컬러와 같은 계열의 브라운 토트백을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스타일링이 공개되면서 뜻밖에 주목 받은 것은 김 여사의 토트백이다. 이 가방을 놓고 “에르메스 켈리백이다”, “해외OO사 브랜드 제품이다”라는 등 여러 추측이 나돌았다.
영부인이 든 이 가방은 수 천만원 몸값을 자랑하는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가 아닌 국산 브랜드 ‘쿠론’ 제품으로 알려졌다. 이름은 스테파니 클래식31. 가격은 63만8000원이다. 영부인 뿐 아니라 배우 신민아 가방으로도 유명세를 타면서 최근 완판 대열에 합류한 제품이기도 하다. 쿠론 등과 같은 브랜드 활약으로 코오롱FnC는 패션업계 비수기인 3분기 실적마저 선방했다는 평가다.
‘강남백’의 반란…매출 10배 뛴 비결은?
코오롱FnC 관계자는 “영부인이 국제행사에서 쿠론 백을 선택해 대내외 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서 “고가 명품브랜드 못지않은 소재와 컬러, 하드웨어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코오롱FnC 측은 쿠론 스테파니 클래식31을 리오더(재주문)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본래부터 500점만 선보이는 ‘한정판 제품’인 데다, 제품 자체가 세일즈(판매) 목적을 두지 않은 브랜드 레거시(유산)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영부인 효과’도 컸지만 업계에선 이미 쿠론의 거센 돌풍을 감지해 온 모양새다. 불황으로 패션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도 눈부신 매출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국내 토종 브랜드가 연 매출 1000억원대를 넘어서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한 것은 쿠론이 유일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쿠론은 가방 디자이너 석정혜씨가 2009년 강남구 청담동에 론칭한 브랜드다. 강남 아줌마들과 연예인들 사이에서 ‘값싸고 좋은 타조백’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10년 이 브랜드를 눈여겨보던 코오롱FnC에 인수됐다. 인수 당시 매출은 120억원이었지만 이후 매출과 몸집이 급성장해 현재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쿠론의 인기 비결은 스테파니, 재키, 세콰트레 등 탄탄한 라인이다. 인기 라인을 중심으로 매 시즌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도 장점이다. 수입 명품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과 품질을 보장하면서도 직장인 여성이 부담할 수 있는 가격대를 자랑한다. 쿠론의 인기 제품은 30만원대부터 60만원 전 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적절한 마케팅도 한몫했다. 쿠론의 뮤즈인 배우 신민아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매고 나온 백들은 대부분 완판됐다. 그 중 하나가 영부인이 들어 화제를 모았던 ‘스테파니 클래식백’, 또 다른 백인 밀라 레이디백도 3000개가 모두 완판됐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모델 신민아가 드라마에서 선보인 백들 모두 반응이 좋았다. ‘매일 들 수 있는 좋은 가죽 가방’이라는 쿠론의 이미지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면서 “본래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였지만 최근 몇 달 새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끈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존도 낮추자…성장 돌파구 마련
이 같은 실적 배경으론 ▲쿠론 등과 같은 메가 브랜드 성장 ▲골프웨어 브랜드(잭니클라우스, 엘로드, 왁, 지포어 등)의 매출 확대 ▲아웃도어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경쟁력 있는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의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이 꼽힌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난해 6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고 올해 들어 이 브랜드들이 기반을 닦으면서 신장세가 좋았다”면서 “신규 브랜드들과 코오롱스포츠, 커스텀멜로우 등 10년 가까이 된 브랜드의 안정정인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2“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3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4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5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6“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7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8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9“‘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