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종 이어 수도권 찍고 강남까지…아파트값 하락세 심상찮네
강남·서초·송파·강동 ‘강남 4구’ 실거래가지수도 하락
"하락세 시작됐다" VS "일시적인 숨 고르기 장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 매매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과 매매가격 하락 지표들이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서울 일부 지역까지퍼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달했다는 의견과 일시적인 ‘숨 고르기’라는 의견이 대립 중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둘째 주(1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0.10%→0.07%)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다. 수도권(0.14%→0.10%)과 지방(0.12%→0.08%)도 오름폭이 감소했다. 공표지역 176개 시군구 중 지난주 대비 상승 지역(163→157개)은 감소했지만, 보합 지역(2→5개)과 하락 지역(11→14개)은 증가했다.
우선 지방을 들여다보면 5대 광역시(0.08%→0.05%), 8개 도(0.16%→0.13%)가상승 폭이 축소됐다. 세종(-0.47%)과 대구(-0.03%)는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하며 조정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세종시는 지난해 행정수도 이슈 등으로 아파트 가격이 43.6%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한 곳이었다. 하지만 올해 7월 3주 이후 21주 연속 하락세를 보인다. 세종어울림파밀리에센트럴(1210가구)신규 입주물량 증가와 매물 적체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구 역시 신규 입주 및 미분양 물량 부담 등이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적정 입주량은 연간 1만1953가구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 1만3660가구에서 2021만 6284가구(추정)로, 2022년에는 1만9604가구(추정)로 적정 수요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던 세종시 마저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수도권 일부 지역도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는 45개 시군구 중 38개 상승 폭이 축소된 가운데, 화성시(0.11%→-0.02%)와 동두천시(0.01%→-0.03%)가 이번 주 하락으로 전환됐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다섯째 주(여주 -0.02%) 이후 1년여 만이다. 실제 화성 동탄역센트럴예미지 전용면적 96㎡는 지난 10월 (11억7000만원)보다 1억7000만원(14.5%) 빠진 10억원에 최근 거래됐다. 최고가인 지난 8월 12억 4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 4000만원(19.3%)이 빠진 셈이다.
서울도 외곽과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이다. 관악구는 지난해 5월 셋째 주 이후 1년 7개월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강북구는 상승률이 0.01%에 머물렀다. 주목할 것은 서울 아파트값 가격 하락세가 강남, 마포 등 서울 아파트값 상승 주요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값 실거래지수(2017년 기준 100)는 180.6으로 전월(179.8) 대비 0.42% 상승했다. 지수는 올랐으나 상승 폭은 4개월 연속 줄어 올해 3월 0.27% 상승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의 지수가 0.03% 하락했다. 마포·서대문·은평구가 있는 서북권은 이보다 큰 0.50%의 하락 폭을 보였다. 두 지역의 실거래가 지수가 하락한 것 역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시세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된 실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지수화한 것이다.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될 경우 변동 폭이 불안정한 한계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8월부터 본격화된 강력한 대출 규제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데다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에 따른 관망세 확대로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 위주로 팔리면서 실거래가 지수도 일부 하락 전환한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관측과 관망세 확산에 따른 일시적인 ‘숨 고르기 장세’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과 경기도는 풍선효과·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이미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서울 역시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받는 청약시장과 실제 매매시장 간의 괴리가 커 언제든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실거래가지수 하락은 부동산 가격이 너무 급등함에 따른 피로감으로 매도세와 매수세가 힘겨루기하는 상황”이라며 “하락세 전환이라고 보기는 좀 이르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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