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추천 이사제’ 또 총대 멘 KB금융 노조…금융권 확산 판가름
국회 노동이사제 개정안 통과 후 민간 첫 도전
KB노조 사외이사 추천 시도 5번째
국민연금 등 주주 설득이 관건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글로벌 전문가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한다. KB금융 노조로써 다섯번째 시도며, 올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현실화된 이후 민간 금융권에서 나온 첫 시도다. 법제화 분위기를 타고 민간 금융권에도 노조추천 이사제가 도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 ‘글로벌 전문가’ 김영수 후보 사외이사에 추천
이날 류제강 KB노조 의장은 “KB금융의 올바른 지배구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B금융 노조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번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시도했으나 아직 한번도 주주총회를 통과하진 못했다.
KB노조는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김영수 후보를 차기 사외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경쟁사와는 달리 사외이사진에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어 해외사업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판단이다.
류 의장은 “다시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은 경영참여의 목적이 아닌 주주이자 직원의 대표로서 회사가 해외사업에서의 약점을 보완해 글로벌 금융사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시도가 또다시 무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이번엔 가능할까
업계에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이 2020년에 노조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며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했던 만큼 이번에도 두 기관의 의견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0.96%에 달한다. 이번에도 ISS의 반대 의견이 있을 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KB금융 지분 9.7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에 소극적일 경우 KB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류 의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KB국민은행이 인수한 부코핀 은행이 제2의 BCC 사태가 안 될거라는 보장이 없다”며 “그 책임은 주주와 직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의 보완이 가능한 후보를 제시했기 때문에 주주들이 동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B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약 1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KB노조는 부코핀 은행의 지난해 적자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008년 9392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카자흐스탄 BCC은행에서는 1조원의 지분 평가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부코핀은행 인수는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방향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사진의 구성과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이사회 내에는 미국 월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글로벌한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많다”며 “특히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역임한 솔로몬 이사는 해외 근무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에 대한 주요 자문과 해외 주주대상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이사제 등 공공기관에 급물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노동자 대표의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 1명을 이사회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 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다. 금융 공공기관으로는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가 대상이다.
다만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선 찬반 의견이 나뉘는 모양새다. 노동이사제가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순기능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가 이사회까지 이어져 경영 부작용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앞으로 KB노조만 아니라 국책은행 노조들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노조 추천 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노조 측도 사외이사 추천을 시도했지만, 선임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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