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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 증시에 득일까 실일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가상승은 기업 비용 증가시켜 증시에는 마이너스 요인
운송관련 기업은 악영향 받지만 서비스업종은 덜 받아

 
 
11일 국제유가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94달러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국제 유가가 배럴당 94달러(브렌트유)를 넘었다. 10년 만에 처음이다. 2년 전에 유가 선물가격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일이 실제로 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지난해 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정도였으니까 1년 사이에 6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건 석유 수요와 공급 사이에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 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6%대였고,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도 4%를 넘었다. 실물경제가 좋아진 덕분에 원자재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공급은 수요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높은 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이나 2018년 같이 증산을 단행한 후 가격이 크게 떨어져 석유 시장이 망가지는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은 결과다.  
 
지난 1월 석유수출국(OPEC+) 회의가 열렸다. 증산 계획이나 눈에 띄는 발표는 없었지만, 가입국들이 현재 석유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관한 여러 힌트를 제공했다. 먼저 공급 전망이 변했다. 이전부터 OPEC+는 올해 석유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수치가 줄었다. OPEC+를 제외한 산유국들의 공급이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인데 하루 공급 초과분이 170만배럴에서 140만 배럴로 낮아졌다. 
 
또 하나는 증산 의지와 상관없이 공급이 늘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예상은 올해 7월에 OPEC+ 국가들의 채굴이 완전 정상화될 거로 봤지만 그 시기가 9월로 늦춰졌다.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의 생산시설 노후화로 증산이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1월에 생산 합의량과 생산량 사이에 하루 52만 배럴의 차이가 발생했다. 생산시설 노후화로 19개 산유국 중 12개 국가가 생산한도를 채우지 못한 결과다. 
 

지정학적 위험도 유가에 악영향을 미쳐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도록 만든 셰일 오일도 유가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이 미국의 시추 후 미완결유정(DUC)수가 4800여개 정도 된다고 발표했지만, 이 중 생산성이 낮은 곳을 제외한 실제 가용 미완결유정은 2800~3500여개에 지나지 않을 거로 추정된다. 
 
셰일 기업이 석유생산을 늘리기 힘든 상태이어서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인 BP, Exxon 등이 셰일오일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미국 행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셰일 오일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자금을 공급해 주는 기관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 공급이 벽에 부딪히면서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는 과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셰일오일이 석유 공급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는 시기는 3분기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석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탐사부터 시추, 생산까지 5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생산시설은 5년 전 유가 수준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5년 전인 2017년에 유가는 배럴당 45달러 정도였다. 적극적으로 석유를 개발할 동기를 제공하기 힘든 가격대인데,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가 상승에 한몫한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다. 따라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지 않은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얘기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비(非) OPEC국가들의 석유 생산 증가로 공급이 초과한 상태여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을 제재해도 유가가 오르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수요가 초과된 상태여서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유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전례 없는 규모의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독일도 가스관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미국-러시아 사이의 갈등이 에너지 가격의 추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기에는 정유업이 유망

 
높은 유가가 경제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지만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을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걱정하는 쪽에서는 유동성 공급의 후유증과 공급난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고유가가 더해졌기 때문에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2000년대 중반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갔지만 세계 물가상승률이 3%를 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더 낮아졌기 때문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제 영향이 적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돼 고유가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부분도 악영향을 줄이는 역할을 할거라 기대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다고 해도 상승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기저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 된다는 의미다. 올해 국내외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긴축이 강화되면 시간을 두고 경기가 나빠지는데 경기 둔화는 석유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에 석유 공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 둔화의 영향은 더 커진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좋을 게 없다. 2000년대 중반 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 때 주가도 유가와 함께 상승한 사례를 있어 유가 상승이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신흥국의 대두라는 특수 사정이 만들어낸 예외적인 경우일 뿐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  
 
유가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수혜 업종을 꼽는 정도에 국한해야 한다.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업종은 정유업이다. 정유회사는 두 가지 경로로 이익을 낸다. 하나는 정제마진으로, 석유 도입가격과 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든 후 받는 가격 사이의 차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따라서 늘어난다. 
 
두 번째는 재고이익이다. 원유를 도입했을 때 유가보다 현재 가격이 높으면 재고 관련 이익이 발생한다. 이 또한 유가가 오를 때 커지므로 유가가 오를 때 정유관련 기업은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업종은 악영향을 많이 받느냐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유가 상승을 통해 이익을 보기 힘들다. 예를 들면 자동차 등 운송관련 기업은 높은 유가의 악영향을 크게 받지만, 서비스업종은 제조업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형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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