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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있는 건물, 낙찰 받아도 될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유치권자 채권이 판결로 확정 받을 시 소멸시효 10년, 계속 점유 가능해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연합뉴스]
 
저는 2015년 5월 A씨로부터 작은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같은 해 7월 말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제게 공사대금 일부만을 지급했고 나머지 5억원 정도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축한 건물을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한편, A씨를 상대로 법원에 미지급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마침내 2016년 5월 지급명령이 확정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A에게는 저 아닌 다른 채권자도 있었는데요. 이 채권자의 신청으로 건물은 경매에 넘겨졌고 법원 경매 결과 B씨가 2021년 1월 1일 이 건물을 낙찰 받아 소유권을 취득했습니다. B씨는 제가 A에게 가지고 있는 미지급 공사대금 채권에 관한 지급명령의 효력이 자신에게는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 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면서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 건물을 인도해 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더 이상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며 도급받은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 즉 공사대금 채권은 소멸시효가 3년에 불과합니다(민법 제163조 3호). 그러나 판결에 의해 확정된 채권은 공사대금채권이라 할지라도 소멸시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됩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제보자님 사례와 같이 지급명령신청에 의해 확정된 채권 역시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지요(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 즉, A씨의 공사대금채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아닌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되는데요.  
 
다만 이 지급명령신청은 A씨에 대한 것이므로 경매에서 이 건물을 매수한 B씨에게도 같은 소멸시효 기간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만약 B에게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주장할 수 없다면 질문자는 B씨에게 건물을 인도해야만 합니다. 유치권이란 간단히 말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채무자의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인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면 이미 2019년경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유치권 성립에 필요한 ‘피보전채권의 존재’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유치권이 성립된 부동산의 매수인은 -중략- 유치권자에게 채무자의 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채무자의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확정판결 등에 의하여 10년으로 연장된 경우 매수인은 그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연장된 효과를 부정하고 종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을 원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다39530 판결).
 
즉, 이 건물을 낙찰 받은 B씨가 질문자의 공사대금채권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결국 질문자의 공사대금채권은 지급명령 확정일인 2016년 5월로부터 아직 10년이 경과하지 않아 유효하게 존재하고, 다른 사정이 없다면 유치권도 인정되기 때문에 B씨에게 이 건물을 인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자는 뱅가드 법률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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