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압력’ 문형표·홍완선 “유죄”
“합병 공시하지 않았으나 자본시장에선 이미 예상”
“이사회 결의 전일 무렵 주가는 합병 영향 받았다”
“경영권 가진 지배주주가 유리한 합병시기 선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논란이 재판 시작 5년 3개월여만에 ‘유죄’로 최종 결론을 맺게 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직권 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문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는 홍 전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징역 2년 6개월을 결정했다.
1심에선 두 사람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삼성합병 안건을 챙겨보라”)를 인지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불복한 두 사람의 상고로 사건은 2017년 11월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대법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법원에 주식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한 사안에서 2심 결정(매수가 인상)을 확정했다. 앞서 2심에선 “합병을 결의할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으므로 기존 보통주 매수가 5만7234원을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6602원으로 새로 정하라”고 판정했다.
대법원은 “합병을 공시하진 않았으나 그 전에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합병을 예상해 자본시장법 및 그 시행령에서 정한 날(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의 시장 주가는 합병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대볍원은 또한 “지배주주가 계열회사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지배주주 스스로에 가장 유리한 합병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사정만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 주가는 공정한 주가보다 높거나 낮게 형성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계열회사 간의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할 땐 합병의 영향을 받는 시점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적어도 제일모직의 신규상장으로 합병이 어느 정도 구체화한 뒤 구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합병의 영향으로 공정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이라는 시점은 구 삼성물산 주식의 공정한 매수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비합리적”이라며 “신청인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서 합병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때는 합병 가능성이 구체화된 제일모직 신규 상장 무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결을 제시했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복지부 안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삼성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며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홍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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