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숫자 ‘껑충’…운전자보험, ‘2억’까지 늘려야 한다?
2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스쿨존 658곳서 800여곳으로 증가
운전자보험 개정 판매, 보상한도 상향…가입자에 실질적인 도움될까
손해보험사들이 20일 도로교통법 개정에 맞춰 기존 판매하던 운전자보험의 보장을 확대하고 나섰다. 지난 2020년 3월 시행된 ‘민식이법’으로 운전자보험 가입자를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던 손보사들은 이번 도로교통법 시행 때도 판매량 상승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형사합의금(교통사고차리지원금) 보상 한도 상향 등 손보사들의 상품 개정이 실질적으로 가입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일부터 새 도로교통법 시행, 운전자보험 수요↑
운전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최근 더 늘어난 것은 20일부터 시행된 새 도로교통법 때문이다.
새 도로교통법은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658곳에서 800여곳으로 늘어나는 것이 골자다. 스쿨존 내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어린이(만 13세 미만)가 사망하게 되면 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다치게만 해도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스쿨존이 늘어나는 만큼 운전자들의 보험가입 수요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2020년 3월, 스쿨존 내 사고 시 벌금 및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이후 운전자보험 판매량은 급증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민식이법이 시행된 다음달인 2020년 4월,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건수는 83만건으로 1분기 월 평균 대비 2.4배나 증가했다. 또 2020년에만 운전자보험은 약 500만건이나 판매되며 업계 최고 히트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에 손보사들은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에 맞춰 기존 운전자보험 보장을 확대하는 식으로 또 한번의 ‘잭팟’을 기대 중이다.
이달 삼성화재는 다이렉트 ‘착’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한도를 최대 2억원으로, 25주 이상 부상은 최대 1억5000만원으로 한도를 늘렸다. KB손보도 ‘KB운전자보험과 안전하게 사는 이야기’의 교통사고처리보장 특약 보장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은 이미 지난해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보장 한도를 2억원으로 늘린 상태다.
2020년 3월 민식이법 시행 당시에는 손보사들이 벌금 한도를 기존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는 식의 마케팅을 펼쳤다. 민식이법 위반 시 최대 벌금액이 3000만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형사합의금 보장을 확대해 가입자를 늘리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벌금 3000만원·형사합의금 2억원 사고? 매우 드물 것”
한 손해사정법인 관계자는 “대형사고를 내면 법원 판단에 따라 벌금이 3000만원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대체로 스쿨존 내에서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 수백만원 정도의 벌금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형사합의금 법원 판례를 보면 상대방 사망 시 최대 합의금은 1억원 수준”이라며 “물론 사고 케이스와 법원 판단에 따라 합의금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최대 한도가 2억원인 상품을 굳이 가입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들은 법 개정 때가 되면 가입자의 불안감을 고조시켜 보험에 가입시키는 전략을 쓴다”며 “손보사들의 이번 운전자보험 보장 한도 확대도 마케팅 차원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한도 경쟁으로 보험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12대 중과실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지급하는 피해자부상치료비(피부치) 특약이 인기를 끌자 경쟁적으로 한도를 늘려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손보사들의 무리한 판매 경쟁 속 피부치 보장금액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보고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손보사들은 이후 피부치 보장금액을 낮추기 시작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 비해 손해율이 안정적이고 가입기간도 긴 편이라 손보사 입장에서 효자상품”이라며 “판매 경쟁에 빠지기 쉬운 상품인 만큼 손보사들이 무리한 보장 한도에 나서는 것은 아닌지 금융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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