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P로 4캔 주세요”…‘MBTI’ 알파벳 적힌 맥주까지 나왔다
MBTI 활용한 마케팅 상품 잇따라 출시하는 유통업계
맥주, 의상 추천에 호텔 패키지까지…과도하단 지적도
재미 있지만 장기적 트렌드 되기 어렵단 전문가 분석
“우리 함께, 오늘 저녁에, 행복을 꿈꾸며, 걱정 없이 즐기자”
MBTI 맥주 ‘맥BTI’ 캔에 적힌 멘트를 성격유형에 맞춰 조합해보니 위와 같은 문장이 나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MBTI 검사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MBTI는 1994년에 개발된 심리검사로, 크게 4가지 분류 기준을 두고 총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나눠 설명한다.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E, I, N, S, F, T, P, J 중 4가지 알파벳을 조합한 성격유형을 갖게 된다.
MBTI 맥주에 소주까지…너도나도 MBTI 마케팅
제주맥주는 이달 중순 편의점 GS25와 손잡고 MBTI를 활용한 신상 맥주 ‘맥BTI’를 선보여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맥BTI는 총 4종으로 출시됐고 캔 양면에 ‘E-I’, ‘N-S’, ‘F-T’, ‘P-J’ 등 각각 다른 알파벳이 적혀 있어 개인의 검사 결과에 맞춰 4캔씩 조합하면 16가지 성격유형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캔마다 알파벳별 성격을 표현하는 멘트도 적혀 있어 4캔을 조합하면 개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한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는 재미요소도 갖췄다. 맥BTI 한 캔 가격은 3500원이고 4캔 구매 시 1만1000원이다. MBTI를 나타내기 위해선 4캔을 사야 해 가격 마케팅과도 잘 어울리는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맥BTI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선수를 모델로 내세웠다. 곽 선수가 지난 4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MBTI를 맥BTI 상품으로 나타내 인증샷을 올리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GS25 관계자는 “4캔씩 세트로 구매해 자신의 맥주 MBTI 인증샷 놀이를 하는 등 20·30대의 큰 호응을 얻어 상품 출시 5일 만에 17만여개가 판매됐다”고 전했다.
좋은데이를 제조하는 주류업체 무학도 MBTI를 활용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MBTI 소주가 정식제품으로 따로 출시된 것은 아니고, 상권에서 판촉활동을 할 때 소비자에게 MBTI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면서 알파벳 스티커와 제품 라벨을 증정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격유형별 옷 스타일링에 호텔 패키지까지
의류업계와 호텔업계도 MBTI를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애슬레져(애슬레틱+레저) 브랜드 뮬라웨어는 MBTI를 적용한 ‘퍼스널 애슬레저 웨어 컬렉션’을 내놨다. 성격유형에 따라 ‘탐험가형·관리자형·외교형·분석형’ 등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16가지 운동복 패션을 제안하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은 ‘탐험가형(ISTP, ISFP, ESTP, ESFP)’에게는 눈에 띄면서 차별화된 스타일을 제안하고, 차분하고 세련된 ‘관리자형(ISTJ, ISFJ, ESTJ, ESFJ)’에게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세련된 아이템을 추천하는 식이다.
여성 의류 브랜드 미쏘(MIXXO)도 MBTI를 적용해 의상을 추천해주고 있다. ‘정석 추구형’, ‘자유로운 영혼형’, ‘합리 추구형’, ‘조화 중시형’ 등으로 분류해 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벤트를 기획해 선보였다.
MBTI 유형별 맞춤 호캉스 패키지도 나왔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플랜 포 유’와 ‘두 잇 유어 웨이’ 2종의 패키지를 출시해 내향형과 외향형을 각각 대표하는 MBTI인 ‘ISTJ’와 ‘ESTJ’에 맞는 여행 패키지를 구성했다. 내향형인 I 유형 고객에게 추천하는 플랜 포 유는 사우나와 웹툰 대여 서비스가 포함돼있고, E 유형에게는 두 잇 유어 웨이 패키지를 추천해 다양한 액티비티와 프로그램을 선택해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신뢰도 떨어지는 MBTI, 장기적 트렌드 되긴 어렵단 분석
유통업계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소비자를 겨냥한 MBTI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과도하단 지적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MBTI가 처음 나왔을 땐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이젠 좀 지겹다”며 “검사할 때마다 결과도 다르게 나올 때가 많아서 MBTI를 잘 믿지 않는데 관련 제품과 콘텐트가 쏟아지고 있어서 살짝 거부감도 든다”고 밝혔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MBTI 유형별 옷 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트가 많은데 사실 재미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실제 취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옷을 고를 때 MBTI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MBTI를 활용한 마케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는 “과거 혈액형 마케팅이 잠깐 유행했던 것처럼 요즘엔 MBTI 마케팅이 인기인데 이러한 유형화 마케팅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다”며 “MBTI의 경우 기분에 따라서 하루에 몇 번씩도 변할 수 있어 신뢰도가 떨어지고 진정성을 찾기 어려워 장기적인 트렌드로 활용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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