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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 망령이 반세기만에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은행은 26일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 발표
“금속·광물·식량·연료·비료 가격 고공행진 계속”
소득 대부분 식량·연료 구입하는 저소득층 압박

 
 
휘발유 가격이 1L 당 2343원으로 치솟은 4월 5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세계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inflation) 초래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앞으로 3년여 동안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세계경제가 1970년대 겪었던 물가 상승, 경기 후퇴 등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 공동저자 피터 네이글 세계은행 경제학자는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커 전 세계 가계가 생활비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소득의 대부분을 식량과 에너지 구입에 지출하는 가난한 가정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분야는 에너지 분야다.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천연가스는 2020년 4월 이후 가격이 배 이상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각국의 에너지 확보와 가격 억제로 천연가스 가격이 내년과 2024년에 다소 하락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보다는 15%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유가도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1bbl(배럴)당 100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1%로 세계 3위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유럽이 많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 곡물 가격도 치솟고 있는 가운데 .14월 7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의 곡물가게. [연합뉴스]
 
세계은행은 식량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 식량가격지수는 60년 전 가격지수를 도입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오를 대로 크게 오른 식량 가격이 앞으로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밀 가격이 42.7%(달러 기준), 보리 33.3%, 콩 20%, 식용 기름 29.8%, 닭 41.8%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과 S&P 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전까지만 해도 세계 밀 수출의 약 28.9%, 식품 가공에 중요한 해바라기씨 공급의 약 60%를 각각 차지했다. 이 밖에도 세계은행은 비료·금속·광물 등 다른 원자재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인더미트 질 세계은행 부총재는 “현 세계 경제 상황은 1970년대 이후 겪었던 최대 쇼크 수준이며 식량·연료·비료 등의 무역에 대한 제한이 급증하면서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며 “정책입안자들은 국내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기회를 이용하고 세계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는 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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