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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제동에 희비 엇갈린 노사…재계 ‘우려’, 노동계 ‘환영’

대한상의 “줄소송 사태, 인력경직성 심화 우려”
모든 임금피크제 적용 안 돼, 개별 타당성 고려해야
한국노총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 독려 나설 것”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에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가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대법원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걸면서 재계와 노동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연장해 일할 기회를 늘려주는 제도다. 기업부담을 덜면서 고용 안정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2000년대 들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뒤 2016년부터 노동자의 정년이 60세로 늘면서 많은 기업으로 확산했다.  
 
재계는 이를 문제 삼으면 기업의 부담만 커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노동계는 임금피크제가 도입 취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대법원 판단을 반기는 상황이다.  
 
26일, 대법원은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 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재계는 입장문을 내고 임금피크제 제동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전경련은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 합의로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판결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는데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임금피크제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를 무효로 하면 청년 일자리, 중장년 고용불안 등 정년연장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줄소송 사태와 인력경직성 심화로 기업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총은 “대법원이 모든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개별 사건별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본 만큼 임금피크제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총은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고용불안, 청년구직자의 일자리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향후 관련 판결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내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6일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지금 같은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뒤 노동자에게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세져 불만이 커지고 수당 삭감 등으로 갈등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오늘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현장의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며 “현장 지침 등을 통해 노조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서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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