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왕의 귀환’…비트코인 점유율이 최고치 찍은 이유
비트코인 도미넌스 46% ↑…올 들어 최고 수준
이더리움·테라·他 알트코인 붕괴 등 영향
곧바른 비트코인 투자는 금물…글로벌 증시 살펴야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루나 사태 등의 악재로 싸늘하게 식었다지만 ‘대장주’ 비트코인은 다른 코인보다 적은 낙폭을 보이며 선방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1일 오후 5시 기준 올해 1월 1일 대비 비트코인은 29.56% 하락했다. 주식 시장과 비교하면 큰 낙폭이지만, 같은 기간 이더리움이 44.67% 떨어지고, 리플은 48.2%, 솔라나는 71.9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코인 시장 폭락 중 그나마 선방한 비트코인은 시장 지배력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나머지 암호화폐 시장과 비교하는 ‘비트코인 도미넌스(BTC.D)’는 46.4%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46.55%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해 초만 해도 37~3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수 개월간 다른 알트코인(비트코인 외의 코인)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멀어지는 이더리움 ‘머지’
이더리움은 지난 몇 년 동안 활용 범위를 넓히고 거래비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머지(Merge)’라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준비해왔다. 머지를 통해 기존의 작업증명(PoW) 방식 대신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되면 보다 컴퓨팅 자원을 덜 소모해 친환경적이고, 가스비(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한때 가격 상승률이 비트코인을 능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의 지분증명 전환 업그레이드는 여러 차례 지연됐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해 여러 개발자는 2020년부터 ‘이더리움 2.0’을 주창했지만 가장 첫 단계인 지분증명 전환도 완성되지 못했다. 올해의 경우 코빗 리서치센터를 비롯해 여러 기관이 6월 이전에 지분증명 전환을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개인 암호화폐 분석가 OxHamZ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자자들이 이미 (이더리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과대광고’에 가격을 책정했다”며 “이 때문에 머지 업데이트 이후에도 이더리움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99.99%’ 테라의 몰락
한때 시총 10위 안에 들었던 두 코인이 몰락하는 과정을 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비트코인 거래량도 곱절이 넘게 늘었다. 루나 가격이 급락하기 전 사흘 간(5월 7~9일) 비트코인 평균 거래량은 273억 달러(약 33조7837억원)였던 반면, 이후 사흘(5월 10~12일) 평균 거래량은 594억(약 73조5075억원) 달러였다.
알트코인들의 ‘떼죽음’
알트코인을 기반으로 생성되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인기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주요 NFT 마켓플레이스의 지난달 30일 기준 월간 거래량은 40억 달러로 지난 1월 대비 75% 줄었다. BAYC와 엑시인피니티(AXS) NFT 등 규모가 거대한 NFT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이는 NFT에서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현금 등으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지금 투자?…“주식과 커플링 주의”
무엇보다 지난 수개월 동안 비트코인은 주식과 함께 움직이는 ‘커플링(동조화)’ 경향이 심해졌다. 비트코인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의 상관도를 보여주는 지수는 지난해 5월 0.15 수준이었으나 지난달 27일 기준 0.73을 기록했다. 숫자가 높을수록 시세가 같이 움직인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트코인 투자의 적기를 찾기 위해선 글로벌 증시를 주시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고래’로 불리는 암호화폐 큰 손들이 최근 비트코인을 빠르게 거래소로 옮기고 있어 대규모 매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줄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수석애널리스트는 “과거 고래들이 이 속도로 거래소로 코인을 옮기고 있을 때 가격 조정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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