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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이 아니라 ‘생내장’…‘멀쩡한 눈 수술’하고 보험금 타가

1분기 백내장 실손 청구액만 4500여억원…역대 최고치
강남 등 일부 안과 청구 쏠림 현상…지급기준 강화 앞두고 집중 환자 유치

 
 
병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
올 1분기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이후 증가세를 보인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가 최근 절정에 다다른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해 보험금을 타내는 일명 ‘생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일부 안과들의 보험사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백내장 실손보험금, 5년만에 ‘700억원대→ 1조원대’

7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백내장수술로 지급된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금은 올 1분기 약 4570억원(잠정)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사상 역대 최고치다.  
 
전체 실손보험금 대비 백내장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세다. 지난해 실손보험 전체 지급보험금 중 백내장 수술 비중은 9% 수준이었지만 올 1월에는 10.9%, 2월에는 12.5%, 3월에는 17.4%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지급된 보험금만 약 2053억원이다. 또 손보사 10곳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일평균 청구금액은 지난해 41억원 수준에서 지난 3월에는 110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최근 5년을 봐도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액 상승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년 779억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2020년 6480억원까지 치솟았다.  
 
[자료 생명손해보험협회]
 
심지어 지난해에는 전년의 약 2배 수준인 1조152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1000억원도 안되던 백내장 실손보험금 수준이 5년만에 약 10배나 증가한 셈이다.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은 올 1분기에만 4500억원대를 기록했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연간 2조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을 말한다. 이에 흐릿해진 눈의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교체하는 것이 백내장 수술이다. 수술과정이 비교적 간단한 편이라 수술을 진행하는 환자도 많은 편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받은 33개 주요 수술 중 건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술이 많은 만큼 보험금 청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보험업계는 강남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손보사 4곳의 백내장 수술 관련 평균 지급보험금은 지급 상위 10개 안과가 49억원이었지만 나머지 안과는 1억7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 안과들이 백내장 진단 검사 때 해상도를 낮추거나 밝기를 높여 잘 보이지 않게 하거나 특정 색상 필터를 덧씌워 백내장이 심각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고 환자에게 알린 뒤 백내장 수술을 받게 하는 식이다. 또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및 거짓청구 권유 등 과잉수술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치료의 보험금이 이렇게 치솟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성실히 보험료를 냈고 보험금을 타간 것인데 뭐가 문제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러면 보험사 손해율이 높아져 선량한 다른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백내장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의 민원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는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환자상태 및 검사결과, 의무기록이 서로 불일치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환자가 제출한 의무기록 상에는 백내장이 있다고 기재돼 있지만 첨부된 세극등현미경검사 영상에서는 백내장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 등의 케이스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안과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본인이 백내장 진단을 받은 게 맞는 것인지 사전에 보험사에 문의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안과, ‘백내장 폭리’ 심화 

2016년 이후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치솟은 것은 의료계가 2016년 다초점렌즈 비용 자체를 낮추는 대신 검사비, 수술비를 대폭 인상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6년 이전 국내 주요 안과에서는 백내장 수술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인 단초점렌즈를 사용하는 대신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고가의 비급여항목인 다초점렌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6년 1월 이후 다초점렌즈 비용을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표준약관이 변경됐다. 다초점렌즈가 백내장 질환의 치료목적인 단초점렌즈에 시력교정 기능까지 더해진 것이라는 이유다. 실손보험은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이나 성형, 시력교정은 보상해주지 않는다.
 
그러자 일부 안과들은 다초점렌즈 비용을 낮추고 백내장 검사비, 수술비 등을 크게 올리기 시작했다. 2016년 이후 백내장 치료 자체의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증가한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안과들이 다초점렌즈의 비용까지도 크게 올려 실손보험에 교묘히 적용시키는 등의 행위가 빈번한 상황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제도 변경 시마다 비급여 가격이 임의적으로 크게 변동돼왔다”며 “최근 실손보험금이 치솟은 것은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청구액이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 지급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국과 보험협회는 지난달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보험금 지급 심사를 대폭 강화한 상태다. 안과들이 지급기준 강화 전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집중 유치했다는 얘기다.
 
다만 향후에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감소할 여지가 있다. 당국과 협회가 지난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백내장수술 보험사기 특별신고포상금제도(최대 3000만원)를 시행했고 여러 신고를 접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국과 협회는 포상금제도를 이달 말까지 연장 시행한다. 지속적인 효과 분석을 통해 유효성이 입증되면 또 재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의료계는 백내장 수술 권유 및 실손보험 사기와 관련해 일부 의사의 문제라는 분위기다. 지난달 열린 제29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황홍석 대한안과의사회 회장은 “백내장 보험사기와 관련된 의사는 전체 1%에도 못 미친다”며 “금감원이 전체 안과 의사들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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