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제네릭 가격 ‘빅컷’ 예고…R&D·고용까지 흔드는 제약산업 구조 리스크
- [약가 인하 후폭풍] ①
약가 인하 시, 59개사 연간 매출 손실 총 1조2144억원 추산
"혁신 신약 R&D 세제 지원 등 산업 경쟁력 함께 논의 돼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값을 대폭 인하하는 방향의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일괄 약값 인하 시행 이후 약 7년 만에 복제약 및 특허만료의약품 가격 체계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예고하자, 업계에서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복제약 및 특허만료의약품의 약값 산정률은 원본 의약품 대비 현행 53.55%에서 새 제도 시행 시점인 2026년 7월께 4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1년간 59.5% 수준의 약값을 인정해 온 '복제약 최초 등재에 따른 약가 가산 제도'는 폐지된다.
약가 정책 개편과 함께 '계단식 약값 인하' 제도도 강화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동일 성분 의약품 중 등재 순서 10번째까지는 기준 가격을 적용받지만, 11번째부터는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값이 낮아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소·중견 제약사에 쏠리는 충격
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이 같은 기준이 신규 품목뿐 아니라 기존에 등재된 의약품에도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제품 역시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약값이 조정되면서, 단기간 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복제약 약값의 국제 비교상 고평가 문제를 개편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기업 존립과 산업 경쟁력에 구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내 제약사의 수익성은 이미 한계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임상·허가 비용 증가로 비용 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약값 인하는 기업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업계 설문조사에서도 수치로 확인됐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벌인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제약 약값을 40%로 인하할 경우 응답한 59개사의 연간 매출 손실 규모는 총 1조21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233억원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이 10.5%로 가장 컸고, 중견기업 6.8%, 대형기업 4.5% 순으로 나타났다. 약값 인하의 충격이 중소·중견 제약사에 집중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약값 인하 대상 품목은 총 4866개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75% 이상이 중견기업 제품이었다.
"보건 안보·산업 경쟁력 모두에 부정적 영향”
수익성 악화는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문 결과 응답 기업들은 향후 연구개발비를 평균 25.3%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기준 1조6880억원 수준이던 R&D 투자는 2026년까지 약 427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설비투자 역시 평균 32% 축소가 예상됐으며, 특히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감소율은 52%에 달했다.
고용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응답 기업들은 약가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총 1691명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종사자의 9.1%에 해당하는 규모로, 중견기업의 인력 감축 비율은 12%를 웃돌았다. 제약산업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 여파가 고용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업 차질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74.6%는 복제 의약품 출시를 전면 또는 일부 취소하거나, 출시 계획을 변경·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약값 인하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할 때 신제품 개발과 시장 진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으로는 ▲채산성 저하에 따른 생산 중단 ▲R&D 투자 감소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저가 원료 대체 등이 꼽혔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이 바이오의약품과 혁신 신약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복제약 수익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축적해 온 구조가 흔들릴 경우 경쟁력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도 최근 신년사를 통해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노 회장은 “약가 제도 개편안은 연구개발 투자 여력 위축과 고용 감소,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가 정책을 단순한 재정 절감 수단으로 접근할 경우 보건 안보와 산업 경쟁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단계적 시행과 보완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제도 시행 이후의 사후 보완이 아닌 설계 단계에서부터 산업 생태계와 건강보험 재정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값 인하라는 정책 목표와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 전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한국 제약산업의 체질과 미래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약값은 단순한 비용 절감 대상이 아니라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산업의 '현금 흐름'"이라며 "수익 기반이 무너지면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 고용까지 연쇄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값 인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신약이나 필수 의약품에 대한 인센티브, 연구개발 세제 지원 등과 연계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재정 절감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면봉 개수 → 오겜2 참가자 세기.. 최도전, 정직해서 재밌다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2/21/isp20251221000019.400.0.jpg)
![갓 잡은 갈치를 입속에... 현대판 ‘나는 자연인이다’ 준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21/isp20251121000010.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코인 멍청? 무가치? 금융 핵심 됐다” 포브스 5대 낙관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이데일리
현주엽, '갑질 논란' 후 충격 근황.."세상과 단절"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첫 수혜는 몇 년생?”…65세 정년연장 시계 빨라진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only 이데일리]베인캐피탈, 국내 1위 애슬레저 '안다르' 모회사 지분 인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김종우 듀켐바이오 부회장 “내년 국내 유일 치매진단제 매출 두배 증가 전망”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