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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원료·완제품 운송 책임진 마켄, 한국 물류센터 건설 이유는?

[인터뷰] 게릿 오펜하우저 마켄 부사장
전 세계 25개국에 의약품 전문 물류센터 운영
영하 70℃ 유지 등 까다로운 운송 조건 충족해
바이오의약품 성장에 의약품 전문 물류업체 주목
9일 인천 서구에 아시아 최대 물류센터 개관식

 
 
글로벌 의약품 물류기업 마켄(Marken)의 게릿 오펜하우저 부사장이 인천 서구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6월 9일 개관한 인천 센터는 마켄의 아시아 거점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사진 마켄]
지난해 전 세계 제약업계는 코로나에 맞서 두 가지 전쟁을 치렀다. 백신 생산이 그중 하나다. 모자란 물량을 확보하려고 각국 정부가 외교전을 벌였다. 한국도 대통령이 직접 미국으로 가 위탁 생산 라이선스를 받아왔다.
 
또 다른 전쟁은 운송에서 벌어졌다.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영하 70℃ 이하 극저온 냉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옮겨야 한다. 2~8℃에서 냉장하면 되는 기존 백신과는 다르다. 또 운송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상태를 확인·제어하는 시스템을 함께 필요로 한다. 이렇게 일반 물류보다 운송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콜드체인 물류’로 부른다.
 
글로벌 물류기업 UPS의 사업부인 UPS헬스케어는 운송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업체 중 하나다. 지금까지 백신 13억 도즈 분량의 원료와 완제품을 세계 각지에 운송했다. 국내 유력 위탁생산업체도 UPS헬스케어를 통해 원료를 수입하고 완제품을 수출한다. 또 UPS 자회사 마켄(Marken)은 코로나 봉쇄 상황에서 백신 임상물질을 환자 집으로 배송하는 일을 맡았다. 제약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임상을 끝내는 데 한몫한 것이다.
 
마켄은 최근 한국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 일대에 콜드체인 물류센터를 짓고 6월 9일 개관식을 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영종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인천 센터가 나온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수요를 감당할 만한 위치다. 규모도 중국·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 있는 센터 중 가장 크다(3305㎡). 개관식에서 만난 게릿 오펜하우저(Gerit Offenhauser) 마켄 부사장은 “글로컬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의약품 운송, 비스포크가 경쟁력”

팬데믹이 끝나간다. 센터가 새로 필요한가?
백신 말고도 검체, 임상시험 샘플, 바이오의약품,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줄기세포 등의 원료 등을 모두 이곳 물류센터를 통해 수출입하게 된다.
 
주변국보다 시장이 작을 텐데.
무엇보다 임상시험 시장에 주목했다. 확실하고 안전하고 신속하게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국가에 거점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임상 환자를 확보하기 쉽고, 데이터도 믿을 만하다. 관련 시장도 매해 10%씩 커진다. 전 세계 평균 성장률(3.5%) 보다 훨씬 높다. 또 바이오시밀러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임상은 제약사나 전문 수탁기관(CRO)에서 맡지 않나?
문제는 운송이다. 의약품마다 필요로 하는 관리 조건이 다르다. 특히 임상 단계에 있는 약물은 많이 만들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운송 설비를 갖추려면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 또 사고가 나면 다시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의약품에 따라 비스포크(맞춤형) 할 수 있는 우리 시설을 찾는다.
 
한국에는 콜드체인 업체가 없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규정(GMP) 인증을 받은 물류업체는 많지 않다. 쉽게 말해 의약품 제조사 수준의 설비를 갖고 있으니 믿고 맡겨도 된단 뜻이다. 예를 들어 운송을 잘했어도 나중에 식약처에 온도 유지를 제대로 했는지 증빙자료를 내야 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자격이 없다.
 
실제 업계에선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많게는 13억 달러가 든다고 보는데, 가장 큰 이유가 10년 이상 걸리는 개발 기간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제약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신약후보물질 임상에 적합한 환자를 걸러내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임상 샘플을 주고받는 물류 단계에서 사고를 줄이는 것도 여러 노력 중 하나다. 덕분에 업계에선 전 세계 임상시험 물류 시장이 2018년 34억7000만 달러에서 2024년 41억70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조 달러가 넘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매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8년 전 세계 매출액 상위 50개 의약품 중 27개가 콜드체인이 필요한 바이오의약품이었다. 업계에선 2025년까지 매해 10~20개의 세포·유전자치료제가 미국 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은 2018년 2조2300억원에서 이듬해 2조6000억원으로 16.55%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시장 성장률(5.16%)을 크게 앞지른다.
 
애리엇 반 스트리엔(Ariette Van Strien) 마켄 글로벌 사장은 9일 개소식에서 “이번 투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에 특히 중요하다”며 “임상시험에서부터 제품 시판에 이르는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개관한 마켄의 콜드체인 물류센터. 백신을 비롯해 검체, 임상시험 샘플, 바이오의약품 등이 이곳을 거쳐 수출입하게 된다. [사진 마켄]

“전 세계 백신 임상 샘플 절반, 우리 통해서”

팬데믹 때 의약품을 환자 집으로 직접 배송하는 일도 했다고 들었다.
82개국에서 홈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상과 연결되는데, 특히 희귀병은 환자 찾기도 어렵고, 환자 입장에서도 병원 오기가 힘들다. 의사가 처방하면 우리가 약을 환자 집으로 보내고, 간호사가 집에 가서 약을 투여하고 채혈해서 다시 연구소로 보내는 식으로 진행한다. 의사의 비대면 처방을 허가하지 않던 나라도 봉쇄조치를 내리면서 임시로 허가한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도 허가를 받은 연구 프로젝트가 있어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팬데믹 당시 많은 역할을 했다.
백신 임상과 관련해 저희가 케이스의 절반 정도는 지원했다고 말할 수 있다. 유행 초기 때부터 mRNA 백신이 등장할 거란 전망이 내부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관련 설비를 마련하는 데 투자를 많이 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선 초저온 설비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는데, 저희가 직접 수억 달러를 투자해서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도 있다. 초기에 빠른 판단을 내린 게 주효했다.
 
우크라이나에도 센터가 있다.  
센터도 운영하지만, UPS 파운데이션을 통해서도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임시 발전기, 24시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명감이 남다르겠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우리는 들어갔다. 코로나 초기 각국 규제가 다르고 어떻게 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국 우리는 어떤 프로토콜을 적용할지 솔루션을 찾아냈다. 우리 설비에서, 우리를 통해 가야 하는 의약품이 또한 우리의 가족에게 전달돼야 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한다.

문상덕 기자 mosad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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