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미래 모빌리티 핵심 배터리를 잡아라"[더 안전하게 더 멀리 배터리의 진화③]

전동화 혁신과 미래 배터리 시장의 전망
배터리 성능 여하에 따라 전기차 성능 좌우
향후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 경쟁 더욱 치열해질듯

 
 
 

올해 3월 12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 1000조원에 이르는 매머드급 투자가 이어지면서 국내외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첨단 기술은 국가 경쟁력이자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초점을 맞추면 첨단 기술 범주에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기차 제조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성능 여하에 따라 전기차 전체의 향방을 결정한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안정된 배터리 보급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함께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전기차가 활성화되기 전인 약 20년 전부터 배터리가 미래 모빌리티를 좌우한다는 인식 하에 선도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글로벌 순위는 전체 2, 5, 6위 정도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국내외 주요 배터리 기업이 보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이 있다. CATL은 이를 통해 고속 성장했고 점차 규모를 키우며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유럽이나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만 판단하면 국내 기업이 세계 1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CATL 등 중국의 공세는 점차 거세지고 있고 일본 등 타 배터리 기업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철저한 시장 분석 그리고 안정된 보급 등은 모두가 마찬가지이지만 국내 배터리 3사에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가격 때문이 아니다. 배터리 성능 여하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도 좌우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이른바 '제로백'은 물론이고 주행거리와 화재로부터의 안전성 등 모든 요소가 연결된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례의 경우 차량이 충돌한 지 수초 만에 온도가 800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으로 온도의 급격한 상승이 이뤄졌다. 이 현상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근본적인 한계다. 앞으로 모든 글로벌 제조사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다. 자동차는 안전한 이동수단의 대명사다. 안전에 영향을 주는 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질 수 있다. 결국 전기차의 안전성은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와 연결된다.
 
이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주름살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유가의 고공 행진과 모든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미래 배터리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전망이 커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자재인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3~4배 이상 올랐다. 수급 측면에서 고민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원자재가 전무하다. 해외 수입원의 안전한 확보와 확대가 절실하다.
 
더불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대비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경제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불리는 NCM배터리에 알루미늄을 가미한 NCMA나 NCA 등 조금 더 앞선 배터리를 개발하는 이유다. 6~7년 이후에는 '꿈의 배터리'라고 하는 전고체 배터리도 생산 및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 싸움 역시 관심사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라는 액체가 아닌 고체만을 사용한다. 분리막 파손에 따른 열폭주 현상도 없어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우수하다. 이외에도 에너지 밀도 등 다양한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부문에서 일본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는 물론이고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는 등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개발 이후 보급이라는 측면에서 대량 생산, 경제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아직은 제대로 된 법규나 제도가 없고 재활용 기술도 개발 단계인 상황이지만 향후 가장 주목할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도시 광산 산업'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향후에는 폐배터리에서 재활용된 원자재의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시기도 다가올 것으로 예상한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있다. 전기차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배터리 확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테슬라를 필두로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폭스바겐 등 복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상태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직접 배터리를 만들어 보급할 경우 비용 절감, 탄탄한 공급망 구축, 원활한 수급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 사이에 전기차의 보급대수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른 배터리 부족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배터리는 그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수십 년을 연구해 지금의 결과물이 탄생한 만큼 앞으로도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터리 내재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수반될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에는 전기차 외에도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험로 등을 주행하는 로보빌리티(Robobility) 등이 포함된다. 향후 5~10년 사이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친환경성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배터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는 더욱 배터리의 첨단 기술 개발과 경제성 그리고 양산성, 안전이 보장된 시스템이 요구될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갖춰졌을 때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이 확보될 것이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 교수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2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3공항철도, 시속 150km 전동차 도입...오는 2025년 영업 운행

4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5‘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6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7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8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9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

실시간 뉴스

1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2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3공항철도, 시속 150km 전동차 도입...오는 2025년 영업 운행

4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5‘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