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순방 다녀온 바이든 앞에 쌓인 위기들 [채인택 글로벌 인사이트]
충격적 지지율의 가장 큰 요인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
중간선거 앞두고 성난 민심 달래려 사우디에 석유 증산 요청
아무 성과 없는 굴욕적 외교로 정치적 앞날 불투명해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좌불안석일 것이다. 우선 지지율이 최악이다. 로이터-입소스의 7월 20일 조사 결과 바이든 지지율은 36%에 지나지 않고, 부(不)지지율은 59%에 이르렀다. 충격적으로 낮은 지지율이다.
CNN이 조사업체 SSSR과 함께 실시해 7월 1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의 문제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38%, 부(不)지지율은 62%로 나타났다. 분야별 만족도는 경제가 30%, 인플레 관리가 25%로 바닥이었다. 75%는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을 가족이 맞이한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로 지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는 43%였다. 결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이 주도한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 등이 바이든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응답자들은 미국의 상태를 2009년 이후 최악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가 처한 어려운 상황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바이든이 국민의 걱정을 풀어주기 위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본 셈이다.
바이든이 12일 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올라 13~15일 이스라엘과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찾은 뒤 15~16일 중동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바이든이 중동으로 떠나기 전 열린 회견에서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세계 경제를 보호하고 주유소에서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 적절한 (석유) 공급이 필요하다고 믿는, 우리의 일반적인 견해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렵고 복잡하게 말했지만 결국은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요청하러 간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이다. 바이든의 중동 순방이 치솟는 기름값에 불만이 커진 미국 유권자들을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 정도로 바이든은 절박했다.
15~16일 사우디에 머문 바이든은 첫날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만났다. 다음날에는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에 중동 주요 3개국을 더한 GCC+3 정상회의를 열었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이 GCC 회원국이고, 별도로 초청받은 세 나라는 이집트‧요르단‧이라크다.
모든 GCC 회원국과 이라크는 주요 산유국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발행하는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10대 석유 수출국은 사우디(하루 665만 배럴)‧러시아(465만 배럴)‧이라크(342만 배럴)‧캐나다(303만 배럴)‧이란(270만 배럴)‧아랍에미리트(UAE‧하루 241만 배럴)‧나이지리아(187만 배럴)‧쿠웨이트(182만 배럴)‧노르웨이(150만 배럴)‧카자흐스탄(141만 배럴)으로 이 가운데 사우디‧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4개국 정상이 이번에 바이든과 만났다. 중동 산유국을 설득해 증산에 협력을 얻을 경우 국제유가를 일정 부분 낮추고 인플레를 어느 정도 진정시켜 미국 유권자들의 성난 심리를 달랠 수 있었던 순방 일정이다.
중동 방문 목적은 석유 증산 협조와 외교적 영향력 확대
바이든이 취임 뒤 1년 6개월이 넘은 시점에 처음으로 중동으로 달려간 것은 단순히 석유 증산 협조에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외교적 협력 지평의 확대를 노린 것일 수 있다. 사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서방 동맹국에만 국한되고,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라틴아메리카‧동남아시아 등에서는 말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공백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동참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외교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의 정도를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나 탄약, 군수물자 등을 제공하는 등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나라는 북미와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에 국한된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선 한 나라도 없다. 중동에선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그것도 제한적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비난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지원은 하지 않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기로 양해를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시리아와 관련해 러시아가 제공하는 군사 정보가 이스라엘의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지역에서 가장 숙적으로 여기는 이란의 혁명수비대 소속 해외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이 활동하면서 이스라엘을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해 내전을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이끈 동맹국이지만, 수많은 러시아계 유대인이 귀환하고 군사적‧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이 걸린 이스라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옛 소련에서 독립하고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국가별로 정도는 다르지만 일부 남아있는 중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콜롬비아가 유일하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대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한 물자 지원을 한 나라는 이보다는 많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유럽에서도 나토 회원국은 물론 세르비아 같은 비(非)나토 회원국도 지원에 동참했다. 중국과 인도 같은 강대국도 나섰다. 인도와 숙적이면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파키스탄도 동참했다. 옛 소련권에서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과 캅카스의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함께했다. 다만 러시아와 가까운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 캅카스의 아르메니아는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았다. 중동에선 이스라엘과 함께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 등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섰다. 동남아시아에선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가 동참했지만, 필리핀은 빠졌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는 군사용품과 인도주의‧물품 지원에 모두 참여했다. 대만은 물품 지원에 나섰다. 라틴아메리카에선 콜롬비아와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만 동참했을 뿐이다. 아프리카는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는 무풍지대다. 누구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았다. 경제적 여력도 문제겠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 편을 들고 러시아와 척질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은 미국과의 친소 관계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동맹 수준의 국가는 군사와 경제 지원을 모두 한 셈이고, 미국과 동맹은 아닌 중견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의 체면을 생각해 인도주의‧경제 지원에만 나선 셈이다.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라틴아메리카‧동남아시아는 러시아의 눈치를 보고 미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거나 중립을 유지했다. 결국 미국은 나토 회원국과 AP4(아시아 태평양 4개국)로 불리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도와 손잡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항하는 국제 지원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서 고립의 심연으로 빠지는 게 아닌지 우려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 바이든의 중동 순방은 계속 삐걱거렸다. 사우디가 날 선 태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사우디와 미국은 오랜 동반자 관계를 자랑한다. 사우디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국영 석유‧가스 회사인 아람코가 1933년 5월 미국과 합작으로 설립한 아라비안-아메리카 오일사에서 출발했을 정도다. 사우디 정부는 1950년 11월 아람코와 50대 50의 이익분배협정을 맺었으며,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아람코 소유 지분을 차츰 확대하다 1980년 국유화를 이뤘다. 현재 아람코는 2700억 배럴의 원유와 288조 평방피트(SCF)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세계 최대의 에너지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2016년 4월 MBS 왕세자가 주도해 에너지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해 보건의료‧교육‧인프라‧레크리에이션‧관광과 신도시 개발 등으로 다변화하는 비전 204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비(非)에너지 부분을 확대해 정부 예산의 75%를 에너지 수출이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에너지 의존 경제를 전환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아람코의 주식 5%를 상장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도 세웠으나 계속 미뤄졌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늘릴 계획도 추진했지만, 사우디가 2014년 예멘 내전에 참전하면서 국제 여론이 악화하면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미국은 심지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시아파 후투족 반군이 수시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사우디를 공격하는 상황도 사실상 방치해 사우디 왕실의 분노를 샀다. 사우디에 수시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무기의 판매를 미 의회 등에서 승인을 미루면서 억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로서는 미국의 간섭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대치가 계속됐다. 결국 2017년 10월 MBS 왕세자는 부왕인 살만 국왕과 함께 모스크바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의 미사일 요격 무기체계인 S-400을 사고 러시아와 경제적인 협력을 강화할 목적이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각각 수니파 중심의 반군과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를 추종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을 각각 지원해 사실상 적과 적으로 맞붙었다. 하지만 살만 국왕과 MBS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왕실은 수도 리야드 등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요격 무기를 구하기 위해 어제의 적이랄 수 있는 러시아와도 손을 잡으려고 시도한 것이다. 사우디의 절박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MBS 왕세자는 30억 달러 이상의 러시아 물품 구매계약을 맺었지만, 정치적으로 예민한 첨단무기인 S-400은 사지 못했다.
게다가 2018년 사우디 출신의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자말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암살당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악화했다. 미국이 그 배후로 MBS 왕세자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인권외교‧가치외교를 내세우며 사우디를 압박했다. 특히 MBS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인권‧가치 내세우며 사우디 압박한 바이든 순방 삐걱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에도 1년 반이 지나도록 사우디와 정상급 교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바이든이 집권하면서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첨단 무기 제공을 사실상 중단했다. 행동을 고치라는 바이든의 압력이었다. 사우디 왕실로선 미국이 인권이나 가치를 내세워 오랜 동맹을 압박하는 상황이 못내 서운했을 것이다. 중동 지역에선 강한 적 앞에 자립 능력이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주변이 모두 괄시하는 ‘유목민 사회’의 특성이 있다. 사우디는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부작용을 직격탄으로 맞은 것은 미국이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미국 지지나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미한 것은 오일달러와 이슬람이라는 종교‧문화적 영향력이 강한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소원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우디 왕실은 사실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자금으로 이슬람권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왔기에 영향력이 상당하다.
게다가 이런 MBS를 만나러 가는 바이든은 미국에서 온갖 비난을 받았다. 인권외교, 가치외교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가치외교를 지지해온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이든에 등을 돌릴 우려마저 나올 정도였다.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MBS 왕세자를 만난 바이든은 오히려 미국의 인권문제로 반격을 당했다는 게 CNN의 보도다. 15일 바이든은 회견에서 “MBS를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카슈끄지 문제를 제기했다”며 MBS가 “개인적으로 책임이 없으며, 책임 있는 이들에겐 조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MBS는 외려 미국이 연관된 인권 문제를 역으로 지적하고 나왔다. CNN에 따르면 그는 2004년 미군이 저지른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수감자 나체 집단 학대와, 지난 5월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계 미국 언론인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피격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실수”라며 “미국이 책임자를 처벌하고 잘못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를 한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과 MBS의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문제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중동의 외무부 장관과 진실 게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이 사우디 인권 문제를 어느 정도나 거론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과거 연방상원의원 시절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을 만났을 때와 부통령 시절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본인은 했다고 한 발언이 상대방에게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당한 적이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사우디나 GCC 회원국 등으로부터 증산에 대한 아무런 약속을 받지 못한 것이다. 바이든은 16일 GCC+3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국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석유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두루뭉수리로 회담 결과를 밝혔다. 누가 봐도 아무런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외교적 수사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석유 증산 못 끌어낸 바이든에 비난 여론 빗발쳐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의 증산 여부는 이들 국가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8월 3일 러시아 등을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결정된다. OPEC 회원국에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캅카스 국가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카르텔에서 증산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이 끼어들 틈이 없다. 주요 산유국은 이를 통해 상당 기간 러시아와 협력해왔다. 국제사회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고, 특히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의 공급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일 것이다.
게다가 사우디의 MBS 왕세자는 증산과 관련해 “우리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초과하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바이든이 도대체 왜 중동을 방문했는지 비난이 빗발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의 아프가니스탄의 혼란스러운 철군이 비견될 정도의 국정 실패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인권과 가치 외교를 접어두고 사우디를 찾았지만, 의도한 증산 약속은커녕 외교적인 수모만 당하고 귀국한 바이든의 이제 자신의 정치적인 앞날이 고민할 처지가 됐다. 11월 8일 중간선거까지 넉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바이든의 중동 순방을 보고 미‧중 경쟁 중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민주주의 강대국의 지도자가 권위주의 군주국의 세습 군주 상속 예정자에게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국력이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계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경우 바이든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전선을 지나치게 확대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국내 정치에 몰두하는 길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엄중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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