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아닌 스텝다운, 철회 아닌 유보…카카오의 속내는?
류긍선 대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유보” 요청에 카카오 “존중”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작업이 새 국면을 맞았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카카오에 매각 추진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고, 카카오가 이를 받아들이면서다.
류 대표는 7월 25일 오전 사내 공지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임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전했다.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에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존재 이유와 방향성 그리고 크루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했다. 매각 논의를 유보하고 노동조합이 회사 주변에 게시한 현수막의 글귀처럼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과 직원 간담회에서 류 대표는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했다. 사내 근로자 대표와 경영진이 참여하는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거다. 아울러 그는 협의체에서 나온 공존안을 다음 달 중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측에 전달하겠다면서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카카오는 “존중하고 지지하고 어떤 안이 나올지 기대한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로써 카카오를 떠들썩하게 했던 매각 이슈는 당분간 잠잠해지게 됐다. 매각을 반대하며 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카카오 노조 역시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갈등 재발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매각 철회나 재검토가 아닌 유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결정을 미뤄달라는 얘기지, 매각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뉘앙스가 아니다.
카카오 입장에서 매각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엔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매각이 순조롭게 성사되면 카카오는 기존 운송사업자와의 갈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물꼬도 틀 수 있다. 반대로 결정을 철회하면 FI의 엑시트 수단이 사실상 가로막히게 되는 문제에 직면한다.
매각 과정에선 구성원과의 마찰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었다. 카카오는 노조와 모빌리티 직원을 두고 여러 차례 소통에 나섰지만, 반발을 효과적으로 잠재우진 못했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는 FI와 구성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언론을 통해 매각설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카카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지난 6월 15일 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화한 건 그로부터 3주 뒤다. 카카오는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임직원을 상대로 따로 공지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배 CIO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상당부분 매각하는 구조는 검토조차 해본 적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대신 “지분 10%쯤을 매각해 2대주주로 스텝다운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다른 회사에 내어준다는 점에선 매각과 다를 게 없는데도 ‘완전 매각 아닌 스텝다운’이라고 표현했다. 카카오의 울타리 밖으로 내몰리게 된 구성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류긍선 대표가 매각 유보를 요청했고, 카카오가 이를 “존중한다”고 답변한 것 역시 의미전달이 뚜렷한 언어라고 보긴 어렵다. 매각 진행을 언제까지 유보할 건지, 염두에 둔 시간이 오면 다시 매각을 진행하는 건지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어서다. 협의체 구성도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비칠 수 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가 모빌리티를 매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변한 건 아니”라면서 “사실상 매각 의지가 확고해 보이는데도 카카오 내부는 마치 정치 선거 때를 보듯 정치적 수사만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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