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벌어야 플랫폼도 법니다” 열매컴퍼니의 투자 빙하기 생존법
[인터뷰]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공동구매 플랫폼 운영, 미술품 투자 대중화 꾀해
거래 수수료 안 받고도 지난해 순이익 흑자 달성
“그들만의 리그 아닌 떳떳한 대체투자 시장 됐으면”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공동구매 플랫폼은 재테크 열기를 틈타 몇 년 새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 회사는 그 틈바구니에서 이색적인 운영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로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수익원인 중개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판매·환전 등 각종 명목으로 이중 삼중 수수료를 떼어가는 여느 플랫폼과는 차별화한 전략이다.
그런데도 창업 6년차인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흑자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이 역시 당장의 적자를 개선하기보단 고객을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공격적 투자에만 올인하는 플랫폼업계에선 보기 드문 행보다. [이코노미스트]가 김재욱 열매컴퍼니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고객으로부터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열매컴퍼니는 어떻게 돈을 버나.
우리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가 어떻게 고객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드는 지를 보면 열매컴퍼니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먼저 가치 있는 미술품을 사들인다. 그리고 플랫폼 고객인 공동투자자를 모으고, 투자 규모에 따라 소유권 지분을 나눈다. 기본 투자금은 작품에 따라 1만원에서 10만원, 100만원 등 작품가에 따라 제각각이다. 이렇게 사들인 미술품을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데, 판매대금과 수익을 최종 공동 소유권자와 분배한다. 이때 발생하는 차익이 열매컴퍼니의 주요 수익원이다.
열매컴퍼니가 거래를 주선할 뿐만 아니라 직접 투자자가 된다는 얘긴데.
우리는 공동구매한 미술품의 지분을 항상 그 어떤 고객보다 많이 보유한다. 그러니 공동구매에 나설 작품을 고를 때도 신중할 수밖에 없고, 되팔 때도 최대한 가치를 인정받으려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이 돈을 벌어야 플랫폼이 돈을 버는,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윈윈은 성공했다. 지난해 순이익 흑자를 냈고, 올해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라던데.
우리가 그간 공동구매한 미술품이 160여개고, 그중 90여개를 되팔았다. 판매한 작품의 평균 가격 상승률이 30% 안팎이다.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요즘 같은 시기엔 두드러진 수익률이다. 누구나 미술품 투자를 한다고 이렇게 벌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미술품 거래 시장은 투자 주체간 정보비대칭이 그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 정보력이 약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미술 투자 시장이 대중화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린 플랫폼 출범 이후 줄곧 작품을 보는 눈과 거래 트렌드를 파악하는 전문성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거래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수집·분석하고, 직접 거래 현장을 찾아 네트워크를 축적했다. 셀럽을 내세우는 여느 공동구매 플랫폼과 비교해 마케팅엔 소홀했지만, 수익률을 보면 결과적으로 우리의 방향이 옳았다.
초기엔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시장을 선점하면 말을 바꾸는 플랫폼이 적지 않다. 열매컴퍼니는 어떤가.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건 창업할 때부터 정한 원칙이다. 증권사와 P2P 플랫폼을 만든다는 식의 협업이라면 수수료 발생이 불가피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공동구매 형식의 투자에선 수수료를 받을 생각이 앞으로도 없다.
원칙을 정한 이유가 뭔가.
열매컴퍼니의 비전은 뚜렷하다. ‘그들만의 리그’인 미술품 투자 산업을 보다 대중적인 영역으로 끌어내고 싶은 거다. 그러려면 투자자가 실제로 미술품에 투자해 확실한 수익을 얻어야 한다. “이 시장이 투자할 만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해야 더 많은 충성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처음엔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소액으로 미술품에 투자하다가, 나중엔 여러 미술품을 섭렵하는 콜렉터로 성장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수수료를 받아도 대중화는 가능한 것 아닌가.
회사 입장에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차원도 있다. 우리는 미술품을 구입하는 순간부터 큰 리스크를 안는다. 이걸 매입한 가격보다 낮게 팔거나, 비슷한 값에 팔면 회사가 직접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좋은 가치의 미술품을 사들여 적절한 가치에 되파는 데에만 집중하기 위한 나름의 경영 장치인 셈이다. 수수료를 받게 되면 거래량을 늘리려고만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공동구매 플랫폼이 투자자에게 이익을 돌려주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점도 리스크다. 법망 밖에 있다 보니 투자자 보호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 플랫폼은 고객의 신뢰를 잃는 순간 성장의 길이 막힌다. 플랫폼 스스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열매컴퍼니는 다양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내후년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본시장의 강력한 규제를 받기 위해선가.
상장 법인이 되고 규제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면 열매컴퍼니는 투자자에게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을 거다.
열매컴퍼니는 이중섭과 김환기, 파블로 피카소 등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만 다룬다. 젊은 신진 작가나 덜 유명한 중견 작가의 작품도 공동구매해야 산업이 커지는 것 아닌가.
동의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미술 시장이 네임밸류가 높은 작가들 중심으로 굴러간다. 일단 열매컴퍼니의 당면 목표가 일반 투자자에게 미술품이 문화적 고양감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돈이 될 수 있는 경험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보니 전략적으로 이름값 높은 작품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편중 역시 시간이 지나면 바뀔 거다.
어떻게 바뀌나.
열매컴퍼니는 폐쇄적인 미술 투자 산업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갤러리와 옥션과 거래를 텄다. 투자자가 많아지고 산업에 관심이 늘어날수록 낙수효과가 일어날 거라 확신한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작가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올해 초엔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열매컴퍼니의 다음 목표는 뭔가.
플랫폼을 고도화하기 위해 개발인력을 대거 채용해 팀을 꾸렸다. 조각투자가 흥미롭다는 이유로 반짝 떴다가 사라져버리는 플랫폼이 많다. 열매컴퍼니는 사람들이 미술픔을 두고 떳떳한 대체투자 상품으로 인식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개선할 생각이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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