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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칫솔…” 고정관념 깨부순 의대 출신 공학박사 CEO [김홍일의 혁신우혁신㉑]

Interview |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의대 중퇴, 공학박사 학위 따내고 대기업 퇴사 끝에 창업
네이처 등록 박사 논문 기반으로 대장암 투병 중 사업화
인체에 무해한 특수 미세전류로 칫솔 개발해 아마존 입점
원천기술 트로마츠 웨이브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준비 중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미세전류만으로 미생물막을 떨어뜨리는 트로마츠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적용한 칫솔 제품으로 미국시장 개척에 나섰다. 신인섭 기자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스물한 번째 주인공은 대장암을 극복하고 혁신 원천기술로 새로운 칫솔을 개발한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다.[편집자]  
 
바이오 스타트업 프록시헬스케어는 칫솔을 만든다. 겉보기엔 일반 전동칫솔 같지만 작동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미세전류를 흘려보내 치태와 물때 등 미생물막(바이오필름)을 제거한다. 이를 이용해 칫솔모가 닿지 않는 치아 구석구석까지 플라그를 제거해줄 뿐만 아니라, 잇몸 염증 개선에도 기여한다. 연세대학교 치과병원 임상시험 결과, 한번의 양치질로 6번 양치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록시헬스케어가 미세전류를 활용해 미생물막을 제거하는 원천기술인 ‘트로마츠 웨이브’를 보유한 덕분에 세계 최초로 ‘트로마츠 칫솔’을 상용화했다. 설립 4년 차에 접어든 신생 스타트업임에도 최근 8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것도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간 창업 관련 경진대회에서 장관상을 4회나 받으면서 혁신성도 증명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원천기술의 응용은 무궁무진하다. 선박 표면의 따개비를 제거하거나 차량 공조장치 관리, 비염, 인공 관절 감염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기술력으로 도약을 꿈꾸는 프록시헬스케어의 김영욱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원천기술인 트로마츠 웨이브를 개발한 의대출신 공학박사 CEO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김홍일 대표) : 그간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많은 창업가를 만났는데, 과학자 출신 창업가는 처음입니다. 칫솔 제품 관련한 논문이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서치’에 등록됐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기술인가요.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김영욱 대표) : 박사 학위를 받은 논문인데요. 내용은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모든 물체 표면에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고, 박테리아는 모여서 자신들을 보호할 미생물막(바이오필름)을 만듭니다. 입 안에 있는 치태와 치석도 미생물막이고요. 화장실에서 자주 목격하는 물때 역시 그렇습니다. 이걸 전기력으로 없애는 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죠.  
김홍일 대표 : 이 논문을 사업화한 게 프록시헬스케어고, 주력 제품은 트로마츠 칫솔인거죠. 논문은 2014년에 완성했는데 회사 문을 연 건 2019년이었네요. 수년의 공백이 있었군요.
김영욱 대표 : 미국 메릴랜드에서 박사학위를 땄는데, 귀국 후에는 국내 대기업을 다녔습니다. 
김홍일 대표 : 원래부터 창업을 꿈꿨던 게 아니었나요.
김영욱 대표 : 창업 열망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엔 서울대 전자공학부를 다녔는데, 그 전엔 의대를 3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퇴했거든요. 의대를 그만둔 것도 뭘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창업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만큼, 창업이 두려웠습니다. 공부와 연구만 하던 제가 경영을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고요. 회사에 다니면서 차근차근 준비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삶의 큰 변곡점과 맞닥뜨리게 됐죠.
김홍일 대표 : 크게 아팠다고 들었습니다.
김영욱 대표 : 느닷없이 대장암 진단을 받게 됐죠.
 

한창때 찾아온 대장암에 창업 열망 키워

 
대장암 1기 진단을 받은 김영욱 대표는 속절없이 병원에 입원했다. 회한이 밀려든 건 입원 3일째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을 창업도 못하고 떠나게 되는 건가.” 그제야 이런저런 이유로 창업을 차일피일 미룬 게 옳지 않은 선택인 걸 알아챘지만 시간을 돌릴 순 없었다.  
 
김 대표는 수술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사이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을 둘러싼 두려움이 사라졌다. 실패의 무서움도 병마라는 더 큰 역경과 마주하고 나니 사소한 일처럼 느껴졌다. “내가 잘못되더라도 창업은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의 결과가 좋았고, 기력을 되찾아가면서 창업 준비를 했죠. 병실이 창업의 요람이었던 셈입니다.”
 
김홍일 대표 : 큰 곡절 끝에 꺼낸 아이템이 칫솔이란 점도 참 흥미롭습니다. 얼핏 사소한 제품처럼 보이잖아요.
김영욱 대표 : 칫솔이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이다 보니 빠르게 접목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칫솔이 페인 포인트가 많은 산업입니다. 인류가 나뭇가지를 활용해 칫솔을 쓴 역사가 3000년이 넘었는데, 과학화의 총아는 전동칫솔 하나뿐이었거든요.
김홍일 대표 : 그러고 보니 미국에선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칫솔을 첫손에 꼽았다고 합니다.  
김영욱 대표 : 칫솔은 인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먹어야 살 수 있는데, 치아 건강 수준을 높였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우리가 일상에서 꼭 사용하는 제품 중 하나죠. 우리나라 국민이 5000만명이 넘는데, 소비하는 칫솔 개수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김영욱 대표 : 1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팔리는 칫솔의 개수가 1억6000만개 정도 됩니다.  
김홍일 대표 : 역시 상당한 규모군요.
김영욱 대표 : 문제는 객단가가 너무 낮아서 시장 규모가 작습니다. 개당 1300원정도 되는데, 1억6000만개를 팔아도 국내 시장 규모는 2500억원에 그치는 거죠.
김홍일 대표 : 트로마츠 제품은 일체형이 3만원, 교체형은 10만원 수준입니다. 일반 제품과 간격이 크네요,
김영욱 대표 : 매출 확장에 가장 곤란한 지점이 가격입니다. 시장조사를 해봐도 그래요. “고작 칫솔인데…” 같은 의견이 많죠. 트라모츠 칫솔이 솔이 아니라 미세전류로 치태를 제거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시해도,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을 납득하기 어려운 겁니다.  
 

미세전류 기술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 목표

 
김홍일 대표 : 칫솔은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죠. 이걸 깨야 했군요.  
김영욱 대표 : 일단 트로마츠 제품을 경험해본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요. 지금도 한 달에 7000개가량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데는 도가 텄거든요.  
 
김영욱 대표는 “무엇은 어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손쉽게 버려왔다. 김 대표가 1998년 처음 의대에 진학했을 때, 주변에선 당연히 그가 의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하얀 가운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과감히 중퇴했다.  
 
안정적인 진로를 포기한 김영욱 대표에게 큰 우려가 쏟아졌지만,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1등으로 조기졸업하면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김 대표가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성의 상아탑을 이끄는 교수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취업을 통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회사에선 순조롭게 진급하며 승승장구 했는데도 김영욱 대표는 가슴 속에 창업이란 다른 꿈을 품고 있었다.  
 
젊은 나이에 선고받은 대장암 역시 김 대표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는 무릎 꿇지 않았고 병실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IR 자료를 준비했다. 파도처럼 너울거리는 김영욱 대표의 삶의 궤적은 결과적으로 프록시헬스케어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분야에서 혁신 제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왼쪽)와 김 대표를 인터뷰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인섭 기자
 
김홍일 대표 : 칫솔이 끝이 아니라면서요.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김영욱 대표 : 배 표면을 보면 조개류가 상당히 많이 붙어있습니다. 조개류가 붙는 이유가 배 표면에 미생물막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이걸 떼는 게 상당히 고단한 일인데, 우리 기술을 활용하면 따개비가 붙는 상황 자체를 막을 수 있어요.  
김홍일 대표 : 인체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면서요.  
김영욱 대표 : 비염의 경우, 코 점막에 있는 미생물막이 계속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있거든요. 조만간 이를 응용한 비염 치료기를 시장에 내놓을 겁니다.  
김홍일 대표 :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김영욱 대표 : 이미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팔고 있고요. 미국에선 반려동물 칫솔로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칫솔질을 몇 번 안 해도 치태를 제거할 수 있다 보니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더라고요.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다 보니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파악했습니다.  
김홍일 대표 : 병실에서 구상한 아이디어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겠군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김영욱 대표 : 창업을 하기 전엔 운명이나 사주팔자 같은 얘길 믿지 않았습니다. 명색이 과학자였으니까요. 하지만 병마를 이겨내고 운명처럼 강하게 창업에 끌리면서 믿게 됐죠. 제가 그간 쌓은 경력과 역량이 다 이 사업을 위해서 존재했던 것처럼 쓰이더라고요. 과학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창업하고 깨달았습니다.  
김홍일 대표 : 너무 과학적인 접근으론 고객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죠.
김영욱 대표 : 트로마츠 칫솔의 효능을 각종 수치와 연구 결과를 들어가며 강의하듯 설명해도 소비자 마음에 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요. 어려운 기술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지를 더 골똘히 고민하게 됐습니다.  
김홍일 대표 : 고객 중심의 사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김 대표와 프록시헬스케어의 발걸음을 응원하겠습니다.
김영욱 대표 : 직접 개발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게 돼서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오랄케어, 뷰티, 선박관리, 메디컬케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겠습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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