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돈 번다”…‘아트테크’에 꽂힌 이 남자 [인터뷰]
글로벌 경매 이끄는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
프리즈 서울서 ‘프랜시스 베이컨’ 작품 전시해 주목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장터. 지난 2일 공동 개막한 ‘프리즈(Frieze) 서울’과 ‘키아프(KIAF) 서울’이 총 7만여명의 관람객, 1조원에 가까운 매출 성과를 내고 지난 5일과 6일 각각 막을 내렸다. 특히 두 아트페어 기간 동안 다양한 연계 전시들도 함께 열려 주목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패션 편집숍 ‘분더샵’의 크리스티 전시가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크리스티 전시에서는 20세기 예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인 프랜시스 베이컨과 아드리안 게니의 작품 16점이 공개됐다. 작품 가치만 총 4억4000만 달러(약 6000억원) 이상으로, 해당 전시를 진행한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6일 크리스티 코리아의 이학준 대표를 만나 글로벌 미술시장의 흐름과 아트테크의 전망 등에 대해 알아봤다.
크리스티는 어떤 회사인가.
1766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크리스티는 미술과 럭셔리를 다루는 세계 최고의 예술품 경매 회사다. 미술 감정, 금융, 국제 부동산, 교육 등 포괄적인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46개 지사를 두고 있고 10개국에서 국제적인 경매장과 46개국에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티의 한국지사 ‘크리스티 코리아’에서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작가들과 잠재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전시를 개최하고, 국내 미술품 콜렉터들 중 작품 판매나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을 관리하는 일도 하고 있다.
대표님이 미술품 경매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 ‘가나아트센터(구 가나화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해외전시 도록을 번역하는 일을 했던 것을 계기로 가나아트센터에 취업하게 되면서 미술품 관련 일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1998년 지금의 서울옥션 창립 멤버로 참여하게 돼 미술품 경매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2008년에 서울옥션이 상장되면서 대표이사를 7년 정도 하고, 2017년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미술시장에서는 ‘유통’과 ‘경매’가 양대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술품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바로 ‘경매’고, 국내 콜렉터들이 쉽고 안전하게 미술품 경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비경매 전시를 유치했는데, 그 배경은.
국내 미술계에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크리스티라고 하면 보통 미술품 경매 회사라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크리스티는 거래를 위한 플랫폼 그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 회사 브랜딩 차원에서 비경매 전시회를 홍콩에서 한 차례 진행했었고, 이번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게 됐다. 국내 최초로 진행되는 비경매 전시였던 만큼 정성을 다해 수작을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은 해외 유명 미술관을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품들로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몇백억대의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러한 수작들을 빌려와 서울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규모와 향후 시장 전망은.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 규모는 4500억원 정도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미술품 가격이 폭등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분석했고, 이 기간 아트테크 열풍이 시작됐다고 본다. 크리스티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 중 30%가 신규 고객이고, 그중 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사이에 출생한 M세대 고객이 34%를 차지했다. 재테크 등으로 부를 축적한 ‘3040 뉴 리치’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진 영향으로 미술품 거래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는 고객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원동력이 되고, 일찍 미술품 거래를 시작하는 만큼 오랫동안 시장을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어 업계 안팎에선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아트테크 열풍에 대한 생각은.
미술품은 ‘투자’와 ‘감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아트테크라는 것도 이러한 미술품의 양면성으로 탄생하게 된 새로운 투자방법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을 갖고 있다. 미술품은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4년은 개인이 직접 소장하고 있어야 하는 장기투자의 특성을 갖고 있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도전할 수 있는 재테크다.
아트테크 열풍이 일시적일 것이란 의견, 소비자를 보호할 만한 법적 제도가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아트테크 시장이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선 ‘작가-화랑-미술관-경매’로 이뤄진 미술계의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가져야 한다. 화랑에서 작가를 발굴해 작품을 걸고, 이를 아트페어에 선보여서 고객들 관심을 끄는 것이 1차 시장이고, 이후 2차 시장인 경매시장에 미술품이 나오는 것이다. 외국은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화돼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트테크에 뛰어드는 신규 투자자들도 미술품을 돈으로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할 줄 알아야 한다. 국내 화랑도 잠재력 있는 작가를 키워내고 입체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힘써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면 향후 안정적인 투자 방법으로 더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트테크를 처음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팁을 주자면.
아트테크를 처음 시도하려는 고객들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온라인 경매’다. 처음 미술품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이 개최되고 저렴한 가격대의 작품도 있어 소액으로도 투자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크리스티의 글로벌 온라인 전용 판매 총액은 1억4900만 달러로 글로벌 경매 판매 총액(라이브 및 온라인)의 약 4.35%를 차지했다. 앞으로도 온라인 미술품 시장은 점점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티의 향후 목표는.
크리스티의 올해 상반기 미술품 거래액이 7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판매 총액이 5조1000억원이고, 총 2만5085개의 작품이 낙찰됐다. 상반기 경매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작품 12개 중 7개가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판매됐다. 이 같은 호실적에 하반기에 대한 관심이 큰데, 결국 팔 게 있어야 고객들도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크리스티는 전 세계의 수작을 관람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 크리스티 코리아는 국내의 문화재급 작품을 경매해서 한국의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다. 또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한국 순수미술품들을 더 많은 전시를 통해 알리고자 한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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