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통신’ 외치던 통신 3사, 어디까지 왔나 살펴보니
이동통신 회선 수 5500만여 개로 포화 상태…새로운 먹거리 절실
SK텔레콤, 'AI 서비스 컴퍼니' 내세워 5개 핵심 사업 분야 재편
DIGICO 내세운 KT, 콘텐츠 제작에 집중…국내 1위 토종 OTT 노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현재 ‘탈(脫)통신’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 통신 사업이 가입자 정체로 인한 시장 포화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AI)·메타버스·미디어 콘텐츠·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신사업을 내세우고 있다.
통신 3사는 몇 년 전부터 ‘통신사’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는 통신 분야에서 비중이 큰 이동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르면서, 수익 창출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 이동 통신 회선 수는 5561만개를 넘어섰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5163만8809명이다. 사실상 국민 1인당 1대 이상의 휴대 전화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통신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에서 해외 진출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 3사는 기존에 축적한 고객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서비스, 구독 서비스, 메타버스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회사의 정체성을 ‘AI 서비스 컴퍼니’로 재정의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회사 뉴스룸에 올린 최고경영자(CEO) 칼럼에서 “최근 5년간 SKT의 전략이 새로운 산업에 활발히 진출하는 ‘다각화’였다면, 향후 10년간 SKT의 성장스토리는 통신업을 재정의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AI대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11월에 취임한 이후 줄곧 AI 서비스 컴퍼니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핵심 사업 분야를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구독·메타버스·AI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아이버스’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등 5개로 재편하기도 했다.
현재 SK텔레콤은 AI 서비스 ‘A.’(에이닷)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에이닷은 콘텐츠 맞춤형 추천과 일정 관리부터 이동전화 요금제·부가서비스·멤버십 혜택 등까지 처리해주는 일종의 ‘AI 비서(에이전트)’ 서비스다. 고도의 자연어 처리 및 감정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꾸민 캐릭터를 활용해 이용자와 소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이 내세우는 에이닷의 강점은 고도의 자연어 처리 및 감정 분석 기술이다. 현존하는 대화 언어 모델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거대언어모델(GPT-3)을 기반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오래전부터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SK텔레콤은 2019년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을 선보였고 2021년 7월 이를 ‘이프랜드(ifland)’로 개편해 출시했다.
KT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에 힘을 쏟고 있다. KT는 지난 3월 CJ ENM과 콘텐츠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받았다. 아울러 KT는 KT스튜디오지니의 OTT ‘시즌’과 CJ ENM ‘티빙’ 합병안을 발표, 지난 7월 통합을 결정했다. 현재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는 12월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1위 토종 OTT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KT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올 하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워킹 데드’ 등을 제작한 미국 AMC스튜디오와 콘텐츠 제휴 협력 및 공동제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플랫폼 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유플러스 3.0(U+3.0)’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황현식 사장(CEO)은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 등 3대 신사업과 웹(WEB) 3.0으로 대표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해 고객경험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사장은 “과거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이 각각 유무선 사업을 전개하던 시기를 ‘1.0’, 3사 합병 후 LTE와 5G를 기반으로 통신사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 단계 도약한 시기를 ‘2.0’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 전통적인 통신 사업영역을 넘어 데이터와 기술기반으로 고객 중심 플랫폼과 서비스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U+3.0’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구독형 서비스 ‘유독’과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아이들나라’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단 입장이다.
유독은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유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OTT·미디어(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배달·여가(요기요, 쏘카 등) ▶식품(CJ외식, GS25 등) ▶교육·오디오(윌라, 시원스쿨 등) ▶쇼핑·뷰티(올리브영, 엔펩) ▶유아(손꼽쟁이, 앙팡 등) ▶청소·반려동물(세탁특공대, 어바웃펫) 등 분야 31종이다. LG유플러스는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고 매월 다른 서비스로 바꿔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가 내세운 3대 신사업 중 하나인 성장케어 플랫폼은 아이들나라를 모바일 중심 ‘키즈 OTT’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인터렉티브 학습 콘텐츠를 통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도 몰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육아와 교육에 필요한 선생님, 교보재 상품을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커머스 플랫폼도 구축해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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