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 전환 성공 구현모 KT 대표, 연임 성공하나 [이통3사 CEO 열전①]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 달성…DIGICO 전환 덕분
임기 6개월 남아…연임 위한 해결 과제 남아
KT 구현모호(號)가 출범한 지 3년 차를 맞이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12년 만의 KT 내부 출신 인사다. 인선 당시 내부에서 거는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당시 구 대표가 내세운 디지코(DIGIGO, 디지털플랫폼기업)로 전환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 대표의 연임 성공 여부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선 사법리스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33년 근무한 정통 KT맨…‘전략통’ 평가 받아
지난 2009년 KT 그룹전략1담당 상무보 시절에는 당시 최대 현안인 KT와 KTF의 합병을 주도했다. 2011년 KT 개인고객본부장 시절에는 LTE에 뒤처지자 전담부서를 만들고 속도전을 펼쳐 한 달 만에 LTE를 구축, 안착하는 데 공을 세웠다. 내부적으로 추진력이 뛰어난 ‘전략통’이라는 평가받는다.
12년 만의 KT 공개채용 출신이고, 상대적으로 젊은 대표란 점에서 KT 내부에서 기대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취임 당시 “당당하고 단단한 KT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KT는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 탓에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 이상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을 만들겠단 포부다. 실제로 구 대표는 1인 독점 경영 체제의 폐해를 없앤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도입한 ‘회장’ 직급을 11년 만에 없애기도 했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차별화된 네트워크 및 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삶은 물론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DIGICO’ 전환을 선언하고 혁신에 나섰다. 기존 국내 통신과 B2C 중심이었던 KT를 디지코 신사업과 B2B, 글로벌로 넓혀나가겠다는 선언이다.
지난 3년 동안 추진한 KT의 디지코 전환 전략은 올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KT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조5899억원이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KT의 호실적은 B2B 사업 부문의 활약 덕분이다. B2B 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아울러 B2B 사업 수주액은 상반기 기준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특히 AI 기반 고객센터(AICC) 사업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형 구축사업을 수주하며 상반기 매출이 전년도 연간 매출을 초과했다. 클라우드 부문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4% 성장한 1211억원을 기록했다.
디지코 전환 성공적 평가…통신사업 소홀 지적
디지코 B2B 중심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구 대표가 공언한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 관계자는 “B2B 수주목표를 올해 3조원 이상, 2025년에는 5조원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구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6개월가량 남았다. 디지코 전환은 성공했지만, 본업인 통신사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IT 유튜버 ‘잇섭’은 자신이 사용 중인 KT의 10GB(기가바이트) 인터넷 서비스 실제 속도가 100MB(메가바이트)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잇섭의 폭로 이후 KT는 정부 품질조사를 통해 2만4221건의 최저 보장속도 미달 사례가 적발돼 총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21년 10월에는 전국적으로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라우팅 오류(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가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당시 전국의 KT 통신망이 89분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개인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법리스크도 악재다. KT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소위 ‘상품권 깡’ 수법으로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 대표도 이와 관련한 약식기소가 됐고, 벌금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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