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버거 시장’ 잡아라…‘프리미엄’ 신(新)버거 시대 [불붙은 버거 시장①]
전통강자 파고드는 ‘프리미엄 버거’…생존전략은
쉐이크쉑·고든램지버거·슈퍼두퍼 등 국내진출 활발
올해 ‘더 뜨거운’ 프리미엄 버거전쟁…시장포화 우려도
2023년 국내 버거 시장 규모가 5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수제 버거 시장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건설회사부터 모피회사, 최근엔 치킨 그룹까지 햄버거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와 가성비 버거 브랜드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시장 포화 상태에 브랜드마다 경쟁력과 차별점 키우기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통 햄버거 프랜차이즈 ‘지각변동’…新버거 존재감 ‘활활’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예정인 해외 수제버거 브랜드는 크게 4가지다. 쉐이크쉑,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 슈퍼두퍼는 현재 국내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고 파이브가이즈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쉐이크쉑은 국내에서 23개 지점을, 고든램지 버거와 슈퍼두퍼는 1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의 판도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며 주춤하는 가운데 ‘신(新) 버거’ 브랜드가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버거 시장은 업계 1위 롯데리아와 2위 맥도날드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3위 자리를 두고 버거킹과 맘스터치 등이 경쟁하는 양상을 보였다. 매출액뿐 아니라 매장 수에서도 최근 몇 년간 순위 변동이 없었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러한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맘스터치가 전국에 1354개 매장을 운영하며 가맹점 수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롯데리아(1210개), 버거킹(440개), 맥도날드(407개), KFC(187개) 등 순이다. 매장 수에서는 맘스터치가 롯데리아를 앞질렀고 맥도날드는 버거킹에 밀렸다.
특히 한국 버거킹은 지난해 67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한국맥도날드(8678억원)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했고, 전국 매장 수는 맥도날드보다 많은 450개가량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버거킹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기업과 사모펀드가 인수 검토에 들어갔지만, 금리 인상으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버거킹 대주주가 매각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향후 인수자가 누가 될지에 따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3개 매장 둔 쉐이크쉑, 슈퍼두퍼도 1호점 오픈
햄버거 전통 강자들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최근 버거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하나둘 생겨나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프리미엄 버거 열풍은 지난 2016년 SPC그룹이 미국 3대 햄버거 중 하나인 ‘쉐이크쉑’이 국내에 들어오며 시작됐다. 쉐이크쉑은 직영점으로 운영돼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출점 속도는 느리지만, 미국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을 선보이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영국 출신 유명 요리사인 ‘고든 램지’가 론칭한 수제버거 전문 레스토랑 ‘고든램지 버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든 램지 버거의 대표 메뉴 ‘헬스키친 버거’의 가격은 3만1000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하며 ‘1966버거’는 무려 1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에도 지난 1월 매장 오픈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장 앞은 입장 대기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오픈 첫 달 월 매출 10억원을 달성했다.
bhc치킨 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인 종합외식기업 bhc그룹은 최근 미국 서부 대표 햄버거로 꼽히는 ‘슈퍼두퍼’를 국내에 들여왔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슈퍼두퍼 글로벌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국내 슈퍼두퍼 메뉴 가격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가격보다 15~20%가량 저렴하다. 대표 메뉴인 ‘싱글 버거’는 8900원, 가장 비싼 버거는 ‘트러플 버거’로 1만3900원이다.
최근 ‘프리미엄’ 열풍에 버거 가격이 비싸지고 있는 것에 대한 업계의 반응도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버거킹 버거 가격을 보니 9900원짜리 메뉴도 있어 수제버거가 비싸지고 있다기보단 햄버거라는 음식 자체의 가치와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력 사업 대신 버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주 소비자층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햄버거가 하나의 고급 음식으로 인식돼 프리미엄 버거 열풍 트렌드가 불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성비’ 버거 경쟁서 살아남을지 우려도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15년 2조3038억원에서 2020년 2조9636억원으로 28.6% 성장했다. 지난해엔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에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보면 시장의 전망이 밝지만,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이후에도 ‘가성비’ 버거 브랜드와 전통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화제를 모은 ‘굿 스터프 이터리(GSE)’가 5개월여 만에 철수 절차를 밟았다. 지난 5월 대우산업개발이 서울 강남에 국내에 1호점을 낸 지 5개월 만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규 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론칭해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고, 시장을 이끌던 전통 업체들도 신메뉴를 출시하는 등의 전략으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모으려 하고 있어 국내 버거 시장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포화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은 높은 가격에 걸맞는 품질과 풍부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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