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우량채는 '품귀', 비우량채는 '외면'…회사채 시장 양극화
- [변곡점 맞은 채권 시장]②
고신용물은 수요예측 흥행…BBB급 이하 발행액 급감
상환 안정성·신용도 차이가 발행 성패 가른 상반기 시장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개인 투자자 매수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관이 주도하는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등급별 수요 차이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2분기 들어 공모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면서 자금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채권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금리보다 발행사의 재무 건전성과 상환 안정성이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에서는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에 수요가 집중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시장에서 대표 흥행 사례로 꼽히는 포스코(AA+)는 1월 5000억원 모집에 3조46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SK텔레콤(AAA)도 2월 2000억원 모집에 1조원이 넘는 수요가 유입돼 발행 규모를 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7월 삼성증권(AA+)은 1500억원 모집에 2조1200억원, 같은 달 NH투자증권(AA+)은 2000억원 모집에 1조8400억원의 주문을 각각 확보하며 발행을 마쳤다.
이 같은 흥행에는 채권형 펀드, 보험사 등 기관 자금의 꾸준한 유입이 있었다. 발행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채권에 수요가 집중됐고,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면서 일부 장기물 발행에서도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 하위 신용등급을 가진 기업과 재무상황이 우려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등급 하향 압력이 높았던 만큼 투자자들이 상환 안정성이 확실한 발행사로 몰린 영향도 컸다. 특히 은행채를 비롯한 초우량물 발행이 늘면서 기계적으로 우량물 비중을 확대하는 기관 수요가 유입된 것도 수급 쏠림을 강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우량채 미매각 속출…보수적 투자 심리 지속
한편 신용등급이 낮은 발행사는 어려운 조달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BBB 등급의 이랜드월드는 600억원 규모 발행 수요예측에서 산업은행이 전체 물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00억원 인수를 제안했음에도 기관투자자 주문을 단 한 건도 확보하지 못했다. CJ CGV(BBB+)는 영구채 발행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발행을 마친 JTBC(BBB)도 500억원 모집에 기관 주문이 190억원에 그쳐 절반 이상이 미매각됐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217억원, 한양증권이 93억원을 각각 인수했다. 발행 금리는 7.8%로, 기존 만기 도래 채권의 이자율(7.5%)보다 소폭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롯데건설 사례는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시장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7월 만기 도래분 차환을 위해 1500억원 규모 공모 발행을 추진했으나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밑도는 주문만 확보했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단이 인수했고, 발행 금리는 기존 채권 대비 상승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미분양 증가로 실적이 악화된 데다 신용등급이 민감 구간에 머물러 있어 투자자들이 참여를 꺼린 것으로 해석된다.
2025년 상반기 통계도 등급별 수요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코스콤 자료에 따르면, BBB 등급 무보증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약 5200억원을 기록했고, 4월 이후 월간 발행액은 200억원 안팎에 그쳤다. 발행 여건이 악화되자 일부 기관들이 하위 등급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안정성이 높은 채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이 나타난 까닭이다.
하반기 회사채 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거론된다. Fed가 예상보다 장기간 긴축을 유지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경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의 위축이 국내 자금 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위 등급 발행사의 조달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로는 캡티브 영업 규제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가 계열사나 관계사를 통해 발행사 채권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는 방식은 발행 성공률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당국이 최근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향후 발행사는 전적으로 시장 수요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전문가 “금리보다 신용도가 핵심 변수”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회사채 시장에서도 금리 변동성보다 신용도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이후 차환 물량이 몰리는 시점부터 비우량 발행사의 조달 환경은 한층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의 제도 변화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발행사의 신용등급과 상환 안정성이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위 등급 채권은 신용 하향 압력이 높아서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결국 수급이 약해지고, 여기에 캡티브 영업 규제 같은 제도 변화까지 겹치면 발행사 간 차별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안정되면 발행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보수적이라 하위 등급은 특히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량물 중심으로만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李대통령 "北체제 존중…日은 이웃·동반자"(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다큐 3일’ 10년 만 재회였는데..결국 무산, 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李대통령 “대대적 통폐합”…공공기관들 초비상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반려동물 700만 시대 ‘펫 장례’에 베팅…프랙시스, 21그램 품는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마이크로디지탈 “POCT도 미국으로”…진단사업 확장 시동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