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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다르다”…초대형 항공사 기대되는 이유 [항공사 재이륙①]

해외 기업 결합 승인 기대감…빚더미 앉은 아시아나항공 살릴까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진심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기 위해 깐깐한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데다, 인수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등에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는 얘기다. 
 
항공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이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다소 강도 높은 기업 결합 조건을 받아들인 만큼, 해외 경쟁 당국이 받아들일 정도의 독과점 우려 해소 방안을 마련해 결합 심사 문턱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경쟁 당국에 이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 당국의 결합 심사도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물론 해외 기업 결합 승인을 얻지 못해 양사 인수합병이 최종 무산될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13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은 이르면 내년 1월 26일, 늦어도 3월 23일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영국 경쟁시장청은 지난달 중순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승인 유예 입장을 내놓으며 대한항공 측에 독과점 해소 방안을 요구했다. 인천~런던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 제안 등이 담긴 안을 마련했고, 영국 경쟁시장청이 이 안을 받아들였다. 항공업계에선 “독과점 해소 방안 수용 여부에 따라 기업 결합 승인도 좌우되는 만큼, 영국 경쟁시장청이 양사 기업 결합을 사실상 승인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활 건 대한항공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과정을 보면, 영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다른 해외 국가의 기업 결합 심사도 통과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 노선에 관한 슬롯을 반납하는 등 각국 경쟁 당국을 설득할 정도의 독과점 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에선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한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다가 양사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대한항공은 경쟁력 약화보단 양사 합병으로 얻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말한다.  
 
실제 우리 공정위는 향후 10년간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 등의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양사 결합 후 노선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기업 결합 승인 조건으로 미주·유럽·동남아·중국 등 국제선 26개 노선, 제주 등 국내선 14개 노선에 대한 슬롯‧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라고 요구한 것이
다. 
 
당시 항공업계와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정위 조건에 대해 “사실상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모든 노선에 대한 슬롯과 운수권 반납을 조건으로 내건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의 조건”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 같은 조건을 두고 “국내 항공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정도였으나, 대한항공은 공정위 조건을 수용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2일 대한항공 53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 것을 수용하고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공정위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조건은 해외 경쟁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해외 경쟁 당국이 수긍할 정도의 조건을 제시해 해외 기업 결합 심사 승인에 힘을 실어줬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다만 공정위가 1년 넘는 긴 시간 동안 결합 심사를 진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돼왔다는 점은 여전히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공정위나 영국 경쟁시장청의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제시한 수준의 독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한다면 남아 있는 해외 기업 결합도 승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 단위 인수 자금에 영구채까지…재무 부담 ‘가중’

대한항공이 해외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해 예정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정상화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빚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1조원이 넘는 영구전환사채(영구채)가 거론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1조335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1800억원을 상환해 미상환 영구채 규모는 1조1550억원에 달한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다는 이유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부채에 가깝다. 최초 금리가 높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는 구조라,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하는 자금 수혈 방식이다. 현 시점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금리는 적게는 약 5%, 많게는 10%가 넘는다.  
 
물론 이 같은 자금 부담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많다. 통합 과정에서 투입해야 하는 조 단위 자금 등으로 인수합병 직후엔 진통이 상당하겠지만,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FSC)라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양사 인수합병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란 계산이다. 
 
황용식 교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재무 부담은 크겠지만, 양사 인수합병 이후의 국내외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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