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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찾아 ‘해외’ 눈 돌린 ‘토종 OTT’...정부의 직접 지원 절실 [거침없는 K-콘텐츠]②

생존 위해 글로벌 진출 앞뒀지만 기반 마련 난항
OTT 업계 “국내 사업 안정화가 해외 진출 조건”


(왼쪽부터) 티빙·웨이브·왓챠 애플리케이션 로고.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로 ‘적자 탈출’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확산된 ‘비대면 문화’에 특수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접어들자, 가입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글로벌 OTT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토종 OTT들은 이 같은 위기의 활로를 ‘해외 진출’에서 찾고 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OTT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열린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포럼4’에 참석해 “글로벌 진출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들과 힘을 겨뤄야 하는 상황에 해외 진출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 국장은 다만 “본체가 튼튼해야 해외 진출도 성공할 수 있다”며 “우선 경쟁력을 갖춘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외 진출에 발생하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국내 사업의 안정화가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만으로 투자금 회수 어려워…콘텐츠 투자 비용 증가 불가피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중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흑자를 내고 있는 기업은 없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 기업은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티빙은 762억원, 웨이브는 558억원의 연간 손실을 봤다. 계속된 수익성 악화를 겪었던 왓챠의 경우 인수를 타진하던 LG유플러스가 손을 떼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날 방안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2022년 3분기 CJ ENM의 실적보고서에서도 티빙의 누적 순손실은 65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 했고 그에 따른 손익이 미흡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콘텐츠 투자 비용 증대’는 국내 OTT 업계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티빙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약 2000억원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했던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 규모다. 웨이브는 앞서 올해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에 더해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건물 전경. [연합뉴스]

토종 OTT 업체가 적자 상황에서도 이처럼 투자 비용을 높이는 배경으로 ‘넷플릭스의 독주’가 꼽힌다. 지난해 6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1118만명으로 집계됐다. 토종 OTT 중 이용률 1위인 티빙은 402만명으로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 제작 비용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 시장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인한 가입자 모집 효과를 그간 누려온 데 따른 결정이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넷플릭스 등 거대 글로벌 OTT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재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긴 사업자가 없는 가운데 높은 제작비로 누적 적자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만으로는 막대한 콘텐츠 제작비용 대비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국내 국민 10명 중 7명은 OTT를 이용하고 있다. OTT의 영향력이 확장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에 근접하고 있단 해석도 나온다. 최근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OTT 이용률은 72%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용자들은 평균 5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으며 이 중 2.7개는 유료로 집계됐다. 

정부도 국내 OTT 기업들을 위해 콘텐츠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부터 OTT를 통해 제공된 콘텐츠에도 제작비용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내 OTT 기업들은 세제지원이 ‘투자비’가 아닌 ‘제작비’에만 한정돼 있고, 세액 공제율의 추후 상향 계획 등이 없어 실질적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포럼4’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송재민 기자]

너도나도 해외 진출…문제는 경쟁력 갖추기 위한 비용

KBS 공영미디어연구소는 지난해 국내 OTT 시장 규모를 약 2조5000억원(19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했다. 반면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108조5200억원(880억 달러)로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토종 OTT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유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주지역 OTT 플랫폼 ‘코코와(KOCOWA)’ 인수를 확정짓고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밝혔다. 코코와는 현재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미주지역 30여개국에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있다.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설 방침이다.

티빙은 지난 6월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플러스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일본·대만 시장에 진출하고 2023년에는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계획은 현재 미정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와 OTT 시장 한파에 따라 글로벌 진출을 미룬 것으로 봤다. 티빙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하기에 더 좋은 시기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에서 토종 OTT들의 강점은 분명하다. ‘오징어게임’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K-콘텐츠를 전 세계 사용자들이 잘 알고 있고 본 적이 있다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문화적인 권력이 비교적 낮은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K-콘텐츠는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 제작 비용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한국은 제작비용 대비 고품질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의 콘텐츠 제작비는 미국의 드라마 평군 회당 제작비의 8~25% 수준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제작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1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K-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포럼4’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창남 티빙 국장. [정두용 기자]

그러나 해외시장에 OTT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해외 진출 시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콘텐츠를 제공할 국가에 따라 자막이나 더빙이 필요한 경우를 포함해 서버 비용, 인적 자원들까지 비용 문제가 다양하게 결부돼 있다”고 답했다. 결국 비용 충당이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 시장 진출 촉진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이나 현지화 인프라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국내 OTT들이 해외 기업과 제휴를 하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등 해외에 진출할 때 컨설팅이나 법률 자문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동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국내 OTT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인플레이션이나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금년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신규 펀드 조성이나 정책금융을 통한 투자 보유 확대 방안으로 가시화하고 있고 자금 공급 방안들을 확대하도록 관계부처가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에 더해 투자비 세액 공제까지 이뤄지면 ‘이중 공제’라는 인식이 있어 논의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며 “업계와 함께 소통해 가며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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