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만 있는 영구선물계약이란[김형중 분산금융 톺아보기]
동적인 분산금융시장
2016년 비트맥스 이후 다른 거래소도 거래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전통금융시장에는 없지만 분산금융시장에만 있는 게 많다. 담보 없는 대출인 아베(Aave)의 플래시론, 호가창 없는 분산거래소 유니스왑(Uniswap), 만기일이 없는 선물 상품인 영구선물계약(perpetual futures contract)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영구선물계약이 오늘의 주제다.
2018년 이전 암호화폐시장의 주류는 현물시장이었다. 코인베이스, 업비트, 빗썸 등이 대표적인 현물 암호화폐 거래소로, 시가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사고 파는 곳이다.
2018년 이후로 크게 성장한 암호화폐 시장이 파생상품 시장이다. 2020년부터는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현물시장 규모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파생상품 시장의 강자는 단연 바이낸스다.
전통금융시장인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 2017년 비트코인 선물 상품 거래를 시작했고, 2020년에는 비트코인 옵션 상품을 허용했다. 2017년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역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허용했으나 2019년에 폐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1년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가했다.
암호화폐 파생상품, 연구할 필요 있어
전통금융시장에서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이 있는데 선도, 선물, 옵션 등이다. 현물시장에서는 거래 결제가 즉시 이뤄지지만 선물시장에서는 만기일에 결제가 최종적으로 이뤄진다. 미래의 가격인 선물가격과 현재의 가격인 현물가격 사이에서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다.
선물은 약정한 미래의 시점에서 약정한 가격으로 거래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미래의 그 시점에 약정한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해 선물을 팔 수 있다. 목적은 약정한 가격 아래로 떨어졌을 때의 손해를 회피(헤지)하기 위함이다. 그때 가서 막상 가격이 오르면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약정가격 이하로 내려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선물거래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몽룡은 가격이 오를 거라 예상하여 선물을 사서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물론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몽룡은 알고 있다.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를 베이시스라고 부른다. 현재의 시가와 미래의 선물 가격이 정확히 일치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것은 신도 어찌 할 수 없다. 그래서 베이시스는 대부분 0이 아니다. 그런데 만기에는 베이시스가 0이 된다. 미래 특정시점의 현물가격이기 바로 선물가격이 때문이다. 만기에 이르면 해당 선물이 없어지면서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이 같아진다.
물론 선물에서는 매일 일일정산을 실시한다. 만기일이 도래했을 때 한쪽이 감당하기 힘든 손해를 입게 되어 계약 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일정산을 실시하여 베이시스를 줄인다.
따라서 매일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차이가 발생했을 때 계약 당사자들끼리 이익과 손해를 정산하도록 한다. 정산이 이루어짐으로써 매일 베이시스를 0으로 조정하는 효과가 생긴다.
영구선물은 로버트 쉴러에 의해 1992년에 제안되었다. 비유동성 자산을 위한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 영구선물이 제안되었지만 정작 그게 정착된 곳은 암호화폐 시장이다.
사실 영구선물이 거래되는 곳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유일하다. 암호화폐는 아직 메인스트림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틈새시장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암호화폐의 특징은 가격변동폭이 크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 사이에도 몇 배씩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영구선물계약은 선물계약과 달리 만기가 없기 때문에 영구선물계약에서도 선물가격이 현물가격과 일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폭이 크므로 일일정산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암호화폐 거래소는 대부분 8시간마다 정산한다. 더 자주 하는 경우도 있다. 영구선물계약에서는 이런 주기적 정산을 펀딩비율(funding rate)이라고 부른다.
암호화폐 영구선물은 2016년 비트맥스(BitMEX) 거래소가 첫선을 보인 후 다른 거래소로 퍼져 나갔다. 미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일부 파생상품 거래만 가능하며 영구선물과 차익결제거래(CFD)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파생상품의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때 한국의 전통금융 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 규모가 몇 년간 연속으로 세계 1위를 달린 적이 있다. 그린스펀 전 미국 FRB 의장이 강연에서 “한국의 선물옵션시장이 현재 세계 1위이며 미국이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면을 볼 때 한국인은 투기성향이 매우 강하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적은 투자금액으로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을 선호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따라서 한국에서 암호화폐 파생상품을 허용하면 다시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활화산처럼 맹렬하게 끓어 오를 것이다.
영구선물계약에 대한 연구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처음 적용되어 연구성과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만기일이 없는 옵션도 상품으로 출시됐다. 한국에서도 영구선물은 물론이고 CFD 등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는 국내 대표적인 암호학 전문가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학계에서는 불록체인 및 디파이(DeFi)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권한대행마저 탄핵 가결...경제계 "불확실성 커져"
2매일유업, 이인기·곽정우 대표 신규 선임...3인 대표 체제로
3취미도 온라인으로...여가활동 만족도 8년만 최고
4FBI, 3년 전 "코로나19, 실험실서 만들어져" 결론 내려
5민주당 "최상목, 속죄하는 마음으로 직무 임해야"
62025년 가장 여행 가고 싶은 국가 1위는 '일본'
7투자자 45% 올해 암호화폐 첫 투자...가장 많이 산 코인은
8최상목 권한대행 "국정 혼란 최소화해야...안정에 최선"
9청도군, '청년성장-직장적응' 성과 평가 최우수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