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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하락기에도 주택공급은 필요하다…재건축 활성화해야”[부동산시장 긴급 진단]②

1990년대 입주 아파트 재건축 활성화 필요…질적으로 끌어올려야
양질의 주택 많이 지어야 가격 안정화 돼

[이코노미스트]가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국민의힘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17일 오후 일산 주엽동 '다시작 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집값이 오를 때는 5년 뒤에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도 영혼까지 끌어다가 집을 삽니다. 반면 집값이 떨어지면 지금 사야하는 사람들도 주택 마련을 미루죠. 한 마디로 경기에 따라 수요 탄력성이 굉장히 높다는 겁니다.” 
 
17일 오후 일산 주엽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의 인터뷰는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도시계획학 박사이자 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가천대학교 초빙교수와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주택시장 특유의 수요와 공급 문제를 설명하며 담담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정치권에서 손꼽히는 주택정책 전문가다웠다. 

대화가 점차 길어지며 주제는 부동산 침체기를 맞는 정부 규제완화 대책부터 재건축 등 정비사업 정책, 더 나아가 수도권 도시계획 비전으로 확장됐다. “3기신도시를 반대하며 일산을 지역구로 결정했다”는 김 센터장은 도시계획 전문가로서 자기 소신을 뚜렷이 밝혔다. 

Q: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아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분양시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A: “규제완화 효과로 급락은 막았으나 반등은 어렵다.” 이게 시장동향을 조사해서 수렴된 의견이다. 이번 대책은 상당히 적절했다고 본다. 하지만 사실 규제완화를 조금 더 먼저 해주길 바랐다. 부동산 경기는 한 번 식으면 다시 살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불이 남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불씨를 살려놔야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주택 경기가 나빠지는 현상을 보고 조금씩 불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국토교통부의 규제완화 속도가 더뎠다.

아마 규제완화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비난하는 여론이 커질 것을 정부가 의식하기도 했을 것이고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물가에 반영되는 것도 우려했을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 대책보다 물가안정에 집중했었다고 이해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자체를 보면 ‘침체가 너무 심해지면 살리기가 어려울 텐데’라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다. 

Q: 이번 규제완화 발표를 두고 ‘둔촌주공 맞춤형’이라는 말도 있는데?

A: (웃으며) 둔촌주공 때문에 정책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로 타이밍이 맞았는데 물론 그 타이밍은 살펴보고 발표했을 것 같다. 둔촌주공이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리트머스’가 아니었을까. 경기가 식을 때는 사실 분양시장에서 가장 먼저 식게 된다. 정부 입장에선 분양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분양시장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특히 대책을 내놨을 때 그 대책이 즉각 반영돼야 시장에 더 좋은 신호를 주는데 이 규제완화 효과가 확산될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있다면 정부 입장에선 시기를 맞추기 굉장히 좋다. 둔촌주공은 입지가 나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었던 지역인데 이런 단지가 외면을 받는다고 하면 시장에 심각성을 알리는 큰 경고음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반청약 결과가 예상보다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정부가 대책을 내놨고 다행히 대책 발표 전보다 조금은 활기를 띤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규제완화는 심리적 압력 때문에 청약이 안 되는 문제를 해소했을 뿐, 펀더멘털(기초체력) 자체를 바꾸지 못했다. 펀더멘털이라하면 일단 ‘충분히 집을 사줄 계층이 있느냐’는 것인데 정부정책이 이 같은 펀더멘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금리도 높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분이 회복되더라도 한계가 있을 거다. 

Q: 그렇다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나? 

A: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어려운 이유가 지금쯤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 하는 사람들이 3~4년 전에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서 주택을 매수했다는 말)’해서 집을 사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전체적인 파이 자체도 줄었다. 미래세대 수요를 끌어와야 하는데 인구도 줄고 있으니. 

그럼에도 공급은 꾸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수요가 전혀 늘 것 같지 않지만 1년 전만 해도 절대로 수요가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는 금리가 낮아지고 경기가 좋아질 텐데 그게 언제일지 예단할 수가 없다. 그럴 때는 수요가 또 갑자기 급증하게 된다. 이렇게 수요에 맞춰 공급을 줄였다 늘렸다 하게 되면 주택가격의 등락폭을 높이는 것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아무 데나 막 짓는 공급이 아니라 양질의 주택을 많이 지어놓으면 수요가 요동처도 집값은 안정된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이 인터뷰에서 주택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투기꾼들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A: 규제완화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 목적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방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집값이 높다는 의견에는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 수준이 굉장히 가팔랐고 속도도 빨랐다. 집값이 이렇게 갑자기 급락하면 금융시장과 주변의 내수시장에 굉장히 큰 연쇄적 반응을 일으키게 돼 있다. 그래서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속도가 중요하다. 결국 경착륙 방지에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다음 목표가 바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다. 우리나라에선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때도 불합리한 규제를 덜어낼지, 이걸로 과열될 수 있는 부분들까지 고려할지에 대한 또 다른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5년 동안 정부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은 가격을 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못하게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가격에 ‘실링(ceiling, 천장)’이 생겼다. 게다가 경기도 안 좋아지고 있으니 이제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다. 

항상 여기서 우리나라 정책이 엇박자를 내게 되고 악순환이 생긴다. 우리나라 재건축·재개발은 아주 경기의존적인 사업이다. 경기가 좋으면 사업 진행이 빨리빨리 진행되는데 조금만 더 좋아지면 정부에서 규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꺼번에 사업을 해치워버리려고 한다. 그러고 나서 경기가 꺾이면 규제를 풀어줘도 쉽게 진행이 안 된다. 불경기 때는 규제완화로 인한 효과보다 고금리에서 비롯한 비용부담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을 우리가 끊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도 결국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하다. 간신히 내 집 하나 마련한 분들은 분담금도 내고 이자도 낼 여윳돈이 없다. 그래서 항상 투자여력이 있는 사람들만 재건축·재개발 대상 부동산을 사게 된다.

Q: 결국 재건축을 활성화할 때 투자자들만 돈을 번다는 비난 여론이 생기면서 다시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A: 그렇다. 집이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후화된 주택을 방치하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안전에 문제가 생기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투자자들이 개발이익을 가져가지 못하게 정비사업을 억누르면 거기 사는 실수요자들 생활이 불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재건축·재개발을 못하게 하고 동네에 다 낡은 아파트만 있으면 임차인들이 낡은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런데 계속 재건축을 하고 새 집이 늘어나면 내가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임차로 새 집에 들어갈 기회가 많아진다. 일산이나 파주가 주로 그런 형태다. 예를 들면 새 아파트가 입주해서 임차인이 들어가 살다가 집주인이 전세가를 올리면 옆에서 또 새로운 아파트를 지어서 그 아파트에 가서 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공급이 계속 이루어지면 아무리 재개발·재건축을 해도 집값이 오르거나 투기수요가 형성이 안 된다. 

그런데 서울 같은 곳은 새 집이 귀하다. 그러니 재건축한다고 하면 실수요자도 관심을 갖지만 투자자도 모이고 투자자들이 모이다보면 투기꾼도 들어온다. 아주 극단적인 경제학자들은 그래서 ‘공급폭탄’ 형식의 공급을 하는 게 답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제로 인해 주택공급이 부족해진 서울만 집값이 오르고 공급이 많은 경기도 외곽은 그렇게 집값이 많이 안 올랐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주택이 양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라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집이 부족하다. 우선 신축이냐 구축이냐의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출퇴근 거리가 짧은 도심이나 주거인프라가 잘 돼 있는 지역이냐의 문제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이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주택공급을 해야 할까?

A: 나는 3기신도시를 반대했었다. 서울에 집이 부족하다고 자꾸 3기신도시와 같은 추가적인 택지개발을 하지 말고 서울에 공급을 하자는 거다. 그리고 1기신도시가 30년이 돼가니 재건축을 해서 새 아파트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그림을 그리며) 서울 30㎞ 반경에 1기신도시가 있고 40㎞ 반경에 이렇게 2기신도시가 있다. 1기와 2기신도시 개발 당시에는 서울 근교가 그린벨트로 묶여서 그린벨트 바깥으로 개발을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그린벨트를 풀어서 그 사이에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왔고 3기신도시는 보금자리와 1기신도시 사이에 위치한다. 서울은 공급을 막고 인근에만 이렇게 공급을 늘려버리니 서울의 경계가 넓어지는 한편 수도권 주민들의 출퇴근 시간만 늘었다. 동시에 1기신도시와 2기신도시는 섬이 돼버린 거다. 게다가 3기신도시도 지금 그린벨트를 풀면서 개발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도 심각해지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그린벨트를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제 서울은 오세훈 시장이 규제를 풀면서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향후 주택공급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A: '90년대생이 온다'는 책 제목처럼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이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본다. 1980년대에 지은 아파트는 저층이고 ‘부의 상징’이 아니었다. 반면 1990년대 아파트는 15층 이상이면서 ‘중산층의 상징’이 되면서 자가거주 비율도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 이 중산층들 중엔 586세대가 많고 이들이 은퇴하면서 고령층에 합류하고 있다. 1기신도시뿐 아니라 서울에도 많은 이 90년대생 아파트들은 재건축 사업 구조나 거주민 특성 측면에서 80년대생 아파트와는 완전 다르다. 90년대생 아파트 재건축을 잘 하는 게 주택공급은 물론 중산층 자산보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안전진단 통과나 용적률 제한 등 문제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90년대생 아파트들이 많은데 정부가 법적으로만 3개층 이상 수직증축을 허용해놓고 안전 상 책임 질 자신이 없으니 실제로 허가를 안 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존에서 한 층만 필로티로 올리고 그래서는 사업성이 안 나오니 단지 내 테니스 코트나 노인정 자리에 별동을 지어서 분양하려고 한다. 그러면 살기 답답해질 수도 있고 그 자체가 리모델링이 아니고 변형된 재건축이다.

내가 20대 국회 당시 직접 발의했던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이 다음 달 나올 ‘1기신도시 특별법’의 모태가 된다. 1기신도시 특별법에는 90년대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성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담겼으면 한다. 고령자들이 추가분담금 때문에 재건축되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분담금을 완화해주거나 이주 주택을 마련해주는 내용도 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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