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美 긴축완화 임박?…코스피보다 코스닥에 주목할 때 [이종우 증시 맥짚기]

2월 FOMC회의서 긴축 완화 가능성 나왔지만
韓 기업이익 전망치 낮아…미국·유럽과 달라
코스닥 상승 여력 있어, 코스피는 박스권 전망

코스피 코스닥 [연합뉴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났다.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회의가 끝난 후 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물가상승둔화) 초기 단계에 들어갔는데, 재화부문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추가 금리인상은 3월과 5월 회의 때 경제지표를 보고 결정하겠지만 과다한 긴축은 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경기와 관련해서는 긴축 과정에서 고용시장이 견조하게 유지돼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1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51만7000명 늘었다.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여서 경기침체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체 분위기는 연준이 긴축을 강하게 얘기할거란 우려와 달리 완화적이었다. 그 덕분에 회의 결과가 알려지자 주가가 상승했다. 긴축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연준이 인플레 하락을 얘기한 게 주식시장에 힘이 됐다.  

2월 FOMC회의를 기점으로 금리가 가지고 있는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가 약해져 금리 인상 폭이 작아지고, 그래서 조만간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제시된 이상 추가로 나올 부분이 없어서다. 

시장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장을 지배하던 특정 재료의 힘이 약해지면 다른 재료가 등장해 그 공백을 메우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금리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다른 재료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예상으로는 경기와 기업실적이 대체 재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내 기업실적 전망, 다른 나라에 비해 좋지 않아

주요국의 기업실적 전망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지난 1년 새 기업실적 전망이 최고치에 비해 10% 정도 내려온 상태다. 그 영향으로 다우지수가 최고치에서 10%, 나스닥도 20% 정도 떨어졌다. 유럽은 실적 전망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다. 주가도 작년의 최고치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은 작년 4분기부터 이익 전망치가 다시 늘어났다. 그 즈음 주가가 바닥을 쳤고 지금은 바닥보다 10% 이상 높아졌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이익 전망치 감소폭이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크다. 미국의 이익 전망치가 연간 최고치에 비해 10% 정도 낮은 반면, 우리는 이익 전망치가 최고치에 비해 40%나 낮다. 중국과 유럽의 이익 전망치가 감소에서 증가로 방향 전환을 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락하고 있다. 이익 전망의 방향과 규모 모두 좋지 않다. 

우리 기업이익 전망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유독 나쁜 건 2021년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242조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데, 이는 정부가 국민 전체에게 무상으로 돈을 지원을 해주는 비정상과 지나치게 낮은 금리라는 비정상이 만나 만들어낸 수치여서 반복되기 힘들다. 

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는 3분기에 비해 0.4% 역성장했다. 유럽이 0.1% 성장하고, 미국이 0.7% 넘게 성장한 걸 감안하면 우리경제가 유독 약했다고 볼 수 있다. 1월에 사상 최대인 127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11개월째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건 물론,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수출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수출이 좋지 않고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때에는 기업수익도 덩달아 나빠지는데 지금이 그런 상태다.

긴축과 금리는 세계적 공통 주제여서 여러 나라 주가가 비슷한 형태로 움직인다. 반면 경제와 기업실적은 국가마다 모양이 달라 주가 반응이 제 각각이 된다. 유럽 주가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는 반면 미국 나스닥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와 20% 정도 격차를 보이는 것도 그 이유다. 

이제 시장의 관건은 코스피가 2500을 넘어 상승을 계속할지, 아니면 박스권내에 머물지 여부다. 1월에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높아졌다. 주가가 당장이라도 박스권을 뚫고 오를 기세였기 때문이다. 연준의 긴축 완화가 방침이 나오면서 시장의 자신감이 더 강해졌다.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의 인식이 개선된 게 사실이지만 주가가 박스권을 넘을 정도는 아니다. 시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 경기와 기업실적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지금 국내 경제와 기업실적이 바닥 수준이어서 앞으로 개선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주가가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주가를 빼놓았을 때 성립하는 얘기다. 이미 주가가 올라왔다.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된 만큼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기 보다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매수 이전에 주목해야

투자종목을 선택할 때 연초 이후 상승률이 중요해졌다. 주가가 어느 정도 상승하면 오르지 못했던 종목으로 매수가 이전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지만 이들의 상승률도 바닥에서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로 전체 외국인 매수의 35%가 몰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만원대 중반을 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면 반대쪽은 힘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에 그런 관계가 성립한다. 대형주 상승이 계속되면 중소형주로 매수 이전을 기대하고 주식을 샀던 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내다 팔게 된다. 그럴수록 수익률 격차가 더 벌어지고, 결국 중소형주는 상승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끝나버린다. 지금까지 시장은 그런 형태로 진행돼 왔다. 코스피가 바닥에서 25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동안 대형주가 두드러지게 올랐을 뿐 중소형주로 이전은 크지 않았다.

앞으로는 조금 모습이 달라져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경기와 기업실적 전망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기 힘들다. 대형주 주가도 어느 정도 오르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시장은 새로운 상승 주자를 찾아 나서게 될 텐데, 오르지 않은 중소형주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2월 들면서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상승이 빨라졌다. 코스피는 작년 8월에 기록했던 고점에 다가선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고점 830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 FOMC가 열리고 긴축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금리가 하락한 것도 성장주가 모여있는 코스닥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2월 주식시장은 주가지수가 어디까지 오를까 보다 어떤 종목으로 상승이 이전할까가 더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주가가 작년 말보다 크게 상승한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유미야, 오랜만이야”…화면 속 이야기는 끝났지만 ‘현실 마침표’ 아직

2거래소, 밸류업 공시 담담자 의견 청취…이달 중 가이드라인 확정

3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공약이행 '최우수 등급' 획득

4홍준표 대구시장, 제22대 당선자와 오찬 간담회... "지역현안 공동 대응키로"

5포항시, 바다식목일 기념 '블루카본 국제포럼' 개최

65대 은행 부실채권 5兆 눈앞…갈수록 증가 속도 가팔라져

7미국투자이민∙영주권 릴레이 설명회 열린다∙∙∙국민이주, 서울∙ 대구∙싱가포르까지

8 AI 경쟁이 불러온 훈풍…가전·스마트폰, 신제품 효과 뚜렷

9의료기기 기업 바즈바이오메딕, 1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실시간 뉴스

1“유미야, 오랜만이야”…화면 속 이야기는 끝났지만 ‘현실 마침표’ 아직

2거래소, 밸류업 공시 담담자 의견 청취…이달 중 가이드라인 확정

3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공약이행 '최우수 등급' 획득

4홍준표 대구시장, 제22대 당선자와 오찬 간담회... "지역현안 공동 대응키로"

5포항시, 바다식목일 기념 '블루카본 국제포럼'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