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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일까, ‘썸’ 일까…필리핀 보홀의 손짓[E-트래블]

스토리텔링의 파라다이스, 스타리나잇의 환상 여행지
카지노, 골프장 없어 가족 여행지로도 최적

 버진아일랜드 보홀 일출 [사진 로얄필리핀항공]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보홀은 파라다이스다. 그곳에 이르는 천국의 계단은 로얄필리핀에어가 놓았고, ‘핫플’ 해외여행지가 됐다. 직항 덕에 최근 이곳은 한국인으로 인산인해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바로 옆의 보홀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다’ 안경원숭이가 왜 여기에?

파라다이스엔 전설이 꼬리를 문다. 아름다운 이곳 필리핀 보홀, 버진아일랜드의 소녀 ‘알루이아’(Aluya)는 인어공주의 호기심을 빼닮았다. 알루이아는 달콤한 초콜릿을 쏟아 놓을 듯한 초콜릿힐에 끌리지만 그곳엔 무서운 거인 ‘아고로’(Agoro)가 살고 있다. 거인 역시 알루이아를 모를 리 없다. 이 둘의 쫓고 쫓기는 로드 무비는 사랑싸움 같지만 어떨 때는 피 칠갑 호러무비가 된다. 알루이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알루이아가 아고로를 피해 숨어든 곳엔 타르시어스 안경원숭이가 경계를 선다. 이 안경원숭이는 몇 차례 ‘스타워즈’를 버텨낸 제다이 기사단이다. 그 수장은 알다시피 ‘요다’. 안경원숭이를 보고 있자면, 자연히 요다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초콜릿힐의 거인에게서 도망친 알루이아는 천만다행으로 강력한 기사단을 만났다. 문제는 알루이아의 호기심과 요다의 피곤함이다. 이 안경원숭이는 그간 수많은 전투에 지칠대로 지쳐 나무에 매달려 잠만 잔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야행성 맹수들이 오수에 빠진 모습을 본 게, 한두번이지 않으니…

그 큰 안경 같은 뜬 눈을 보기 위한 방법이 없진 않다. 관리인에게 20페소(한화 약 470원)를 쥐여주면, 인증샷까지 찍어준다. 

이곳엔 눈만 특화된 듯 4~5인치의 원숭이가 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다. 필리핀 군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으로, 본명은 타르시어스 원숭이다. 필리핀 지폐(200페소)에도 그 얼굴이 새겨져 있다. 

초콜릿힐. [사진 로얄필리핀항공]

달콤한 초콜릿힐

초콜릿힐 아고로의 사랑도 그에겐 사랑이다. 그러나 관계는 뜻하지 않게 파국을 맞는다. 혹자 아고로가 알루이아를 꼭 껴안으려다가 숨 막혀 죽게 했다지만, 알루이아는 그 순간 그의 눈을 피해 도망쳤다. 사랑과 스토킹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녀는 아고로와 더불어 이국에서 구름떼처럼 찾아든 한국 관광객들과 숨바꼭질을 벌여야 할 판이다. 

앞서 이름도 달콤한 그곳에 아고로와 알루이아가 남긴 러브스토리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신파가 됐다. 그녀를 잃은 거인의 눈물이 대구루루 굴러 1268개의 구릉들을 만들었단다.

그렇게 생긴 제주 오름과 같은 구릉의 모양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아 초콜릿힐로 불린다. 초콜릿힐 조망을 위해 오르는 계단 수도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 맞춰 214계단이라지만, 예리한 한국 관광객은 그 수를 일일이 세어 220~221개라고 밝혔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인 그 예리함을 칭찬해야 할지, 어설픈 스토리텔링으로 전설을 만들고 싶었던 현지인을 탓해야 할지…

맨메이드포레스트에 있는 마호가니나무숲

아고로의 사랑은 보홀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알루이아를 찾아 헤맨 발길은 ‘맨메이드 포레스트’의 마호가니 나무숲에서 정점을 이룬다. 이 나무들이 어깨동무하며 만든 커다란 나무 터널은, 금방이라도 아고로가 튀어나올 듯하다. 어찌 보면 우리에겐 거대 터널이지만 그에게는 오솔길마냥 앙증스러울 수도 있겠다. 

터널을 통해 마주한 조막만한 하늘은 아고로를 그리워하는 말풍선이 돼,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쓰고도 남음이 있다. 가족 탐방객은 이곳에서 폰카를 연신 눌러댄다. 숲을 타고 흐르는 바람 소리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숲속 나무를 어루만진다. 사람이 숲을 보는 것인지, 나무가 사람 구경을 하는 것인지….

비그랜드리조트 보홀 앞바다. [사진 로얄필리핀항공]

바다인지 섬인지, 미녀인지 미혹인지…버진아일랜드

묘령의 알루이아는 그녀의 고향 버진아일랜드도 판도라에 감췄다. 그곳은 바다인지 섬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바다 한가운데 버진아일랜드에는, 정동진의 소나무처럼 두 그루의 맹그로브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보홀 호핑투어의 기착지이기도 한 이곳에는 관광 요트가 즐비하다. 이 배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도 모를 일이다. 전망 확 트인 바다와 경계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은 섬만이 아니다. 하늘 역시 ‘이 평등의 땅’에서 판타스틱 전경을 만들었다. 3차원을 1차원으로 만든 이곳에선 세상 시름 정도는 내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얼굴을 빼꼼히 내민 불가사리와 눈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쓸쓸한 맹그로브에 속 얘기를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500년 기도로 세운 바클레욘성당

사랑은 간절함이다. 보홀의 사랑 이야기는 바클레욘 성당에 이르러 종교가 된다. 16세기부터 짓기 시작한 바클레욘 성당은 초창기에는 산호석, 계란을 건축재료로 썼다고 하니 이 역시 전설을 품기 딱이다. 석조성당으로서는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오래됐다. 오랜 세월 전쟁과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으나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보홀의 그녀는 바람이 되고 바다가 되고 맹그로브가 되어, 나도 모르는 새 팔짱 끼고 나와 동반했을 수도 있다. 끝내 이루지 못해 가슴 떨리는, 천국보다 낯선 사랑 이야기는 저마다의 ‘스핀오프’를 남기며 그들의 마음속에 전설되어 간다.

전설의 새드엔딩은 우리에겐 네버엔딩일 수 있다. 살아남은 거인은, 죽었다는 그녀의 머리카락 숫자만큼의 환생 여행객에 ‘귀신 곡할’ 상황에 빠졌다. 곳곳에서 까르르 웃어대는 그녀들 중 알루이아는 누굴까.

비그랜드리조트 보홀 드론샷. [사진 로얄필리핀항공]

■보홀여행 팁…먹고 자고 마시고 즐기고

보홀 직항은 로얄필리핀에어와 제주항공이 운행 중이다. 이른 아침 비행기라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인천국제공항 인근 숙소에서 보홀행 이브를 즐겨야 한다. 

보홀의 숙소 중 비그랜드리조트는 투숙객에게 보트 등 일부 바다 액티비티를 무료로 제공한다. 섬이라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 있다. 특이한 것은 군대식이 일반식이 된 ‘부들파이트’가 생경하지만 재미있는 현지식이 됐다. 우리의 ‘부대찌개’처럼.
로복강에서 즐길 수 있는 선상식사는 수영과 절경 조망 등 여행의 맛을 다중으로 키우는 멀티플 아이템이다. 망고 카페에서 100% 망고 디저트를 맘껏 먹을 수 있다. 젊은이라면 현지 유일의 클럽 에일리언도 문화 체험(?) 공간이 될 수 있다. 알로나 해변에 가면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을 비롯해, 길거리 카페에서의 맥주를 즐기며 여행 중 망중한을 느낄 수 있다. 알로나라는 이름은 필리핀 유명 여배우의 이름이다.

바다 호핑투어와 더불어 스노클링, 윈드서핑, 수상스키, 웨이크보딩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돌고래, 고래상어 조망 투어도 보홀 여행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비그랜드 객실. [사진 로얄필리핀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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