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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아이콘’ 네이버 개발자로 사는 법…AI가 바꿀 미래 [이코노 인터뷰]

전동현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팀 리더
사람처럼 세상을 인식하는 AI, 멀티모달 기술로 구현
이미지·문서에 이미 적용…패션·장소 검색으로 확장
“네이버 문화의 힘…자비스와 같은 AI 구현할 것”

전동현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팀 리더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 발표 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최종적으로 도달할 지점으론 영화 ‘아이언맨’에서 묘사된 자비스를 꼽았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정두용·송재민 기자] 검색. 한국인이라면 해당 단어를 보고 자연스럽게 네이버가 연상되곤 한다. 네이버가 가진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다수의 나라에선 구글을 떠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기도 하다. 한국은 구글이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국가적 특색’으로 진출이 제한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자체적으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검색 포털을 지닌 나라는 매우 드물다.

네이버가 구글과의 국내 시장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배경으론 ‘한국 특화 서비스’와 ‘기술력’이 꼽힌다. 국내 시장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자체 기술’로 구현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 특화 서비스’로 압축되는 다양한 네이버 기능들이 이용자를 만나기까진 개발자의 치열한 고민이 전제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네이버가 ‘대답하는 서비스’ 챗GPT(ChatGPT) 시대에 대응해 고도화하고 있는 검색 서비스 개발의 얘기를 듣기 위해 전동현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Language and vision)팀 리더를 만났다.

전 리더는 만 31세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한 팀의 리더로 오른 만큼 개발 역량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관습보단 실력’을 중시하는 네이버 내에서도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특별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지만, 네이버 내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는 동료들과 비교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며 웃었다.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팀이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권·김한수·전동현(리더)·권오준·권순환·이승우(인턴) 엔지니어. [사진 신인섭 기자]

챗GPT보다 한국 더 잘 이해하는 ‘서치GPT’

전 리더와 같은 ‘서비스 밑단’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모처럼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자리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마련됐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규모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을 열고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질문에 답했다.

그간 네이버는 ‘구글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느냐’란 물음을 받아왔다. 네이버는 이에 ‘한국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란 답변을 내놓으며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구글·야후 등 글로벌 검색 포털의 국내 시장 진출에 ‘한국 특화’ 기능으로 대응하며 성과를 올려왔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출시한 지식iN이 대표적이다. 20년이 넘는 기간 약 3억개의 질문과 5억개의 답변이 달리며 네이버의 대표 서비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는 이 외에도 쇼핑·길 찾기·정책 정보 등을 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묶으며 편의성을 높여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검색 서비스 ‘에어서치’를 도입,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기능 구현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같이 검색 기능을 지속해 발전시키며 명실공히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실제로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2023년 1월 기준 4291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가 5156만명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네이버의 검색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대 포털로 꼽히는 카카오의 다음 앱은 이 기간 이용자 수 814만명을 기록했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승리를 거둔 네이버는 이제 새로운 질문을 받고 있다. ‘챗GPT 등장으로 다시 검색 서비스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란 시각이다. 네이버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다시 한국 특화 서비스와 기술력을 꼽았다. 과거 구글과의 경쟁에서 한국적 특색을 입힌 서비스를 무기로 승리했다면, 이제는 기술력 측면에서도 밀리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읽힌다.

전 리더를 만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팀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네이버가 ‘챗GPT 시대’에 발맞춰 내놓는 신규 검색 서비스의 주요 축 중 하나로도 꼽힌다. 그는 하이퍼클로바X로 구현될 ‘서치GPT’(SearchGPT·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명) 기능 개발의 일면을 담당하고 있다.
전동현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팀 리더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에 연사로 올라  ‘이제는 AI가 읽고, 보고, 생성하는 거대 규모 멀티모달의 시대입니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개발자가 주인공’인 데뷰서 ‘멀티모달’ 기술 소개

하이퍼클로바X와 서치GPT는 네이버가 데뷰에서 ‘미래 먹거리’로 소개한 기술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 대비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 국내 사용자가 바라는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모델로 오는 7월 출시된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서치GPT’를 만들어 챗GPT로 대변되는 거대한 변화에 대응해 사업적 기회를 잡겠다고 자신했다. 회사는 서치GPT가 ▲정보의 신뢰성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결성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멀티모달(Multimodal)을 갖춘 형태라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챗GPT가 나타낸 ‘한계성’을 보완하고 국내 시장에 특화된 검색 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전 리더는 이 중에서 ‘멀티모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전 리더는 데뷰 무대에 연사로 올라 ‘이제는 AI가 읽고, 보고, 생성하는 거대 규모 멀티모달의 시대입니다’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 리더는 멀티모달에 대해 “정보는 글·이미지·음성·영상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한데, 모달리티(Modality)는 이 같은 다양한 정보 하나하나를 의미한다. 이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멀티모달의 핵심”이라며 “사람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복합적으로 학습하지만, AI는 그렇지 못했다. AI가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따라 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복합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AI가 판단할 수 있다면 검색 기능의 고도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매우 다양한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해당 기술을 지난해 4월 이미지 검색 서비스 스마트렌즈에 적용해 ‘+검색어 추가’ 기능을 구현하기도 했다. 이미지 촬영 후 텍스트를 추가로 입력해 더욱 구체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기능 고도화를 이뤘다. 특정 신발 이미지를 검색한 후 텍스트로 색상·디자인·소재 등 사용자 기호에 따른 추가 검색어를 더해 찾고자 하는 제품군을 좁혀가는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엔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해 ‘문서검색’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지·텍스트 등 입력된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빠르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매칭 적합도가 높은 문서를 분류해 사용자 맞춤형 검색 결과로 제공한다. 또 검색 결과로 제공된 문서의 가시성을 높여주는 ‘스마트 섬네일’ 기술도 적용됐다. 검색 대상 문서에 포함된 이미지 중 사용자 검색 의도에 가장 적합한 것을 추출해 대표 이미지로 노출, 사용자가 모든 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섬네일만 참고해도 내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네이버는 이 기능을 운동화 제품군에 먼저 적용했다. 전 리더는 “운동화는 비교적 시리즈 명이 명확해 검색하기 적합한 형태의 데이터가 많고, 컬렉션·리셀 등의 소비자 접점도 높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선보인 스마트렌즈 멀티모달 기능을 통해 운동화 제품군에 대한 사용자의 피드백 정보가 쌓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2022년 12월 멀티모달 AI 활용해 구현한 ‘멀티모달 문서검색’ 기능 설명 자료. [제공 네이버]

“네이버에서 ‘자비스’ 이용하는 게 목표”

네이버 검색은 이미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전 리더는 해당 기능의 구현까지 ‘치열하게’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개발자 입장에선 ‘최고의 보상’인 동시에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상당한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데뷰 발표에선 우리 팀이 이 과정을 어떻게 진행했고, 어떤 기술을 이용했는지를 공유했다. 네이버가 쌓은 다양한 한국 특화 데이터를 멀티모달 기술로 어떻게 활용했는지, 또 정보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알고리즘 구성 방법 등을 소개했다. 특히 AI에 대한 윤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이용자가 접하면 안 되는 정보를 가려내고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전 리더는 서치GPT란 대형 프로젝트에서 멀티모달 기술이 ‘더 정확한 정보를 더 자연스럽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으리라고 소개했다. “챗GPT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세상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정보의 정확도 측면에선 아직 부족한 점이 보인다. 네이버가 구상하는 다음 검색 기능은 챗GPT와 같은 형태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정확도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이해된다. 멀티모달은 이를 이미지·음성·영상 등으로 풍부하게 전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전동현 네이버 서치CIC 랭귀지 앤드 비전팀 리더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 발표 후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네이버는 멀티모달 검색 기능을 스마트렌즈·문서검색(운동화)에 이어 패션·장소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 리더는 “현재 의류 분야부터 시작해 패션 검색 기능을 아우를 수 있는 멀티모달 검색 기능 구현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네이버의 강점인 장소 검색에서도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명소 사진을 입력하면,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느낌의 공간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식의 검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리더는 AI가 최종적으로 도달할 지점으론 영화 ‘아이언맨’에서 묘사된 자비스를 꼽았다. 네이버가 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란 질문엔 ‘사내 문화’를 근거로 “가능하다”고 힘줘 답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를 텍스트 혹은 대화 형식으로 제공하는 ‘개인 비서’를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멀티모달 기술은 사람처럼 세상을 보는 AI를 구현할 방법의 하나”라며 “지금은 자비스와 같은 모습에 도달하기까진 많은 과제가 있지만 네이버는 이를 꼭 해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개발자를 존중하고 생각의 교류를 장려하는 문화가 이미 안착했고, 이는 우리가 길을 찾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 리더는 인터뷰를 마치며 “미래는 이미 와 있지만, 모두가 볼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변화를 모두가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소수는 이를 먼저 보고 대응하고 있다. AI는 사실 챗GPT 이전부터 미래를 바꿀 기술로 꼽혔고 개발자 입장에서 이에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변화를 즐기고 유연하게 생각하는 게 개발자의 자질이 아닐까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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