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아이콘 남양유업, 주주친화기업으로 바꿔놓겠다"[이코노 인터뷰]
차파트너스자산운용 행동주의 총괄 김형균 상무 인터뷰
단기간 주가 하락 고려사항 아냐...남양유업 정상화까지 달린다
“한앤컴퍼니와 적극 소통 할 것, 대화의 창 열려있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지영의 기자]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003920)을 상대로 파격적인 주주제안에 나섰다. 오너리스크에 인수합병(M&A) 소송전까지 불거지며 장기간 훼손된 소액주주들의 권리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돼 지난 2019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다. 가치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그동안 코스닥 상장사인 토비스를 비롯해 상상인,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전개해왔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행동주의 행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김형균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 상무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를 떠나 행동주의에 뛰어든 인사다.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강남구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사에서 김 상무를 만났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기존에 토비스, 사조오양 등의 기업에도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했고, 이번엔 남양유업을 골랐다. 어떤 기준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나.
회사 영업이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있는데 ‘거버넌스(governance)’ 때문에 망가지고, 저평가된 기업을 고른다. 잘못된 부분을 우리 힘으로 고칠 수 있거나, 고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나선다. 남양유업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경쟁력이 높은 제품들을 갖고 있는데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어 저평가된 데다 주주 환원이 극히 적었다.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이 곧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주주분들도 시장에서도 이점을 궁금해하시리라 생각했다.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회사인데 왜 행동주의가 끼어들었나. 여러 이유가 있다. 오너 일가의 M&A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소외됐는데, 이후에 소송전으로 번지고 또 장기간 지연됐다. 이 기간 동안 주주들이 상당히 피해를 봤다. 적자도 지속되고, 대표이사 공백과 이사회 기능 마비가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는 더 떨어졌다. 우선주 상장폐지 위기까지 왔는데 이런 시급한 문제들을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법적 분쟁이 더 장기화되면 주주와 남양유업 직원, 낙농가 모두의 피해가 커진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뛰어들었고, 공식 주주제안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종결을 신속히 종결하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싶었다.
또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도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가 할 일이 있다. 사모펀드들이 상장사 인수한 사례를 연구해보니 주주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지분을 100% 인수하는 경우 잘 못해서 망가지는 것은 본인들이 책임지는 것이지만, 사모펀드가 대주주 지분 일부만 매수해서 상장사를 끌고 갔던 사례를 보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심하면 회사가 부도 수준까지 가기도 한다. 한샘이나 에이블씨엔씨 등이 그렇지 않나.
우리나라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없어서 M&A가 주가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대주주 지분을 비싸게 사는 사례도 많다. 주가가 아무리 낮아도 대주주 경영권 지분은 비싸게 팔 수 있다. 한앤컴퍼니로 주인 바뀐다고 해도 일반주주 지분 가치가 올라갈거라 확신 못 하는 상황이다. 현재 지분 구조가 대주주 반 소액주주 반의 구조다. 주주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액주주의 권한 대변해줄 수 있는 감사나 이사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게 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사실 한앤컴퍼니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비교적 잘 해왔던 트랙레코드가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한앤컴퍼니의 인수 이후 경영개선 계획을 지지하고, 잘 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우리가 행동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늘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한앤컴퍼니와도 소통 의사가 있다.
주주 보호를 위한 공개매수라던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적즉 협조할 의사가 있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 주주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감사 선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제안한 심혜섭 변호사는 아주 뛰어난 전문가다.
- 남양유업은 과거에 주주제안을 받았을 때 의안 상정은 했지만 주총에서 바로 부결시켰다. 3월 주총에서 안건이 모두 부결 된다면 대응 방향은?
일단 남양유업 측에서 안건 상정은 당연히 할거라는 답을 받은 상태다. 이후의 상황은 더 지켜볼 일이다. 특히 올린 제안 중 감사 선임의 경우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참여로 가결 시킬 수 있는 안이다. 감사 선임이 되면 그동안 훼손된 주주가치와 회사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액면분할의 경우 당장 6월 말 지나고 나면 상장폐지 위기라 거부할 명분도 많지 않다.
- 주주제안 중 배당안의 경우 지금 남양유업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당에 필요한 금액은 최대 2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을 겪고 소송이 지속되면서 적자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창업이래 49년간 적자 없이 돈을 벌었던 회사다. 누적된 배당 재원이 적지 않은 상태다. 배당 가능 재원이 다 현금의 형태로 있지 않을 뿐이다. 배당에 쓸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누기 싫어서 건물을 사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두는 기업들이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공장을 팔아서 배당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배당에 쓰지 않으면서 늘려온, 영업에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자산도 같이 봐야 한다. 한 예로 남양유업은 시세가 상당한 사옥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동종의 유업회사들 사옥과 비교해보면 과한 수준으로, 소재지가 강남에서도 시세가 상당히 높은 곳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에도 이 비영업자산부터 유동화해서 회사 경영 등에 사용하리라 본다. 부동산 가치만 더해도 사실상 배당가능 재원이 2700억원대를 넘어가는 수준이다. 의지만 있다면 이같은 비영업 자산들을 그동안 하지 않았던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
-배당 시행 시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수혜가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맞다. 그건 홍 회장 본인이 과거에 국민연금이 배당 증액 제안을 거절하면서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차등배당을 선택하면 된다.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면, 차등배당을 해서 주주 배당은 우리의 제안대로 2만원에 하고 최대주주 배당은 기존에 하던 대로 1000원 수준으로 하면 된다.
- 주주제안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 급등을 예상한 시장 시선도 있는데, 하락세다
주주제안 시점과 공개 시점에 차이가 나서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도 같다. 우리 측에서는 보안을 유지했지만 주주제안 사실이 시장에 이야기가 어느 정도 퍼졌던 것 같다. 주주제안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공개 시기에는 오히려 차익 매물이 나온 경향이 있어 보인다.
다만 지금 당장 단기적인 주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남양유업의 정상화와 주주환원이다. 우리는 단순히 주주제안을 이벤트 삼아서 주가 오를 때 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식의 단기 매매 행위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첫번째로 행동주의를 전개했던 종목도 4년 가까이 보유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를 전개했던 회사들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기업의 거버넌스가 좋아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출자자를 의식하면 수익률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행동주의를 통해 운용 중인 펀드에 어떤 성과가 있었나?
우리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메인으로 운영 중인 고배당 가치주 2호와 3호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각각 47.61%, 44.76%에 달한다. 행동주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실천하면서 실적개선도 이어져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이력을 보면 사실상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한국거래소를 나와서 헤지펀드로 뛰어들었다
거래소에서 일하던 중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절절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코스닥 공시와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업무를 주로 했다. 그 전까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북핵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상장폐지심사를 하다보니 본질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진이 횡령·배임하고, 무리하게 전환사채(CB)를 찍어 악용하는 사례들을 보니 투자자 보호가 전혀 안 되는 시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게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문제였다.
이후에 가치투자의 대가를 배출한 미국 컬럼비아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MBA)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행동주의를 하고 싶었는데 국내에는 전혀 기반이 없을 때였다. 미국 뉴욕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홀드코 에셋매니지먼트에서 애널리스트로 데뷔했고, D&H투자자문 등을 거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아왔다.
-예전에도 주주행동주의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에 주주행동주의가 성공한 배경은 무엇이라 보나
사회적인 인식이나 공감대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행동주의 하면 소위 ‘먹튀’나 외국계로의 국부유출 등의 프레임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토종 펀드들이 하다보니 그런 프레임이 없어진 측면이 있다. 그리고 요즘 펀드들이 예전보다 더 제안의 논리적 정당성을 설득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곳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도 남양유업 제안서를 수십장 만들며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의 논리를 많은 이들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행동주의를 실천해서 실제로 주주총회까지 가고 마무리한 트렉레코드를 최다 보유한 곳은 아마 차파트너스라고 본다. 성공적인 행동주의의 마무리 기준은 주주제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거나, 회사가 그 전에 자발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는 것, 그 결과로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10개사 정도 성공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 공개 제안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는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제안을 공개하고 캠페인을 한다. 우리가 제일 크게 성공한 안들은 아예 비공개로 진행했던 건들도 있다. 묵묵한 명의처럼 가고자 한다. 최대한 집도를 많이 해서 기업들을 살려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자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다른 회사들과의 차별점이다.
- 이후 계획은
일단 주주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동주의의 경우 이미 머리 속에는 다음 프로젝트 구상이 끝나있다.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지만 시도하고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하나의 특정 주제를 가지고.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시장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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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이 돼 지난 2019년 설립된 자산운용사다. 가치투자 전략을 기반으로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그동안 코스닥 상장사인 토비스를 비롯해 상상인, 사조오양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전개해왔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에서 행동주의 행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김형균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 상무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를 떠나 행동주의에 뛰어든 인사다.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강남구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사에서 김 상무를 만났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기존에 토비스, 사조오양 등의 기업에도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했고, 이번엔 남양유업을 골랐다. 어떤 기준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서나.
회사 영업이 본질적으로 경쟁력이 있는데 ‘거버넌스(governance)’ 때문에 망가지고, 저평가된 기업을 고른다. 잘못된 부분을 우리 힘으로 고칠 수 있거나, 고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나선다. 남양유업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경쟁력이 높은 제품들을 갖고 있는데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어 저평가된 데다 주주 환원이 극히 적었다.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이 곧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주주분들도 시장에서도 이점을 궁금해하시리라 생각했다. 사모펀드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회사인데 왜 행동주의가 끼어들었나. 여러 이유가 있다. 오너 일가의 M&A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소외됐는데, 이후에 소송전으로 번지고 또 장기간 지연됐다. 이 기간 동안 주주들이 상당히 피해를 봤다. 적자도 지속되고, 대표이사 공백과 이사회 기능 마비가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는 더 떨어졌다. 우선주 상장폐지 위기까지 왔는데 이런 시급한 문제들을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법적 분쟁이 더 장기화되면 주주와 남양유업 직원, 낙농가 모두의 피해가 커진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뛰어들었고, 공식 주주제안에 포함하지는 않았지만 법적 종결을 신속히 종결하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싶었다.
또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도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행동주의 펀드가 할 일이 있다. 사모펀드들이 상장사 인수한 사례를 연구해보니 주주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지분을 100% 인수하는 경우 잘 못해서 망가지는 것은 본인들이 책임지는 것이지만, 사모펀드가 대주주 지분 일부만 매수해서 상장사를 끌고 갔던 사례를 보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심하면 회사가 부도 수준까지 가기도 한다. 한샘이나 에이블씨엔씨 등이 그렇지 않나.
우리나라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없어서 M&A가 주가와 무관하게 이뤄진다. 대주주 지분을 비싸게 사는 사례도 많다. 주가가 아무리 낮아도 대주주 경영권 지분은 비싸게 팔 수 있다. 한앤컴퍼니로 주인 바뀐다고 해도 일반주주 지분 가치가 올라갈거라 확신 못 하는 상황이다. 현재 지분 구조가 대주주 반 소액주주 반의 구조다. 주주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액주주의 권한 대변해줄 수 있는 감사나 이사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게 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사실 한앤컴퍼니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를 비교적 잘 해왔던 트랙레코드가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한앤컴퍼니의 인수 이후 경영개선 계획을 지지하고, 잘 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우리가 행동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늘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한앤컴퍼니와도 소통 의사가 있다.
주주 보호를 위한 공개매수라던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적즉 협조할 의사가 있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 주주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감사 선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제안한 심혜섭 변호사는 아주 뛰어난 전문가다.
- 남양유업은 과거에 주주제안을 받았을 때 의안 상정은 했지만 주총에서 바로 부결시켰다. 3월 주총에서 안건이 모두 부결 된다면 대응 방향은?
일단 남양유업 측에서 안건 상정은 당연히 할거라는 답을 받은 상태다. 이후의 상황은 더 지켜볼 일이다. 특히 올린 제안 중 감사 선임의 경우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참여로 가결 시킬 수 있는 안이다. 감사 선임이 되면 그동안 훼손된 주주가치와 회사를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액면분할의 경우 당장 6월 말 지나고 나면 상장폐지 위기라 거부할 명분도 많지 않다.
- 주주제안 중 배당안의 경우 지금 남양유업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당에 필요한 금액은 최대 2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 남양유업이 불매운동을 겪고 소송이 지속되면서 적자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창업이래 49년간 적자 없이 돈을 벌었던 회사다. 누적된 배당 재원이 적지 않은 상태다. 배당 가능 재원이 다 현금의 형태로 있지 않을 뿐이다. 배당에 쓸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누기 싫어서 건물을 사거나, 다른 형태로 바꿔두는 기업들이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공장을 팔아서 배당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배당에 쓰지 않으면서 늘려온, 영업에 실질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자산도 같이 봐야 한다. 한 예로 남양유업은 시세가 상당한 사옥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동종의 유업회사들 사옥과 비교해보면 과한 수준으로, 소재지가 강남에서도 시세가 상당히 높은 곳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에도 이 비영업자산부터 유동화해서 회사 경영 등에 사용하리라 본다. 부동산 가치만 더해도 사실상 배당가능 재원이 2700억원대를 넘어가는 수준이다. 의지만 있다면 이같은 비영업 자산들을 그동안 하지 않았던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
-배당 시행 시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수혜가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맞다. 그건 홍 회장 본인이 과거에 국민연금이 배당 증액 제안을 거절하면서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주환원 차원에서 배당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차등배당을 선택하면 된다. 최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면, 차등배당을 해서 주주 배당은 우리의 제안대로 2만원에 하고 최대주주 배당은 기존에 하던 대로 1000원 수준으로 하면 된다.
- 주주제안 이후 남양유업의 주가 급등을 예상한 시장 시선도 있는데, 하락세다
주주제안 시점과 공개 시점에 차이가 나서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도 같다. 우리 측에서는 보안을 유지했지만 주주제안 사실이 시장에 이야기가 어느 정도 퍼졌던 것 같다. 주주제안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공개 시기에는 오히려 차익 매물이 나온 경향이 있어 보인다.
다만 지금 당장 단기적인 주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 남양유업의 정상화와 주주환원이다. 우리는 단순히 주주제안을 이벤트 삼아서 주가 오를 때 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식의 단기 매매 행위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첫번째로 행동주의를 전개했던 종목도 4년 가까이 보유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를 전개했던 회사들도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기업의 거버넌스가 좋아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출자자를 의식하면 수익률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행동주의를 통해 운용 중인 펀드에 어떤 성과가 있었나?
우리 펀드는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메인으로 운영 중인 고배당 가치주 2호와 3호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각각 47.61%, 44.76%에 달한다. 행동주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실천하면서 실적개선도 이어져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이력을 보면 사실상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한국거래소를 나와서 헤지펀드로 뛰어들었다
거래소에서 일하던 중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절절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코스닥 공시와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업무를 주로 했다. 그 전까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북핵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상장폐지심사를 하다보니 본질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영진이 횡령·배임하고, 무리하게 전환사채(CB)를 찍어 악용하는 사례들을 보니 투자자 보호가 전혀 안 되는 시장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게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문제였다.
이후에 가치투자의 대가를 배출한 미국 컬럼비아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MBA)을 공부했다. 한국에서 행동주의를 하고 싶었는데 국내에는 전혀 기반이 없을 때였다. 미국 뉴욕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홀드코 에셋매니지먼트에서 애널리스트로 데뷔했고, D&H투자자문 등을 거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아왔다.
-예전에도 주주행동주의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에 주주행동주의가 성공한 배경은 무엇이라 보나
사회적인 인식이나 공감대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행동주의 하면 소위 ‘먹튀’나 외국계로의 국부유출 등의 프레임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토종 펀드들이 하다보니 그런 프레임이 없어진 측면이 있다. 그리고 요즘 펀드들이 예전보다 더 제안의 논리적 정당성을 설득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곳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도 남양유업 제안서를 수십장 만들며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의 논리를 많은 이들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행동주의를 실천해서 실제로 주주총회까지 가고 마무리한 트렉레코드를 최다 보유한 곳은 아마 차파트너스라고 본다. 성공적인 행동주의의 마무리 기준은 주주제안이 주총에서 통과되거나, 회사가 그 전에 자발적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놓는 것, 그 결과로 주가가 올라서 투자자들이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10개사 정도 성공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양유업 공개 제안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는 필요한 경우에만 주주제안을 공개하고 캠페인을 한다. 우리가 제일 크게 성공한 안들은 아예 비공개로 진행했던 건들도 있다. 묵묵한 명의처럼 가고자 한다. 최대한 집도를 많이 해서 기업들을 살려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자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다른 회사들과의 차별점이다.
- 이후 계획은
일단 주주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동주의의 경우 이미 머리 속에는 다음 프로젝트 구상이 끝나있다.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지만 시도하고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하나의 특정 주제를 가지고.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자본시장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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