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식 카카오뱅크 CIO “전시상황에도 고객정보 보호해야죠”[이코노 인터뷰]
안정성과 효율성 동시에 추구 목표
데이터센터 추가 확보…내년엔 총 5곳
눈에 보이지 않아도 고객 신뢰와 직결
취임한 지 약 한 달이 된 엄준식 CIO를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11층 회의실 ‘도란도란’에서 만났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독특한 구조의 회의실과 가벼운 회색 후드집업 차림의 엄 CIO는 2017년 출범한 ‘젊은 은행’ 카카오뱅크의 특색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이처럼 아늑하고 캐쥬얼한 분위기 속 나눈 얘기는 반전이게도 가장 중요하고, 엄숙한 은행의 ‘신뢰’에 관한 내용이었다.
엄 CIO 책임 하에 운영되는 카카오뱅크 신뢰기술실은 대내외적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은행 IT플랫폼을 설계‧구축‧운영하고 최적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비즈니스 연속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신뢰기술실의 일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구축과 카카오뱅크 내 클라우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도 담당한다.
신뢰기술실의 인원구성은 ▲인프라팀 42명 ▲빅데이터플랫폼팀 28명 ▲클라우드팀 25명으로 총 95명이다. 진행 중인 신규 채용인원까지 고려하면 엄 CIO와 함께 100여명의 직원들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
엄 CIO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카카오뱅크는 직접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운영상의 효율성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정성이라고 하면 왠지 새로운 기술 검토 및 적용이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면서 “카카오뱅크는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적극 검토‧검증하는 것에 시간을 투자해 이전 환경보다 안정적인 은행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엔 데이터센터 5곳…안정·효율성 ↑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끊김없는’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고객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모회사인 카카오의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계기가 됐다. 카카오뱅크는 당시에도 별도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향후 안정성 강화, 고성능 병렬 연산용 서버인 ‘GPU 서버’와 스토리지 등 고전력 장비를 효율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추가로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경기도 인근에 데이터센터 2곳을 추가로 운영하기 위한 계약을 협의 중에 있다. 카카오뱅크가 추가 운영할 데이터센터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으며 2024년 상반기에 1곳, 하반기에 1곳을 오픈할 예정이다.
컴퓨팅 장비를 모아놓은 건물이나 시설을 뜻하는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불린다. 이 곳에서는 카카오뱅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데이터센터 운영 현황을 보면 서울 상암에 주 전산센터, 경기도 성남시 야탑에 재난복구(DR)센터, 부산 강서구에 제3센터인 백업센터를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업계 최초로 데이터센터 3중화 체계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내년에 데이터센터 2곳이 더해지면 총 5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게 된다.
특히 추가 확보할 데이터센터 2곳은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상암 주센터 한 곳에서 받는 트래픽을 동시에 받아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액티브 센터에서 트래픽을 즉시 처리할 수 있다. 상암 주센터와 함께 운영 시 안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액티브 센터는 고객의 트래픽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액티브-스탠바이’(Active-Standby) 방식이다. 상암 주센터가 액티브 형태로, 대기 중인 분당 센터는 스탠바이 형태로 운영된다. 주센터가 재해로 사용불가 상태가 되면 분당 센터가 트래픽을 처리하는 액티브 상태로 전환된다.
기존의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은 재해 발생 시 전환이 빠른 구조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데이터센터 내 다수 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 데이터센터를 확보한다. 두 방식을 병렬적으로 상호보완해 운영하며 안정적인 시스템 환경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의 모든 일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고 거래 기록이 데이터로 남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더욱 중요하다. 최근 클라우드·게임사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금융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을 위해 선제적으로 데이터센터 추가 계획을 세웠다.
엄 CIO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겪으면서 2중화, 3중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화재나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을 때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까지 2000만 고객을 보유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고객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중한 고객 정보 지키고 챗봇 고도화
엄 CIO는 전시상황에서도 고객정보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수도권과 동떨어진 부산에 제3센터인 백업센터를 운영하는 이유기도 하다. 카카오뱅크가 부산 센터 설립을 논의하던 2017년은 북한의 핵 위협과 전자기탄(EMP) 공격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거의 전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도 고객분들의 금융 거래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고심했다”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보관이 되는 ‘스토리지 복제’ 기술을 이용해 부산 센터에 금융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복제해 보관하는 방향을 세운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산시스템 고도화는 카카오뱅크의 해외진출과도 무관치 않다. 시스템 운영 모델을 잘 구축해 놓으면 추후 해외에 법인을 만들더라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 CIO는 “카카오뱅크의 해외 진출은 아직 지분 인수 같은 투자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법인을 설립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외 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운영되는 카카오뱅크 IT 인프라를 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이 가능하도록 고도화 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모회사인 카카오와의 협업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등장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도 한국판 대화형 AI인 ‘코(Ko) GPT’를 개발했고, 올해 상반기에 코 GPT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고객센터 상담 챗봇을 운영 중인데, 이 분야에서 카카오와 협업이 기대된다.
엄 CIO는 “카카오가 최근 개발한 코 GPT와 결합을 해서 상담 챗봇을 고도화 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카카오뱅크는 실제 상담내역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체 상담 수요의 50%를 챗봇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침없던 과거…IT인프라 고도화로 ‘장밋빛’ 미래
2016년 5월부터 카카오뱅크 인프라팀장을 맡아왔던 엄 CIO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2017년 7월 카카오뱅크 서비스 오픈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신뢰기술실장 겸 CIO를 맡고 있다.
엄 CIO는 “서비스 오픈 당시 트래픽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고객들이 그 이상의 반응을 보여줬다”면서 “며칠 동안 상황실에서 교대로 트래픽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즐겁기도 했던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근에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도 고객의 서비스 이용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추가 운영 외에도 ▲퍼블릭 클라우드 확대 적용 ▲빅데이터플랫폼 고도화 등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펀드·마이데이터·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구축해 운영하는 것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에 대한 투자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
빅데이터플랫폼도 고도화한다. 전사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실제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외에 분석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분석 데이터를 최적화하고 고도화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엄 CIO는 “카카오뱅크는 설립 초기부터 IT 기술 중심의 은행을 표방했고, 안정성에 대해서도 꾸준히 고민해 왔다”며 “고객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IT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뢰기술실의 활동은 고객의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고객신뢰와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엄 CIO는 “안정성은 장애를 포함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이 이뤄지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 고객들이 직접적인 체감은 어렵다”면서 “그러나 안정성이 개선되고 퍼블릭 클라우드를 확대 적용하고 빅데이터플랫폼이 고도화되면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들을 빠르게 오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더 짧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2‘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3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4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5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6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
7“내 버스 언제오나” 폭설 퇴근대란에 서울 지하철·버스 증회 운행
8안정보다 변화…이환주 KB라이프 대표,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9 KB국민은행장 후보에 이환주 KB라이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