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너의 이름은?”…“코덱스·타이거·에이스” ‘브랜드’로 80조 시장 잡는다 [브랜도피아]
지난해 ETF 시장 순자산총액 80조원 돌파
치열한 경쟁 속 ETF 브랜드 차별화 전쟁 돌입
한투운용, 지난해 킨덱스→에이스로 브랜드 변경
삼성자산운용, 로봇 ETF 이름 변경해 매력도 ↑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KODEX 미국채 울트라 30년선물 인버스(H)’, ‘TIGER 차이나 항셍테크 레버지리(합성H)’. 마치 암호처럼 복잡한 이 문장의 정체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상품 이름이다. ETF 상품 이름에는 운용사 이름부터 추종하는 지수/상품, 운용전략 등 다양한 정보가 함축돼 있다. 길고 어려운 이름 때문에 ETF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자들도 많지만, 회사의 ETF 운용철학과 정체성을 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검색 우위를 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80조원을 넘어서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 순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약 12조원이 늘어났다. 금융위기 불확실성과 금리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며 채권형 ETF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최고의 에이스 될 것”…한투운용, 지난해 킨덱스→에이스로 브랜드 전면교체
지난해부터 시작된 ETF 전성시대가 올해까지 이어지며 ETF 시장에서 자산운용사의 브랜드가 강조되고 있다. ETF 상품 이름은 회사의 ETF 운용철학과 정체성까지 반영해 운용사들은 끝없는 고민 끝에 신중히 ETF 브랜드를 결정한다. 실제로 ETF 이름에 따라 투자 매력도에도 차이가 생겨 브랜드 명칭이 투자자들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가장 최근 ETF 리브랜딩을 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다. 한투운용은 4월 17일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에서 4.2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10월 13일부로 모든 ETF의 브랜드 이름을 ‘KINDEX’(킨덱스)에서 ‘ACE’(에이스)로 변경했다.
한투운용은 2008년부터 ETF 브랜드 킨덱스를 전격 교체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ETF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ETF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쉽게 인식되려는 의도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ETF 새 브랜드인 에이스는 다차원적 의미를 갖고 있다. 통상 ‘에이스’는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또는 가장 믿을만한 선수에게 선사하는 찬사다. 한투운용은 투자자에게 뛰어난 ETF를 제공하겠다는 뜻의 ‘A Client Expert’, 투자자에게 더 빠르고 향상된 투자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실제로 한투운용은 리브랜딩 후 투자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얻었다. 리브랜딩 이후 지난 1월 ACE 종합채권(AA-이상)KIS액티브 ETF 순자산 4000억원 돌파했고, 4월 ACE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 4종(△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 △ACE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 합산 순자산액 1조원 돌파 등의 성과를 냈다.
이 외에도 지난 14일 기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31%로, 반도체 ETF(레버리지 제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한투운용의 첫 번째 월배당 ETF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상장했고, 전 세계 미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최저 보수인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 ETF’ 등을 상장하기도 했다. 오는 18일에는 국내 최초로 선진국 하이일드에 실물/재간접형으로 투자하는 ‘ACE 미국하이일드액티브(H)’ 상품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글로벌로봇(합성)’으로 이름 바꿔 매력도 ‘쑥’
이날 기준으로 ETF 시장점유율 42.3%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는 ‘KODEX’(코덱스)다. 코덱스는 ‘KOREA’(한국)과 ‘INDEX’(지수)를 합쳐 탄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배재규 부사장이 금융당국을 직접 설득해 2002년 국내에 ETF를 최초로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배 사장은 ‘ETF 아버지’로도 불린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이름을 바꾸는 것도 투자자들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일례로 ‘KODEX 글로벌4차산업로보틱스’는 출시된 지 2년 정도 됐음에도 상품 이름이 다소 복잡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었다”고 전했다. 당시 ‘4차산업’이란 키워드가 유행할 때라 지은 이름이었지만 반응이 없자 이후 ‘KODEX 글로벌로봇(합성)’으로 변경해 반응 좋아졌단 설명이다.
ETF 시장점유율이 36.8%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은 ‘TIGER’다. 투명하고(Transparent), 혁신적이고(Innovative), 투자하기 쉽고(Generalized), 효율적이며(Efficient),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금융상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단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한때 브랜드명을 바꾸는 걸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고유명사인 ‘KODEX’와 달리 ‘TIGER’를 검색하면 호랑이 관련 내용 등 ETF와 상관없는 내용이 나와 곤란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TIGER는 테마형 ETF 열풍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와 80%에 가까운 통합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TF 명칭에 대한 운용사들의 고민은 트렌드 변화에 따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에코프로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2차전지 ETF가 인기인데 자사는 ‘2차전지’라는 이름 자체가 들어간 ETF는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어 “2차전지와 2차전지가 들어간 자동차 산업 전반을 담은 ‘ACE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가 있는데 소재주랑 완성차 등 ‘밸류체인’이 핵심이라 2차전지 이름을 넣을 수도 없어 이름 변경안이 내부에서 불발됐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TF 운용사는 투자자들의 세분화 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고객의 잠재적 요구까지 발굴해 고객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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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80조원을 넘어서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 순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약 12조원이 늘어났다. 금융위기 불확실성과 금리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며 채권형 ETF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최고의 에이스 될 것”…한투운용, 지난해 킨덱스→에이스로 브랜드 전면교체
지난해부터 시작된 ETF 전성시대가 올해까지 이어지며 ETF 시장에서 자산운용사의 브랜드가 강조되고 있다. ETF 상품 이름은 회사의 ETF 운용철학과 정체성까지 반영해 운용사들은 끝없는 고민 끝에 신중히 ETF 브랜드를 결정한다. 실제로 ETF 이름에 따라 투자 매력도에도 차이가 생겨 브랜드 명칭이 투자자들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해진다.
가장 최근 ETF 리브랜딩을 한 곳은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다. 한투운용은 4월 17일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에서 4.2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업계 4위를 기록 중이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10월 13일부로 모든 ETF의 브랜드 이름을 ‘KINDEX’(킨덱스)에서 ‘ACE’(에이스)로 변경했다.
한투운용은 2008년부터 ETF 브랜드 킨덱스를 전격 교체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ETF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ETF 시장에서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쉽게 인식되려는 의도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ETF 새 브랜드인 에이스는 다차원적 의미를 갖고 있다. 통상 ‘에이스’는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또는 가장 믿을만한 선수에게 선사하는 찬사다. 한투운용은 투자자에게 뛰어난 ETF를 제공하겠다는 뜻의 ‘A Client Expert’, 투자자에게 더 빠르고 향상된 투자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Accelerate Client Experience’의 의미를 함께 담았다.
실제로 한투운용은 리브랜딩 후 투자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얻었다. 리브랜딩 이후 지난 1월 ACE 종합채권(AA-이상)KIS액티브 ETF 순자산 4000억원 돌파했고, 4월 ACE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 4종(△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 △ACE 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 △ACE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 합산 순자산액 1조원 돌파 등의 성과를 냈다.
이 외에도 지난 14일 기준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8.31%로, 반도체 ETF(레버리지 제외)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한투운용의 첫 번째 월배당 ETF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상장했고, 전 세계 미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최저 보수인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 ETF’ 등을 상장하기도 했다. 오는 18일에는 국내 최초로 선진국 하이일드에 실물/재간접형으로 투자하는 ‘ACE 미국하이일드액티브(H)’ 상품 상장을 앞두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KODEX 글로벌로봇(합성)’으로 이름 바꿔 매력도 ‘쑥’
이날 기준으로 ETF 시장점유율 42.3%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 중인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는 ‘KODEX’(코덱스)다. 코덱스는 ‘KOREA’(한국)과 ‘INDEX’(지수)를 합쳐 탄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배재규 부사장이 금융당국을 직접 설득해 2002년 국내에 ETF를 최초로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배 사장은 ‘ETF 아버지’로도 불린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이름을 바꾸는 것도 투자자들 유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일례로 ‘KODEX 글로벌4차산업로보틱스’는 출시된 지 2년 정도 됐음에도 상품 이름이 다소 복잡해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었다”고 전했다. 당시 ‘4차산업’이란 키워드가 유행할 때라 지은 이름이었지만 반응이 없자 이후 ‘KODEX 글로벌로봇(합성)’으로 변경해 반응 좋아졌단 설명이다.
ETF 시장점유율이 36.8%로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브랜드명은 ‘TIGER’다. 투명하고(Transparent), 혁신적이고(Innovative), 투자하기 쉽고(Generalized), 효율적이며(Efficient), 신뢰할 수 있는(Reliable) 금융상품이라는 의미를 담았단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한때 브랜드명을 바꾸는 걸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고유명사인 ‘KODEX’와 달리 ‘TIGER’를 검색하면 호랑이 관련 내용 등 ETF와 상관없는 내용이 나와 곤란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TIGER는 테마형 ETF 열풍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와 80%에 가까운 통합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TF 명칭에 대한 운용사들의 고민은 트렌드 변화에 따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에코프로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2차전지 ETF가 인기인데 자사는 ‘2차전지’라는 이름 자체가 들어간 ETF는 없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어 “2차전지와 2차전지가 들어간 자동차 산업 전반을 담은 ‘ACE 친환경자동차밸류체인액티브’가 있는데 소재주랑 완성차 등 ‘밸류체인’이 핵심이라 2차전지 이름을 넣을 수도 없어 이름 변경안이 내부에서 불발됐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TF 운용사는 투자자들의 세분화 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고객의 잠재적 요구까지 발굴해 고객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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