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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트랜드 담자 ‘유니콘’ 등극…오늘의집 운영사의 성장 비결 [기승전-플랫폼]

버킷플레이스, 설립 8년 만에 몸값 ‘2조원’…BEP 달성 청신호
콘텐츠·커뮤니티로 플랫폼 매력↑…자연스러운 구매 환경 ‘강점’
가입자 충성도 높인 3C 전략, 성과 뚜렷…인니·일본·미국 진출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오늘의집’ 운영 기업인 버킷플레이스는 2022년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큰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제공 버킷플레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유니콘. 한국 이커머스 기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

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 운영 기업인 버킷플레이스가 최근 1년간 획득한 수식어다. 버킷플레이스는 2014년 ‘공간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한 이후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2017년 서비스 영역을 인테리어 공유 커뮤니티에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넓히며 본격적인 사업 성장을 일궜다.

버킷플레이스는 설립 8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등극했다. 2022년 4월 시리즈D를 통해 약 2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당시 기업 가치는 약 2조원으로 평가됐다. ‘오늘의집’ 앱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데 따른 성과다.

버킷플레이스는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위축 기조에서도 시리즈D를 성공적으로 미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주요국 금리 인상·미-중 패권 경쟁 등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투자 혹한기’란 평가가 나오던 시점에 거둔 성과다. 버킷플레이스가 시리즈D를 통해 유치한 2300억원은 2022년 국내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다.

기업 가치도 빠르게 상승했다. 2020년 말 시리즈C를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기업 가치는 8000억원에 머물렀다. 1년 6개월 만에 약 2.5배가 뛴 셈이다. 2016년 시리즈A부터 2022년 시리즈D까지 회사가 확보한 누적 투자 유치금은 3200억원이 넘는다.

실적으로도 나타난 ‘성장률’…BEP 달성 ‘신호탄’

버킷플레이스가 투자 혹한기에 거둔 성과는 ‘빠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한다. 회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 고성장 기업 2023’(FT High Growth Companies Asia-Pacific 2023)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커머스 분야 국내 기업 중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심사 기간 성장률은 153%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CB Insights)가 선정한 2022년 세계 유니콘 클럽(Global Unicorn Club)에 들기도 했다.

버킷플레이스의 실적은 실제로 빠르게 성장했다. 버킷플레이스는 2018년부터 감사보고서를 통해 연간 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18년 72억원 ▲2019년 242억원 ▲2020년 759억원 ▲2021년 1176억원 ▲2022년 1864억원으로 지속해 우상향했다. 매출이 1000억원대를 넘어섰음에도 최근 2년간 50%대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유지했다.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플랫폼 고도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아직 손익분기점(BEP·수익과 비용이 같아지는 지점)은 달성하지 못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18년 16억원 ▲2019년 49억원 ▲2020년 101억원 ▲2021년 385억원 ▲2022년 362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적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수익성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2022년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021년 대비 6% 감소한 반면 매출은 59% 올랐다. 업계 일각에선 버킷플레이스가 이르면 올해 안으로 BEP를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오늘의집 앱의 외연 확장과 기업 운영 효율화가 지난해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지난해 직원 수·인건비 모두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사업 효율이 높아지며 영업손실은 오히려 줄었다”며 “지난해 글로벌 사업을 시작하면서 신규 투자도 크게 늘었음에도 적자 폭은 감소했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바탕으로 구매력 높은 고객의 구매 전환율이 상승해 매출 증가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오늘의집을 통해 연간 500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의 수는 전년 대비 60% 이상 높아졌다.
‘오늘의집’ 운영 기업인 버킷플레이스 사옥 내부 모습. [사진 버킷플레이스]

시장서 통한 3C 전략…‘트렌디한 앱’ 구축

버킷플레이스의 성장 배경으론 단연 ‘오늘의집’의 시장 안착이 꼽힌다. 회사는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하며 국내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오늘의집은 특히 콘텐츠·커뮤니티·커머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른바 ‘3C 구조’를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인테리어 제품에 특화된 버티컬(전문 영역) 쇼핑 앱으로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늘의집은 2014년 ‘인테리어 콘텐츠’를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커머스’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한 경쟁사보다 소비자의 요구(니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이유다. ‘콘텐츠를 보다가’ 혹은 ‘커뮤니티에서 소통 중’에 자연스럽게 구매(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꾸렸다.

회사 관계자는 “오늘의집은 사용자가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처럼 좋아하는 인테리어 사진이나 콘텐츠를 스스로 공유하는 플랫폼”이라며 “상품을 파는 마케터가 아니라 콘텐츠를 소개하는 큐레이터 역할에 ‘쇼핑 기능’을 추가한 접근이 차별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올린 사진이나 집들이 같은 콘텐츠를 보다 ‘+ 모양의 상품태그’를 통해 구매가 가능한 기능은 ‘오늘의집 시그니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제공 버킷플레이스]

회사는 인테리어 특화 쇼핑몰에 안주하지 않았다. 현재 자체적으로 설정한 경영 과제는 ‘라이프스타일 슈퍼 앱 구축’이다. 3C 구조가 인테리어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유효할 수 있단 판단에 따른 사업 확장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인테리어 앱’으로 한정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앱’으로 탈바꿈하는 게 목표”라며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상품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영역 확장은 구매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가 일찍이 주목한 반려동물 상품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4가구 중 1가구(25.4%)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버킷플레이스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오늘의집 내 반려동물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현재 오늘의집 반려동물 카테고리엔 2만4000종이 넘는 상품이 올라와 있다. 

오늘의집 반려동물 상품 거래액은 최근 2년간 88% 성장했다. 오늘의집을 통해 반려동물 상품을 2회 이상 구매한 고객은 2021년 대비 2022년 7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큐레이션·콘텐츠·단독상품을 통해 이목을 잡은 결과다. 반려동물 라이프 콘텐츠 보다가 상품을 구매한 비율(구매 전환율)은 지난 2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반려동물 쇼핑몰은 사료나 배변 용품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하는데, 오늘의집은 매트·방석·하우스·캣타워 등 반려동물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필요한 상품을 주로 선보였다”며 “반려동물의 생활 패턴을 반영해 상품 큐레이션을 선보였고, 이는 구매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제공 오늘의집]

구매력 높은 30·40대가 가입자 ‘절반’

회사는 또 ▲식탁일기(유튜버) ▲스테파니킴치(인스타 팔로워 15만명) ▲수의사 ‘미야옹철’(김명철) ▲도시오리(유튜버) 등 다양한 인플루언서의 ‘일상’ 얘기도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테리어뿐 아니라 음식, 악기 연주, 보드게임, 드로잉, 홈짐 등 다양한 취미를 소개하며 ‘플랫폼 내 즐길거리’를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첫 오리지널 필름 ‘The Big Momentum’을 공개하고 직접 회사의 이야기를 대외에 전하기도 했다.


회사의 이 같은 시도는 소비자 유입으로 이어졌다. 앱·유통업계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한국인이 많이 쓰는 쇼핑몰앱-전문몰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오늘의집 설치자는 1042만명으로 집계됐다. 사용자는 344만명으로 ▲올리브영(383만명)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고 ▲컬리(293만명) ▲아이디어스(198만명) ▲퀸잇(163만명) ▲브랜디(93만명) ▲크림(85만명)보다 많다.

오늘의집 주요 사용층은 구매력이 높은 30·40대다. 구체적으로 ▲10대 4.2% ▲20대 17.9% ▲30대 24.6% ▲40대 33.4% ▲50대 16.6%의 비중을 보였다. 2월 결제금액(신용·체크카드, 계좌이체 기준)의 약 78%를 30·40·50대가 담당했다.

사용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오늘의집 가입자는 월평균 18회 접속해 약 32분 44초를 보낸다. 이용자 한 명이 오늘의집을 통해 구매하는 평균 금액은 16만9416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기업 중 2번째로 높은 수치다. ▲크림(29만8224원) ▲무신사(10만6791원) ▲퀸잇(10만4488원) 정도만 월평균 결제 금액이 10만원이 넘는 곳으로 꼽혔다.

회사는 이 같은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 사업 영역도 넓히고 있다. 2021년 싱가포르 온라인 가구 플랫폼 ‘힙밴’ 인수한 바 있다. 2022년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등에 오늘의집 현지화 버전인 ‘오하우스’(oHouse)를 선보였다. 최근엔 미국 시장에도 오하우스를 출시하며 진출 국가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3C 전략이 해외에서도 충분히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늘의집은 인스타그램 같지만 다르고, 인플루언서 블로그인듯하지만 차별점이 존재하는 독특한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꾸준한 콘텐츠 생산으로 사용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버티컬 커머스를 지속해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앱·유통업계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한국인이 많이 쓰는 쇼핑몰앱-전문몰편’ 보고서 일부. [제공 와이즈앱·리테일·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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