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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대기해야 돼요”…‘월 500만원’ 고급 실버타운 뜬다

[고급 실버타운의 부활] ① 평균 수명 60년 만에 50대서 80대로 껑충 뛰어
전원+도심생활 동시에 누리는 3세대 노인복지주택 눈길

실버주택 ‘더클래식500’ 입주민들이 김장 담그기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 더클래식500]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열렸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1960년 50대에 그쳤던 평균 수명이 60년이 지난 2020년에는 80대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넘어서 얼마나 건강하게 잘 사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거 트렌드 역시 단순히 넓은 공간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욕구를 뛰어넘어 양질의 커뮤니티 시설과 의료, 식사 서비스를 누리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만 60세 이상만 거주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주택이 30여년 전의 영광을 되찾는 모습이다.

5년간 노인 190만명 늘었는데 실버주택 2800개 증가

현재 고급 실버주택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갈 정도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인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190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실버주택 세대 수와 시설 수는 각각 2843명, 6곳이 늘어난 것이 전부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도심형 실버주택은 1인 월 주거비가 일반 아파트 월 임대료에 비해 약 1.37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체 실버주택은 총 6526가구 가운데 6330가구가 입주해 97%에 달하는 입소율을 기록했다.

실버주택은 거주를 위한 월세와 함께 의료, 커뮤니티 등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주거상품이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복지주택은 노인에게 주거시설을 임대해 주거의 편의, 생활지도, 상담과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실버주택은 노인주거복지시설에 해당하지만 단독 취사 설비를 갖추고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어야 입소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인공동생활가정이나 양로시설과는 차이가 있다.

60세 이상이면 입소할 수 있고 배우자가 있는 경우 60세 미만이어도 함께 살 수 있다. 또 입소자가 부양을 책임지고 있는 19세 미만의 자녀 또는 손자녀도 같이 거주할 수 있다. 주택법에서는 준주택에 해당하고, 건축법에서는 노유자시설로 분류하고 있다.

노인공동생활가정과 양로시설의 경우 생계급여 수급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로서 65세 이상이어야 입소할 수 있다. 또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도 정부 지원을 받아 시설에 들어올 수 있다. 입소 비용을 전액 수납해야 하는 시설의 경우에는 60세 이상도 입소 가능하다.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치매, 중풍 등 심신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입소시켜 급식, 요양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실버주택을 비롯한 노인주거복지시설은 34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경기 수원에 1988년 들어선 유료 양로시설인 ‘유당마을’이 시초다. 이후 ‘더클래식 500’과 ‘삼성노블카운티’, ‘시그넘하우스’, ‘더헤리티지’ 등 고급형 시설이 속속 등장했다. 

과거에는 고령층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식사, 건강관리, 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의 어려움과 수익성 부족으로 문을 닫는 실버주택이 많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들어설 때 미분양의 악영향을 직격탄으로 맞는 것도 실버주택 폐업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 미분양이 늘어나고 입주율이 낮아지면 식사, 의료 등 서비스 지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서 실버주택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것이다.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실버주택은 약 40곳이다. ▲임대형 주택 10곳 ▲분양형 주택 10곳 ▲임대와 분양 혼합형 18곳 총 38곳이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17곳에 그친다.

분양형, 임대‧양도 자격 문제로 2015년 폐지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은퇴자마을 선시티의 노인 수영 강좌 모습. [사진 선시티]

실버주택은 노태우 정권 시절 급속한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1989년 12월부터 노인복지법에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1993년 12월에는 민간기업체가 임대형으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고, 4년 뒤인 1997년 8월부터는 분양형 실버주택을 도입해 아파트를 분양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정부는 분양형 실버주택을 폐지하고 임대형으로만 공급하도록 변경했다. 임대형 실버주택만 허용한 이유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이라는 목적과는 다르게 입주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전매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실버주택을 짓는 민간사업자에게는 60세 이상만 거주할 수 있는 복지시설을 조성하는 대신 취등록세를 감면받고 용적률 혜택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실버주택을 분양한 후 입주를 마치기 전에 60세 미만의 매수자들에게 집을 되팔았고, 이들의 입주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제재가 미약했던 것이다.

이후 2008년 8월 실버주택을 분양받아 입소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했다. 실버주택의 분양, 양도, 임대 대상을 60세 이상인 자로 세밀히 지정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이 개정안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일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았거나 사업승인을 받은 분양형 실버주택은 60대 미만인 사람에게 양도, 임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입주도 가능하도록 2011년 3월 노인복지법에 이같은 내용의 부칙을 추가했다.

과거 지어진 분양형 실버주택, 운영 놓고 분쟁도

하지만 이후에도 ‘복지시설’과 ‘개인 소유 주택’이라는 양립이 어려운 개념이 상충하는 실버주택의 특성상 해당 시설을 지은 민간사업자와 계약자 사이에서 갈등이 빗발쳤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2015년 1월 분양형을 없애고 임대형 실버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노인복지법을 개정하겠다고 공포했다. 해당 개정안을 공포한 후 같은 해 7월 시행을 기다리는 6개월 사이 수도권에 분양형 실버주택 분양이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용인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 ‘용인 수지 광교산아이파크’, ‘수원 광교 두산위브’, ‘수원 광교 아르데코’ 등 약 3000가구에 달하는 분양형 실버주택이 허가를 받았다. 이들 단지는 2020년 상반기 안으로 모두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분양형 실버주택 마지막 주자 가운데 하나였던 용인 동백 스프링카운티자이에서는 입주민과 설치자 사이에서 여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주택법상 준주택, 건축법상 노유자시설에 해당해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지 않아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임대형과 마찬가지로 설치자가 실버주택을 직접 관리하거나 위탁하도록 정해놓았기 때문에 소유권을 가진 입주민들이라도 주택관리업체를 선정할 권한은 없는 상태다.

입주민들이 합심해 분양형 실버주택을 일반 아파트로 변경한 사례도 있다. 2008년 6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분양한 실버주택 ‘중앙하이츠 아쿠아’는 2021년 2월 서울시 도시관리계획상 사회복지시설용지에서 공동주택용지로 용도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입주민들은 입주한 뒤 2년 동안 식당, 의무실을 운영하지 않았고, 노원구청은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4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0년 5월 노인주거복지시설에서 벗어났고 이후 10년 동안 실버주택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입주민의 의견에 따라 서울시는 일반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허용했다.

수도권 실버주택 입소하려면 평균 4년 기다려야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버주택은 최근 다시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실버주택 가운데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향후 수도권에서 공급할 예정인 실버주택도 810가구에 그쳐 앞으로도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실버주택에 입소하기 위한 평균 대기 기간은 4년에 달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고급형 실버주택별 대기 기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시그넘하우스(2017년 8월 입주)가 5년 ▲서울시니어스강남타워(2015년 4월)가 5년 ▲더클래식500(2009년 6월)이 4년 ▲노블레스타워(2008년 4월)가 3년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2003년 8월)가 3년 ▲삼성노블카운티(2001년 5월)가 3년 ▲유당마을(1988년 7월)이 4년이다.

임대형 실버주택의 보증금과 월 관리비를 포함한 생활비는 입지와 서비스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서울에 위치한 실버주택은 보증금은 평균적으로 약 4억~6억원대이고, 1가구 2인 기준 평균 생활비는 약 300만원~400만원대로 파악된다. 경기 지역이나 지방은 월 생활비가 약 200만원~300만원대로 조금 낮은 편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최고급 실버주택 ‘더클래식500’의 경우 보증금은 약 9억원에 월 생활비는 평균 433만원이다. 월세, 관리비, 1인당 의무식 30회를 포함한 가격이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VL라우어’는 보증금이 약 8억5000만원에 월 생활비는 평균 363만원이다. 마찬가지로 월세, 관리비, 1인당 의무식 30회를 이용하는 조건이다.

롯데건설이 지난 3월 공급한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 단지 이미지 [제공 롯데건설]

전원형·도심형 등 입지 따라 선호 달라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과거에는 전원형 실버타운, 도심형 실버타운이 실버주택의 트렌드였다면 최근에는 전원형과 도심형을 모두 갖춘 형태의 실버주택 상품의 인기가 뜨겁다고 평가한다. 자금력을 갖추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전원 생활과 함께 도심에서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고품질의 서비스를 누리고자 하는 수요 역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세대 전원형 실버타운의 대표적인 예로는 2005년 경기 가평 설악면에 개원한 ‘청심빌리지’가 있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컨셉으로 고령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파크골프, 텃밭 가꾸기 등 자연환경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2009년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연 ‘더클래식500’은 2세대 도심형 실버타운의 대표격이다. 서울 역세권에 입지를 갖추고 호텔급 서비스와 대학병원을 연계했다. 영어와 일본어 회화, 미술강좌, 댄스스포츠 등 양질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전원과 도시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3세대 실버타운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 의왕 백운밸리에 2025년 개원을 앞둔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과 서울 마곡지구에 2025년 문을 여는 ‘VL르웨스트’ 등이 있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마곡업무지구 등 도심권에 위치한다는 장점과 대형 호수와 대형 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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