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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시장 노리는 NHN…‘묘수’가 필요하다

[기로에 선 NHN]③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 추진
플랫폼 구축 ‘착착’…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아직

종합 정보기술(IT) 회사로 변신한 NHN이 지난해 사상 첫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높은 매출에도 불구,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제는 수익성도 챙겨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3편에 걸쳐 NHN의 현 상황과 향후 전략을 분석했다. [편집자주]

NHN클라우드는 공식적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그러나 헬스케어 기업들과 손잡고 정부 사업에 참여하거나, 클라우드 솔루션에 관련 서비스를 얹어 제공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헬스케어 사업은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건강 및 의료 분야의 수요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민 건강을 뒷받침할 건강보험 재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건강보험 수지는 1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적자 규모는 2024년 2조6000억원을 기록한 후 해마다 늘어 2028년에는 8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수지가 악화하기 시작한 건 2017년 정부가 보장 정책을 강화하면서다. 병원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 2000억원, 2019년 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2020년에는 적자 폭이 4000억원으로 줄어들었고, 2021년에는 2조8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감염병으로 인해 되려 병원 이용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막고 정해진 재원으로 기존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로 예방의학과 정밀의료(맞춤형 의료)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자의 유전적 특징이나 생활방식, 영양 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의료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잘 구현하면 환자에게 나타날 질병을 예측해 의료 분야에 투입되는 자금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정밀의료를 구축하기 위해 활용해야 할 의료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단 점이다.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병·의원과 정부, 기관이 다양한 자료를 쉽게 쓸 수 있도록 정리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개인정보를 비롯한 법적·윤리적 문제로 이런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황이다. 우수한 의료 인력과 풍부한 의료 정보를 보유하고도 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이를 활용할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병·의원 및 민간기관과 의료 분야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가 여러 기관에 흩어진 자신의 의료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확인·관리하는 ‘마이헬스웨이’(건강정보고속도로) 사업과 인공지능(AI)으로 한국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을 빠르게 진단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닥터앤서’ 등이다. 대형 병원에서도 환자의 정보를 처리할 때 쓰는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새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이 보유한 서버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다른 서비스를 추가·연계하기 쉽게 만드는 추세다.

헬스케어 분야 뛰어드는 클라우드 기업들

네이버와 KT 등 대기업은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일찍부터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각 기업의 클라우드 부문 계열사가 IT 기술 역량을 앞세워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해외 의료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태국 병원과 손잡고 국내 기업의 기술을 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현지에 공급하고 있다. KT도 베트남에 세운 의료법인을 통해 현지 병원·기관과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NHN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축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2019년 의료 정보에 특화한 정보 보호 국제 인증을 획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 및 헬스케어 기업에 맞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떼어내 NHN클라우드로 출범시켰다. 의료와 헬스케어 등 특정 분야 기업들에 더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공동대표는 기업 분할 직전 클라우드 사업 부문 전무로서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과 여러 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컨소시엄(협력체)을 구성하고 진단키트 기업인 피씨엘과 아토피와 천식 등 환경성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고려대병원, 고산대병원과도 환경 유해인자와 유전체 사이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환경 분야의 디지털 헬스케어 정부 과제에 참여 중이다.

NHN式 헬스케어 시장 공략법은…

NHN클라우드가 공식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헬스케어 기업들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들 기업·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NHN에서 분할한 지 겨우 1년을 넘긴 만큼, 당분간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잇따라 헬스케어 사업에 도전하고 있어, NHN클라우드도 기회를 쫓아 이 분야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백도민 NHN클라우드 공동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해서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NHN클라우드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면 명확한 사업 방향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현재 각기 다른 전략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 중인 경쟁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산발적으로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헬스케어 클라우드 시장에선 후발주자인 만큼 서비스 차별화를 비롯한 준비도 필요하다. 앞서 NHN클라우드의 모회사인 NHN은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의 플랫폼을 공개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의료 정보는 민감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의 공세도 거세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외국계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네이버클라우드가 근소한 차이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앞질렀지만, 1위 사업자인 AWS와 비교하면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실태조사에서 AWS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최근 몇 년 동안 60~70%를 기록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같은 시기 7% 이하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을 뿐이다. KT클라우드와 NHN클라우드는 주요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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