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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장 단계에 맞는 ‘창업자 리더십 따로 있다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상황적 리더십…네 가지 유형의 리더십으로 구분
위임형 리더십 도달이 궁극적인 목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개최한 데모데이에서 스타트업 창업가가 발표하기 위해 무대로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몇 년 전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대표 A의 일과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공유 오피스의 같은 층에서 지내게 된 인연 때문이다. 당시 창업업계에서 그는 보기 드문 여성 CEO였고, 뛰어난 경영 능력과 회사의 로켓 성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공중파의 토크쇼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에 등장하며 그의 인기는 높아져 갔다.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와는 별개로 가까이서 본 A의 회사는 급격한 성장에 성장통을 겪었다.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였던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변했다. 특별한 교류가 없었지만 투명한 유리 파티션 너머에서도 그 기업 문화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느꼈다. 기업 문화와 구성원들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과 일대일 대화를 하는 A의 모습을 거의 매일 봤다. 옆에서 지켜본 A 대표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상황적 리더십’…조직·구성원 성숙도에 따라 리더십 변화 주장

‘상황적 리더십 이론’(situational leadership theory)은 조직과 구성원의 성숙도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더십은 스타트업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끼치는데, 성장 단계에 따라 중요한 특징들이 달라진다.창업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 즉 창업자의 비전이다. 영업 매출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초기 스타트업에 인재들이 합류하는 이유는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VC)들은 우스갯소리로 결정적인 투자 요인을 ‘창업자의 관상’이라 말한다. 스타트업이 꿈꾸는 혁신 아이디어는 때로는 너무 급진적이기에 머리로는 이해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기에 창업자들이 가진 미션과 비전, 그리고 그것에 도달하고자 하는 열정을 측정해 투자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시기, 이른바 스케일업(scale-up) 단계에서는 다른 형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창업 초기에 꿈꾸었던 비전을 구현화 할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이들을 원팀으로 이끌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창업자는 모든 업무에 관여하기 어렵다. 새로운 성장을 이끌 전문가와 중간관리자를 영입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분배하고 리더십을 위임해야 한다. 동시에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직적 문화와 관료화는 경계해야 한다. 

조직의 성장에 따라 구성원의 역량과 의지는 변하기에, 이를 관리하는 리더십도 달라진다. ‘상황적 리더십 이론’(situational leadership theory)은 조직과 구성원의 성숙도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스타트업의 성장 시기에 따른 창업자 리더십의 변화 필요성을 설명하기에 제격이다. 


상황적 리더십은 조직의 현 상황을 크게 두 가지로 기준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는 팀 혹은 구성원의 능력(able) 보유 여부이다. 두 번째는 의지(willingness) 여부다. 상황적 리더십은 두 기준의 여부를 조합해 리더십을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보통 코치형(coaching)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를 중심으로 공동 창업자 그리고 소수의 직원이 하나의 비전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자원과 역량은 항상 부족한 상황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역량 수준을 높이는 사내 활동 및 교육을 제공하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한다. 조직이 자체적으로 적절한 지원활동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스타트업의 보육을 돕는 창업기획자나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압축 성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초기를 넘어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리더는 지지형(supporting) 리더십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이유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다. 초기의 비전이 흐릿해지면서 전사적으로 공유하던 초심자의 열정이 사라지곤 하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의 방향을 두고 공동 창업자들 간의 분열이 가장 흔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외부에서 임원이나 중간 관리자를 영입하는 동안, 창업 초기부터 어렵사리 만들어 온 조직 문화가 흔들리며 기존 구성원들이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어떠한 이유이든 창업자는 조직 내 일부 구성원들의 동기 부족을 목격하는데, 이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함께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동기 부족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창업자들의 해결책도 다양하다. 여행 스타트업을 이끄는 B 대표는 미래 성장 방향과 전략이 달랐던 공동창업자들과 이별을 결정했다. 대신 새로운 전문가를 영입해 회사를 유니콘으로 키워냈다. 핀테크 스타트업 C 대표는 사업 확장을 기대하며 영입했던 전통 금융업 출신의 중간관리자들이 관료주의와 연공서열을 앞세워 기업문화를 경직시키고 있음을 인지했다. 그는 모든 구성원과 지속적 대화를 하며 개인의 성과와 전사적 성과를 일원화했고, 점진적으로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했다. 

지지형 리더십 상황에서 보이는 이런 해결책들은 궁극적으로 위임형(delegating) 리더십에 도달하기 위해서다. 위임형 리더십은 구성원들이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 발견되는 가장 이상적인 리더십 단계다. 

창업자 성공 스토리 핵심은 ‘리더십’ 

팬데믹 시기에 높은 성장을 구가하면서 A의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였으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며 이를 연기한 상황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디어에서 A의 노출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돌이켜 보면 공유 오피스의 라운지 내 구성원들과 연달아 개인 면담을 하던 A는 지지형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작은 원형 테이블 너머에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열정 가득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글로벌 창업생태계의 전반적인 성숙도와 성공 수준을 측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성공 이야기의 풍부함도 하나의 중요한 측정 요인이다. 자수성가 이야기를 완결한 한 명의 창업가가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창업자의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 의미다. 

지금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유통 혁신을 이끈 여성 창업가의 리더십이 마침내 위임형 리더십까지 도달하는 성공 스토리의 결말로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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