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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에 시멘트값도 인상…평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

[공사비가 뭐길래] ① 시멘트, 철근, 골재 가격 줄인상
서울 정비사업지, 700만원대에도 시공사 못 구해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올해 전기료가 오르면서 시멘트, 철근 등 건설 자잿값이 치솟고 있다. 이미 자재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추가 인상이 예상되자 건설사들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 공사비 인상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면 공사비가 3.3㎡(1평)당 10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모습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시멘트회사 쌍용C&E는 오는 7월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톤(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성신양회도 t당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멘트 가격을 30%를 인상한 뒤 올해 또 14.1% 상승을 예고한 것이다. 앞으로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삼표시멘트·한라시멘트 등 나머지 시멘트 회사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업계 “전기료 인상에 가격 올리는 것 불가피”

시멘트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산업용 전기료가 올랐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전기료는 시멘트 제조 원가에서 약 20~25% 비중을 차지한다. 전기료는 누적 인상률이 44%에 달한다. 연내 키로와트(kWh)당 약 31원의 추가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전기료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전기 요금은 올해 1월 1일부터 kWh당 평균 13.1원(9.5%) 상승했고, 2분기에도 8원(5.3%) 올라갔다.

시멘트뿐 아니라 철근 가격도 치솟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고장력철근은 t당 99만5000원으로 100만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레미콘 주요 원재료인 골재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레미콘 업계 1위인 유진기업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골재를 이루는 자갈은 2021년 ㎥당 9793원에서 올해 1분기 1만1667원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모래도 ㎥당 1만6226원에서 2만373원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줄줄이 주요 자재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이미 착공 시점에 조합과 계약했던 공사비와 비교하면 최대 절반 가까이 오른 상태다. 이미 추가 공사비를 두고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또 자잿값이 올라가면 공사를 멈추는 게 차라리 낫다고 토로할 정도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원료 중에 유연탄이 제조원가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 유연탄 가격은 많이 떨어졌다”며 “전기료보다 제조원가 비중이 큰 유연탄 가격이 하락했는데 시멘트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수입협회 국제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유연탄은 지난해 9월 말 463달러에서 올해 5월 말 t당 135달러로, 2021년 7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제로에너지 정책에 공사비 부담 더 커져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주요 단지 공사비는 3.3㎡당 평균 600만원 후반대에서 700만원 초반대로 뛰어오른 상태”라며 “여기서 자재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3.3㎡당 1000만원으로 공사비가 뛰어오르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는 착공 직전 공사비가 3.3㎡당 약 1000만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오른 재개발 현장도 나왔다. GS건설은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 재개발 조합에 3.3㎡당 약 972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다. 이는 2015년 시공사 모집 당시 공사비(3.3㎡당 55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에서도 3.3㎡당 공사비 700만원대를 내걸었지만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정비사업장이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맨션’ 재건축 조합은 지난 4월 초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없었다. 지난해 5월에 입찰을 시작한 뒤로 1년 동안 5차례 시공사를 찾았지만 실패했고, 지난 2일부터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남성맨션 조합은 건설사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당초 3.3㎡당 525만원이던 공사비를 719만원까지 올렸다. 입찰보증금도 9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췄지만 시공사의 외면을 받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현대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지에도 1차 입찰에선 건설사가 단 1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2차 입찰에는 한신공영이 참여했지만 단독으로 입찰해 이 역시 유찰됐다.

정부에서도 제로에너지 건축을 강조하면서 공사비 인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로에너지 건축 기준을 도입하면 사업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아파트의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시멘트 등 원자재뿐 아니라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비용이 추가되면서 전체 건축비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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