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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투자 사기와 피해자 구제, 아직 갈 길 남아

[사기에 얼룩진 코인세계] ④ ‘고수익’ 현혹 코인 투자…실상은 ‘폰지’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규제 어우러지면 투자자 피해 줄일 수 있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비트코인, 이더리움. 과거에 친숙하지 않았던 단어들이 지금은 온 국민이 모두 다 아는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암호화폐(가상자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투기의 온상’, ‘리스크가 높은 위험자산’ 등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9월 처음 거래가 시작된 가상자산 시장은 코스닥 시장과 견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고, 일 거래금액도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4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 3조1282억원, 지난해 1조192억원 등 불과 몇 년 새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피해까지 추산한다면 금액은 훨씬 더 커진다는 건 모두가 짐작할 수 있다.

가상자산 범죄는 크게 ‘침해범죄’와 ‘이용범죄’, ‘범죄수익 은닉 수단’으로 나눌 수 있다. 침해범죄는 가상자산 거래소나 개인의 전자지갑을 직접 해킹하거나 악성코드를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범죄다. 이용범죄는 랜섬웨어, 불법 사이버도박, 음란사이트 이용, 마약 거래, 투자 사기 등 특정 범죄의 대가로 가상자산을 취득하거나 이용하는 범죄다. 범죄로부터 편취한 수익을 가상자산을 이용해 은닉하거나 자금세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판례 따라 유사수신 위반 성립 어려울 수도

가상자산 이용범죄 중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이 투자를 빌미로 발생하는 투자 사기 범죄다. 주로 유사수신과 결합한 형태의 범죄행위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망한다. 이후 코인공개(ICO)나 신규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해 돈을 편취한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법으로는 다단계 조직이나 코인리딩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SMS)나 메일을 통해 ‘고수익 코인’, ‘대박코인’이란 표현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이런 가상자산 투자 사기업체의 경우 대부분 정상적인 투자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단기간의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한다고 현혹한다. 실상은 투자자 모집에 따른 수당 지급과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수당 등은 후순위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메꾸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

또 사업의 실체성이 없어 가상자산 개발에 성공해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 상장이 이뤄진다고 해도 약정 수익의 실현이 불가하다. 높은 가격 실현을 약속하며 보유 가상자산의 매매를 제한하면서 자신들의 물량을 모두 처분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런 구조를 가진 가상자산 투자 사기업체에 현혹돼 투자하면 원금 손실은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울러 법원 판례(서울중앙지방법 2021. 7. 9. 2021카불668결정)는 가상자산을 금전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사기업체가 원금·이자 보장까지 확약하더라도 원화 등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수취한 경우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 성립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를 신고해도 다단계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투자 사기업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불명확한 부분도 있다. 하위 투자자들로부터 상위 투자자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이 진행되면, 피고발인인 상위투자자들도 다시 그 위의 상위투자자를 연속해서 고소·고발하게 된다. 그런데 초창기 투자한 사람들 중에서 수익을 본 이들도 있어 모두를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는 ‘러그풀’(Rug-pull)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러그풀은 원래 양탄자를 당겨 위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쓰러뜨리는 행위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개발자의 투자금 사기 행위를 뜻한다. 가상자산을 개발한다며 투자자금을 모은 후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코인 투자 사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우선 가상자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 ‘코인리딩방’ 등 SNS를 통한 투자 권유에는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코인리딩방 운영자는 전문가가 아닐 확률이 높고, 관련 정보는 모두 허위일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코인리딩방에 참여하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공범으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 인가받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유명 코인만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가상자산법, 2단계는 규제와 진흥 조화 이뤄야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대한 기대와 관심, 발전 가능성에 올라타 형성됐다. 하지만 인간의 투자 심리를 역이용한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아직 관련 법률의 미비로 투자자 보호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2단계 법안에서는 산업의 육성과 진흥, 자율규제 부분 등의 보완을 통해 규제와 진흥이 조화롭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그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산업의 시작에는 어두운 측면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과 산업의 육성과 진흥, 규제가 잘 어우러지는 정책이 보완된다면 관련 범죄의 예방과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신뢰성과 건전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면 우리나라도 디지털패권 국가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필자는…
금융범죄, 자금세탁방지(AML), 가상자산 범죄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서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위 위원으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에 기여했으며,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과 한국NFT학회장, 한국ESG경영학회 이사장, 경찰청 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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